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이불 밖은 위험해!’라는 말이 유행했지만, 이불 속도 안전하지 않은 게 세상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시작된 보험. 어디부터 어디까지 들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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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계. 나도 모르게 가입된, 의무보험
“나는 보험을 전혀 들지 않았어”라는 말은 따지고 보면 잘못된 말이다. 보험은 선택처럼 여겨지지만, 국민이라면 누구나 가입해야 하는 보험과 특정 상황에 따라서 반드시 가입해야 하는 ‘의무보험’이 있으니까. 이들 의무보험은 국민이면 누구나 혜택을 받아야 하는 영역을 다루기에 정부가 직접 관리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건강보험, 국민연금,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 이른바 ‘4대 보험’이다. 모든 국민이 가입해야 하는 대표적인 보험이 건강보험이다. 대표적인 복지제도인 의료보험, 즉 건강보험은 1963년 12월 16일 의료보험법 제정으로 시작되었다. 피보험자가 상해·질병·임신·출산·사망 등 인간의 생물학적 사고로 활동 능력을 잃거나, 의료 처치로 인해 불이익을 받거나 수입 감소가 있을 경우, 그 치료를 위한 비용이나 수입 감소액을 보상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보험이다. 지역 의료보험과 직장의료보험이 통합되며 1989년 전국의료보험을 달성하게 되고, 2000년 1월 1일부터 시행된 ‘국민건강보험법’에 의료보험이라는 용어 대신 건강보험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게 되었다. 즉,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의료보험 혹은 의료보호의 적용을 받고 있다. 국민연금부터는 적용 범위가 달라진다. 국민연금은 노령의 인구가 퇴직 등으로 소득이 없거나 줄어들 경우 일정한 소득을 보장하는 제도로 만 18세 이상 만 60세 이하까지 의무 가입 대상이다. 국민연금을 받기 위해서는 적어도 10년 이상 가입해야 하는데, 10년을 채우지 못하면 연금 대신 반환일시금을 받게 된다. 고용보험은 실직이나 휴직으로 소득이 없을 때 보험 급여를 받을 수 있고 산재보험은 직장에서 다치거나 사망 등의 사고가 났을 때 치료비와 사망보험금을 보상해주는 보험으로 사업주가 전액 부담한다. 이 외에도 특정 상황에 따라 반드시 가입해야 하는 의무 가입 배상책임보험이 있다. 예를 들어 차량을 소유한다면 의무적으로 책임보험에 가입해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아 적발되면 벌금형 또는 징역형에 처해진다. 이 배상책임보험은 최소한으로 필요한 영역에 의무가입으로 적용된다. 항공기 사업자는 항공보험에, 수상레저 사업자들은 수상 레저보험에 반드시 가입해야 하는 식이다.

2단계. 조금 더 안전하기 위한, 실손의료보험
이제는 순전히 나의 의지로 가입해야 하는 보험을 선택할 단계다. 예를 들어 자동차보험의 경우 ‘책임보험’만 의무보험이고 그 이후 보장성 보험은 선택이다. 다만 자동차 운전자는 언제나 사고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그 범위와 빈도 또한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웬만한 자동차 소유주는 자동차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아뿔싸! 하는 경우에 사고를 내거나 당하는 경우에도 ‘보험 처리’에 기댈 수 있다. 물론 피해 범위에 따라 할증은 좀 되겠지만 말이다. 병치레가 잦거나, 질병으로 큰돈이 한꺼번에 나가는 경우가 부담스럽다면 다른 보험은 몰라도 ‘실손의료보험’은 가입해두는 것이 좋다. 스트레스 많은 현대인은 온갖 질병을 달고 살기 마련. 한 달에~ 12만원씩 미처 인식하지도 못한 채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간 의료실비보험 덕을 본 경우는  누구나 한번쯤 있을 거다. 기자의 경우, 작년에 ‘맹장수술’, 정확히 ‘급성충수염’으로 종합병원에 입원했을 때 이 보험의 덕을 톡톡히 봤다. 생애 첫 수술에다 닷새나 입원을 해서 병원비가 얼마나 나올지 걱정되어 부들부들 떨었다. 수술비와 약제비, 입원비를 합쳐 1백만원대의 의료비 영수증을 손에 쥐게 되었지만, 실손보험에 가입한 덕분에 10~20%의 자기부담금을 제외한 대부분을 환급받을 수 있었다. 며칠 전, 가입되어 있는 실손의료보험을 갱신하라는 메일이 도착했는데 앞으로도 내 몸에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는 만큼 망설임 없이 연장 버튼을 눌렀다. 이 실손의료보험은 소소한 질병부터 약제비 등 실제 발생한 비용을 보상해주기 때문에 여러 상품을 가입할 필요 없이 한 상품만 가입하면 된다 . 2014년 금융감독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 약 66%가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했다고 한다. 단일 보험상품으로는 가입자 수가 가장 많고, 보험금을 지급받는 경우가 빈번한 만큼 가입자의 만족도가 매우 높은 상품 중 하나다. 이왕 든다면 보험금을 잘 지급해주는 보험사의 상품을, 한 살이라도 어리고 건강할 때 드는 것이 유리하다는 걸 잊지 말길. 생명보험협회의 2016년 공시에 따르면 20세 여성의 평균 실손의료보험료는 7천 6백원이지만, 30세는 1만2천8백95원, 40세는 1만7천6백74원으로 오른다. 한편, 실손의료보험은 비보장 항목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예를 들면 암벽 등반이나 스쿠버다이빙 등 스포츠를 하다가 발생한 상해나 임신과 출산 등은 보장에서 제외된다.

3단계. 걱정 많은 사람을 위한 암보험
다음 단계는 살면서 마주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보험이다. 피보험자가 사망할 경우 남은 가족이 생계를 위협받지 않도록 가입하는 사망보험, 암과 같은 특정한 병에 대해 진단이 확정되면 금액을 보상해주는 질병보험이 있다. 흔히 말하는 ‘암보험’이 대표적인 질병보험에 해당된다. 암은 삶의 질을 떨어트리고, 치료 기간이 길고 복잡하며, 경과가 좋지 않으면 사망까지 할 수 있는 무서운 병이기에 실제로 많은 사람이 들고 있는 보험이다. 특히 집안에 암 환자가 많다면 보장 범위가 넓고, 금액이 큰 상품을 고려할 만하다. 암보험은 암에 대해 집중 보장하는 정액보험 형태가 가장 많다. 암 진단이 확정되면 계약할 때 정한 금액을 최초 1회 지급하는 방식이다. 보통 90일이 지나야 보장이 시작되고, 가입 후 특정 기간이 지나야 약속한 보장 금액을 지급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어렵고 복잡하더라도 약관을 꼼꼼히 살피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또 최근에는 갑성선암이나 유방암, 자궁경부암 등 소액암을 보장 대상에서 제외하는 상품도 있기 때문에 소액암이 보장되는지 살펴야 한다. 보험전문가들은 젊은 나이라면 먼저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한 후 여유가 된다면 암정액보험에 추가로 가입하는 것을 추천한다. 최근 보험 상품들은 대체로 상해 보험과 질병보험이 결합되어 있다.

4단계. 보험이 재테크다, 연금보험과 변액보험
연금보험과 연금저축보험은 노후 대비는 물론 연말정산 시 소득공제 혜택을 위해서라도 가입하게 되는 상품이다. 연금저축보험은 연 4백만원 한도에서 불입액을 세액 공제해준다. 5년 이상 가입을 유지하면 만 55세 이후부터 10년 이상 동안 연금을 나누어 받을 수 있다. 지난여름 금융감독원은 ‘연금저축 절세 노하우’를 안내하기도 했다. 이에 따르면 연금저축과 퇴직연금을 합산해 연 7백만원까지 세액 공제가 가능하다. 한편, 재테크 책을 읽으면 가장 빈번하게 나타나는 항목이 변액보험을 들지 말라는 것이다. 왜일까? 2000년도 초반에는 펀드와 함께 대표적인 재테크 상품으로 꼽혔지만, 지금은 영 인기가 떨어졌다. ‘변액보험’이라는 이름에서 보험성 보장을 떠올리지만 사실은 투자 상품이기 때문이다. 은행에서 권유하는 펀드와 다를 바 없는 것. 가장 큰 이유는 변액보험은 장기투자에 유리한 상품이기 때문이다. 20대에 가입하면 끝까지 유지할 때까지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중간에 해지하면 절대적으로 불리하기 때문에 재테크에 투자할 수 있는 금액이 한정적인 20~30대의 재테크 목적으로는 그리 잘 맞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보험비를 낼 충분한 여유가 있고 일찍부터 노후자금을 마련하는 데 관심이 많다면 고려해볼 만한 상품이다.

보험에 가입하기 전 체크리스트
1 보험 비용 생각하기 무턱대고 여러 보험에 가입하면 나중에 매달 나가는 고정 비용이 높아서 부담이 될 수 있다. 한 달에 어느 정도 금액을 보험료로 지출할 수 있는지 따져보고, 보험설계사를 만나는 게 좋다.
2 보험사 선택하기 보험전문가들은 보험사의 선택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가입자가 계약을 잘 유지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보험계약유지율’이 높은 보험사가 좋다. 반면, 중간에 해지된 계약 비율을 의미하는 ‘불완전판매율’이나 금융감독원에 신청된 소비자 민원과 민원 해결 노력을 평가하는 ‘민원등급’은 낮은 보험사가 좋다.
3 보험 가입 방식 확인하기 보험에 가입하는 방식은 직접 만나서 하는 경우와 온라인, 텔레마케팅 등을 활용하는 비대면 방식이 있다. 자동차보험, 여행자보험 같은 경우는 상품 내용이 비교적 단순하고, 가입과 약관이 쉬운 편이라 다이렉트 방식이 널리 사용되는 중. 하지만 기타 보험 상품은 직접 설계사를 만나 상담을 진행한 후 가입하는 편이 낫다.
4 보험설계사 선택하기 인정에 이끌려 가입하기보다는 전문성을 갖춘 한 보험사에서 오래 근무하고, 보험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높으며 책임감이 있는 설계사에게 가입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가입 이후에도 담당 설계사의 도움을 꾸준히 받을 수 있다. 또 한 회사가 아닌 2~3명의 설계사에게 상담을 받아서 어느 쪽이 자신에게 유리한지 비교해본 뒤 가입할 것을 권한다.
5 보험 증서 보관하기 보험 상품에 가입하면 계약서 및 여러 약관이 거의 가족 앨범만 한 파일에 꽂혀서 온다. 자리도 많이 차지하고, 들춰볼 일이 많이 없다는 이유로 폐기하거나 처박아두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보험증서와 약관, 자료는 반드시 보관해야 한다.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는다고 통보를 받는 경우에도 약관을 직접 확인해서 보험사의 판단이 맞는지 검증해서 손해보는 일을 피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