2017 봄/ 여름과 2016년 가을/ 겨울이 혼재했던 컬렉션은 즐거움과 밝은 에너지로 가득했다. 긍정의 기운, 여성의 아름다움과 다양한 시대를 향한 찬양이 울려 퍼졌다.

 

01
POSITIVE SPORTISM
뉴욕 컬렉션은 미래의 패션 시스템을 보여주는 예고편이었다. See Now, Buy Now! 지금 보고 당장 사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여느 시즌보다 더 맹렬하게 실용적인 의상들을 쏟아냈다. 지금 바로 살 수 있게 말이다. 실용의 문턱을 넘나드는 중심은 언제나 그렇듯 뉴욕식 스포티즘이었는데, 달라진 점이 있다면 긍정적인 에너지와 여성의 관능이 드리워졌다는 것! 알렉산더 왕은 애시드 컬러의 맨투맨, 서핑 보디 슈트, 섬세한 레이스 박서, 배를 감싸는 밴드 등을 사용하여 캘리포니아 서핑 걸들의 섹시함을 드러냈다. DKNY도 과거에서 현재를 지나 미래를 관통하는 스포티즘에 실키하고 시어한 소재, 과감한 커팅을 접목해 여성의 건강한 섹시미를 강조했다. 드레드록 헤어와, 아찔한 플랫폼 부츠. 캔디 컬러 의상으로 요란 법석한 미국의 1970년대를 표현한 마크 제이콥스의 쇼에서조차 후디와 아노락은 빠지지 않고 등장했으니 스포티즘은 확실한 뉴욕의 근간! 변화기를 맞이할 때에 필요한 것은 언제나 그렇듯 긍정의 힘이고, 뉴욕의 영민한 디자이너들은 그것을 매우 잘 알고 있는 듯 보인다. 그리고 지금 우리의 옷장에 쌓여가는 실용적인 옷들엔 ‘색’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02
슈퍼 걸 지지
지지의 법칙이 올해도 통했다.‘지지! 지지! 지지! ’를 외치는 함성소리가 밀라노 막스마라의 플래그십 스토어에 울려 퍼졌다. 막스마라는 쇼 하루 전날 새로 출시한 ‘보 백’을 선보이기 위해 지지 하디드를 뮤즈로 세웠고, 그녀를 보기 위해 몰려든 인파로 매장 안팎은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지지는 뉴욕부터 파리까지 가장 많은 오프닝과 클로징을 맡은 모델이기도 했다. 멀티미디어 형식으로 쇼의 방향을 바꾼 타미 힐피거는 타미×지지 바이 타미 힐피거 협업을 선보였다. 지지가 디자이너로 거듭나는 순간!

 

031 HOT SPOT 도시 전체가 컬렉션 무대가 되었던 일주일. 이지의 칸예 웨스트는 루스벨트 아일랜드 공원에서 다양한 인종의 여자들을 일렬로 세우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톰 포드는 구 포시즌스 레스토랑을 우아한 클럽으로 개조하여 비밀스러운 사교 모임을 가졌고, 타미 힐피거는 부두를 스낵 부스, 네일 바, 지지 캡슐 스토어 등이 있는 놀이동산으로 변화시키는 마법을 선사했다.

2 선거합시다 오프닝 세레모니는 쇼를 보여주는 방식을 통해 신선한 충격을 전했다. 코미디 배우가 사회를 맡고 출마자로 분한 각양 각색의 인플루언서들이 등장해 정치적 논의를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것. 덕분에 쇼가 무척이나 길어졌지만 미국 사회의 다양한 이슈에 대한 여성의 생각을 알 수 있었다. 출마자 중엔 우피 골드버그, 라시다 존스도 있었다.

3 뉴욕의 세레나데 마이클 코어스는 루퍼스 웨인라이트의 라이브 공연으로 뉴욕의 아침을 행복하게 만들었다. 거창한 무대나 작위적인 퍼포먼스는 없었지만 아름다움만은 충만했다. 크리에이처스 오브 더 윈드의 런웨이엔 줄리 쿠르즈의 노래가, 소호 거리에서 선보인 레베카 밍코프의 무대엔 듀오 록 밴드 뷰의 공연이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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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ADY DELICATE
디자이너들이 다시금 여성성으로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런던 디자이너들은 그 어느 때보다 달콤하고 섬세한 소재와 여성스러운 실루엣으로 나긋나긋한 봄을 그렸다. 시몬 로샤는 레이스와 튤 소재 리본 장식으로 이루어진 로맨틱한 트렌치 코트를 제안했다. 한쪽 소매가 없는 디자인과 풀어 헤친 듯한 실루엣에서 여성스러움과 전위적인 분위기가 동시에 느껴졌다. 언제나 우아하고 섬세한 의상을 선보이는 에르뎀은 1964년으로 시간 여행을 떠났다. 여왕 헨리에타 마리에의 옷장에서 영감을 얻어 레이스와 플라워 프린트, 블랙 리본 장식으로 고전적이고 섬세한 의상을 완성한 것. 헤어밴드와 레이스업 슈즈를 더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여성의 아름다움을 찬미한 컬렉션이었다. 프린의 듀오는 펑크와 마녀에서 시작해 파스텔과 플라워 프린트로 이어지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변주를 선보였는데, 특히 후반부에 보여준 파스텔 컬러의 시스루 의상들과 언밸런스하게 주름진 플라워 드레스가 인상적이었다. 해체주의로 유명한 브랜드 마르케스 알메이다는 레이스와 플라워 프린트에 스니커즈와 큼지막한 주얼리, 스트라이프 패턴을 더해 여성성에 펑키한 에너지를 주입해 쿨한 컬렉션을 완성했다. 우아하면서도 재치 있고 밝은 듯 어두운 면을 지닌 섬세한 레이디 룩이 점령한 런던 콜링!

 


051 과일천국 상큼한 과일들이 런웨이로 총출동했다! 샬럿 올림피아가 40년대 풍의 쇼걸들 사이로 딸기, 파인애플, 포도, 바나나로 변신한 모델들을 런웨이로 내보낸 것. 충격과 신선함을  안겨준 과감함은 코스튬처럼 보였지만 디자이너의 패기만은 느낄 수 있었다.

2 슬로건 하우스 오브 홀랜드의 피날레는 10주년을 기념하며 제작한 슬로건 티셔츠 차림의 모델 군단들의 등장으로 마무리됐다. ‘Suck on My Toe Phoebe Philo’, ‘Let’s Breed Belle Hadid’, ‘I’m Yours for a Tenner Kendall Jenner’ 등 도발적이고 파격적인 슬로건의 패러디 티셔츠는 22가지 버전으로 제작돼 현재, 하우스 오브 홀랜드 사이트에서 판매 중이다.

3 하이엔드 크록스 이제 머지않아 크록스가 스트리트 패션을 점령할지도 모르겠다. 크리스토퍼 케인이 그의 10주년 쇼를 선보이며 크록스와 협업해서 만든 샌들을 선보인 것. 천연석을 장식한 이 고무 샌들은 하이패션의 장벽을 넘은 크록스의 위상과 1940년대 영국의 절약정신을 재해석한 브랜드의 ‘Make Do & Mend’ 콘셉트를 담고 있다.

4 셉템버 컬렉션 버버리 컬렉션은 이번 시즌을 기점으로 변화의 국면을 맞이했다. 분리됐던 남녀 컬렉션을 통합해서 전개하고, 런웨이에 등장한 옷을 매장에서 바로 구입할 수 있는 ‘시 나우, 바이 나우(See Now, Buy Now)’ 시스템을 도입한 것. 이에 걸맞게 리전트 스트리트에 위치한 플래그십 스토어에서는 전 세계에 생중계된 쇼가 끝나자마자 9월 컬렉션이 공개되었다.

 

06
예술의 경지
‘신의 손’을 자랑하는 헤어,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인스타그램에서 엿본 백스테이지 베스트 뷰티 신.
1 @NARSISSIST IN MARC JACOBS 각양각색의 드레드 록 헤어가 돋보였던 마크 제이콥스 쇼. 메이크업을 맡은 랑수아 나스는 모델마다 각기 다른 파스텔 컬러 섀도를 사용해 각자의 개성을 부각시켰다.
2 @ODILEGILBERT_ OFFICIAL IN RODARTE 로다테 쇼의 헤어를 담당한 아티스트 오딜 질베르는 레이스를 더한 꽃 장식을 이용해 하나의 예술 작품 같은 스타일을 완성했다.
3 @PATMCGRATHREAL IN MAISON MARGIELA 메종 마르지엘라 쇼의 메이크업을 담당한 팻 맥그라스는 주 특기인 ‘글리터’를 활용해 모델들의 입술과 눈에 영롱함을 더했다.
4 @EUGENESOULEIMAN IN PREEN 머리를 땋는 방법은 모두 몇 가지나 될까. 유진 슐레이먼은 마치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보여주려는 듯 프린 쇼에서 땋은 머리의 다양한 변주를 선보이며 ‘천재 헤어 아티스트’의 위상을 증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