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음식 콘텐츠를 만든 두 사람을 만났다. 푸드 전문 채널 올리브의 <오늘 뭐 먹지?>, <마스터 셰프 코리아> 등을 지휘한 프로듀서 석정호와 한국형 미식 어워드를 표방하며 출범한‘ 코릿’을 기획한 푸드 저널리스트 김성윤과 나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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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정호 CJ E&M CP
CJ E&M의 푸드 전문 채널 올리브의 CP로 <오늘 뭐 먹지>, <한식대첩>, <마스터 셰프 코리아> 등 다양한 제작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연출했다.

 

어떻게 음식 전문 프로듀서가 되었나?
다른 사람들처럼 나도 도제 시스템에서 일을 시작했다. 생방송도 해보고 오락 예능, 다큐 등 다양하게 경험했다. 특히< 싱싱 토요일> 이라는 프로그램을 하면서 지방을 많이 다녔는데, 지역색이 강하고 싱싱한 음식의 매력을 알게 된 계기가 되었다.

어릴 적부터 음식을 좋아했나?
할머니가 청진동에서 고깃집을 했다. 어릴 때부터 서울 시내 오래된 음식점을 다녔다. 시내 백화점 갔다가 오장동 가서 함흥냉면 먹고 우래옥에서 불고기 먹고, 그런 식으로 다니면서 점점 뚱뚱해졌다. 하하. 사실은 먹는 것에 굉장히 신경 쓰는 편이다. 한 끼를 허술히 먹으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다.

현재 올리브 채널에서 당신의 역할은?
2010년에 CJ E&M에 입사했다. 리뉴얼 조금 전에 입사했는데, 그 후 새로 개국한 것처럼 모든 것이 바뀌었다. 현재 두 명의 PC(Chief Producer)중 한 명이다. 올리브가 자체 제작물이 많고 회사에서 전략적으로 콘텐츠가 풍성한 채널을 만들고 싶어 하기에 CP를 두 명 체제로 두고 있다.

초기 올리브는 고든 램지의 <헬스 키친>처럼 해외 유명 셰프가 나오거나 리얼리티 쇼를 주로 방송했다. 전략이었나?
음식을 둘러싼 라이프스타일은 단지 먹고 사는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본도 있고, 허영도 있고, 그걸 둘러싼 많은 것이 서로 얽혀 있다. 내가 투자하고 움직이면서 배워야 하는 생활의 한 부분이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초반에는 외국 프로그램을 많이 들여왔다.

올리브의 위상을 바꾼 결정적 프로그램이 있다면?
아무래도 <마스터 셰프 코리아>다. 해외 포맷이긴 하지만 서바이벌이라는 것, 정말 많은 사람이 열정을 가지고 음식을 한다는 것에 시청자들이 놀란 것 같다. 사람들은 누구나 꿈이 있지 않나. 뭔가를 하고 싶은 욕구는 누구에게나 있다. 음식도 그렇다. 내가 음식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줬을 때 기뻐하는 것을 보고 희열을 느낀다. 출연자들은 정말 열심히, 열정적으로 음식을 만들었다. 결국은 자기의 뭔가를 담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오는 감동이 가장 컸다.

<오늘 뭐 먹지?>를 직접 기획했는데, 출연진으로 신동엽과 성시경을 기용한 건 의외였다. 왜 그들을 섭외했나?
이 얘기 하면 성시경이 싫어할 텐데, 처음부터 신동엽을 중심으로 생각했다. 꼭 같이 하고 싶었다. 워낙 미식가로 유명했고, 요리 못하는 사람이 하는 요리 프로그램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혼자 하기는 좀 부담스러워할 거 같아서 두 명으로 하려고 성시경을 만났다. 처음 만난 자리에서 바로 하겠다고 하더라. 결과적으로는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 신동엽이라는 사람은 성시경을 정말 아낀다. 농담으로 신동엽은 성시경에게 빚을 진 게 틀림없다고 할 정도다.

성시경은 일취월장하고, 신동엽은 여전히 서툰 모습이 프로그램의 새로운 재미가 된 것 같다. 워낙 인기 프로그램이고 장수 프로그램이라 애착이 많이 갈 것 같은데?
요즘은 성시경이 요리를 너무 잘해서 정말 걱정이 많다. 너무 잘하면 재미가 없지 않나. 그런데 성시경 씨는 굉장히 진지하고, 음식에 대해서 애정이 많다. 콘서트 때에도 자신은 노래 아니면 요리라고 할 정도다. 나도 애착이 많이 간다. 피디로서 그러면 안 되는데, 프로그램도 그렇지만 사람에 대한 애착이 많다. 처음에는 여러 가지 문제도 있었다. 하지만 두 출연진 모두 엄청나게 바쁜 사람들인데, 야외 촬영이나 해외 촬영에 3박 4일을 할애해주는 것 자체가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이라고 생각한다.

요리에 푹 빠진 사람들을 자주 만날 텐데, 요리에 어떤 매력이 있다고 생각하나?
누군가에게 요리를 해줬을 때 만족도가 점점 높아지면, 마약처럼 빠지고 만다. 나 역시 종종 요리를 하는데, 누군가 맛있다, 잘한다하면 신나서 다른 것도 해주고 싶다. 사람의 인성을 떠나서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다.

<한식대첩>도 맡았는데, <한식대첩>을 올리브의 대표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한식대첩>은 정말 자식 같은 프로그램이다. 잘되어서 너무 좋다. 작년에는 연출에서 손을 뗐는데 후배들이 아주 잘해주고 있다. 올해는 강호동 씨가 MC를 맡으니 더 재미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또 어떤 변화가 있나?
백종원 씨가 일정 관계로 하차하고, 대신 평론가 유지상 씨가 들어온다. 하지만 <한식대첩>의 주인공을 내 나름대로 매긴다면 첫 번째가 도전자들이 만드는 음식, 그 다음이 도전자분들, 그리고 심사위원, 마지막이 MC라고 생각한다. 도전자분들이 매 미션마다 진짜 열심히 한다. 그게 이 프로그램의 원동력이다.

<한식대첩>은 음식에서 오는 감동이 진하다. 하지만 처음에는 지역감정을 조장한다는 비판론도 있지 않았나?
지역별로 음식을 겨룬다는 기획 때문에 그런 오해는 많이 받았다. 지역 대표다 보니 도전자들도 부담을 크게 느낀다. 하지만 그렇기에 이겼을 때의 희열이 더 크다.

새로운 프로그램을 계획할 때, 하고 싶은 기획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환경인가?
아무래도 현실적인 간극은 있다. 대중이 더 반응하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고, 정해진 예산 안에서 해야 하니까.

음식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 중 재미있게 보는 것은?
<삼시세끼>를 우리가 했으면 어떨까 생각을 해본 적은 있다. 과거 지방 촬영을 다니면서 많이 본 풍경이기 때문에 한번쯤 해보고 싶었던 포맷이다.

공중파에서도 음식을 소재로 한 예능이 아주 많다. 그들과 어떤 차별점을 두고 있나?
사람들의 생활을 풍요롭게 하는 것에 가치를 둔다. 사람들이 알고, 재미있고, 즐겁게 먹을 수 있는 무언가를 정확하게 알려주는 것이 첫 번째다. 두 번째로는 음식과 관련된 전반적인 업계의 발전을 돕고 싶다. 좋은 셰프를 발굴하고 성장하는 데 일조하고 싶은 욕심이다. 요즘 아이들이 되고 싶은 직업에 셰프가 포함된다고 하지 않나? 그런 게 채널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는 뿌듯한 현상이다. 이연복 셰프가 이런 말을 했다. 예전에는 식당에서 일하다 쉬러 나갈 때에는 셰프복이 쑥스럽고 창피했지만 요즘은 당당하게 나간다고.

프로그램에서 가장 중요한 건 기획인가?
첫째는 분명히 기획이다. 기획이 있어야 누군가를 설득할 수 있으니까. 두 번째는 캐스팅이다. 비슷한 이야기도 누가 해주는가에 따라 반응이 다르다. 지금 음식 프로그램을 평정한 백종원 씨가 그 예다. <옥수동 수제자>의 경우도 심영순 선생님 섭외에 공을 들였다. 평생을 일군 레시피가 아닌가. 그것을 유산으로 남겨야 한다고 설득했다. 올리브 푸드 페스티벌도 미래를 내다보고,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여러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해서 기획했다.

그렇다면 한번쯤 해보고 싶은 기획은?
외국 사람들이 즐기는 한식당이 궁금하다. 지금 뉴욕 ‘정식당’에 있던 친구들이 ‘오이지’를 차렸는데 반응이 좋다. 그런 곳이 뉴욕에도 있고, 유럽에도 있다. 그들은 왜 한식을 좋아할까? 그런 내용이 궁금하다. 음식은 한때의 유행으로 지나버리기에는 가치 있고 중요한 삶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작년과 재작년에 음식 프로그램이 아주 많이 생겼다. 한때의 유행처럼 치부되는 현실은 좀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