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치밀어 오르거나 작은 핀잔에도 마음이 울컥한다면 이미 스트레스 한도를 넘어선 상태다. 그런 당신을 위해 준비했다. 현재의 스트레스 상황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그녀들의 조언.

 

핑크색 슈트는 쟈니해잇재즈(Johnny Hates Jazz).

핑크색 슈트는 쟈니해잇재즈(Johnny Hates Jazz).

강혜원 | 한국공예디자인 문화진흥원 마케팅팀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졌을 때는 큰 공연장에서 뮤지컬을 보거나 음악, 무용 공연을 관람한다. 메마른 감정을 걷어내고 크게 웃기도 하고 눈물을 쏟다가 나오면 피곤으로 지쳐 있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좋은 이들과 만나 다양한 화제를 나누며 인간관계를 넓히는 것도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데 좋은 자극제가 된다. 따로 시간을 내기 어려울 때는 요리에 집중하는 편이다. 퇴근길에 다양한 식재료를 사서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새로운 요리를 시도해보곤 한다. 레시피를 따라가며 집중해서 음식을 만들다 보면 마음을 괴롭혔던 일들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고, 맛있게 만들어진 요리를 먹으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기분을 느낀다.

김수진 | 홍익디자인고등학교 교사
머리가 복잡하면 책상과 옷장을 정리하거나 빨래를 돌리고 청소를 한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공간이 깨끗해지면 기분이 절로 나아진다. 주기적으로 주변을 정리하고 최대한 간소하게 지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다 보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후련해진다. 또 한 가지는 매일 사용하는 비누나 샴푸, 세제 같은 생필품을 전혀 다른 종류의 것들로 바꾸는 것이다. 아주 사소하지만 당연하게 여긴 것들을 되돌아보면서 어떤 향과 제형이 나에게 맞을까 생각하는 과정을 통해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건 물론, 지친 마음이 환기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주영혜 | 삼성전자 SDS 서비스 개발팀
스트레스를 날리는 컬러라고 들어본 적 있는지. 회색빛 도심 속의 각박한 사회 생활 중에 정신없이 일하다 보면 스트레스는 피할 수 없다. SNS 활동이 더욱 많아진 요즘에는 인간관계의 어려움과 소외감 역시 심하다. 이럴 때는 ‘컬러’에 의존한다. 가장 쉬운 방법은 자연 색채를 가까이서 보고 느끼는 것. 멀리 떠날 필요도 없다. 일단 숲이 우거진 공원이나 산으로 향하길. 자연의 녹색이 심리적으로 편안함을 줄 거다. 푸른색이나 라벤더색은 마음을 이완시키고 숙면을 유도하기 때문에 스트레스 해소에 더 없이 좋다. 외출이 힘들다면 실내에 녹색 식물 화분을 두어도 좋다. 파스텔 그린 컬러나 따뜻한 녹색 계열의 소품을 인테리어로 활용하는 것도 도움이 될 거다.

노소영 | 하나 건축설계사무소 기획팀
화가 나거나 슬플 때면 펜을 들고 지금의 감정을 솔직하게 써 내려간다. 스트레스 받을 때 느낀 감정을 글로 쓰거나 말로 표현하면 격해진 감정이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처음에 이 방법을 시도할 때는 격한 감정이 진정되지 않아 과연 분노 일지를 작성하는 게 도움이 될까 싶었지만 당시의 기분을 글로 적다 보면 생각보다 별것 아니었네 하고 상황을 한걸음 떨어져서 보게 된다. 단, 일지를 쓸 때에는 객관적이고 구체적으로 적는 걸 추천한다.

이지민 | 인모비 코리아 디지털 광고 컨설턴트
두 가지 운동에 전념한다. 퇴근 직후에는 필라테스를 하는데 몸의 움직임에만 집중하는 시간을 보내면 하루 동안의 피로를 없앨 수 있다. 일주일에 한 번은 러닝 클럽에 참여해 달리기를 한다. 러닝 모임에서 그날 정해진 목표 거리를 완주한 후 땀을 쏟고 나면 축 처진 기분도 금세 좋아진다. 스트레스가 몰려올 때 다양한 사람을 만나거나 바깥 공기를 마시며 기분 전환을 하는 것만큼 좋은 방법은 없다.

한주영 | 연세이비인후과 원장
성격상 하나의 장르에 오랫동안 집중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그때그때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편이다. 술을 마시거나 못 본 드라마를 몰아서 보는 식이다. 하루 종일 업무에 매달린 후 휴식이 필요하다면 최소 30분 정도는 이런 방식으로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을 갖는다. 고민이 있을 때는 동료나 선후배와 대화를 나누며 마음을 가라앉힌다. 혼자만의 생각에 갇히기보다 가치관이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공감과 위안을 얻기도 하고 생각지 못한 해결책을 구할 수도 있다.

최현선 | CJ E&M 마케팅팀
평소 특정 운동을 꾸준히 하는 편은 아니지만 오직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호흡법을 열심히 하는 편이다. 밀려드는 업무와 육아 스트레스로 인해 가슴이 답답하거나 머리가 지끈지끈할 때 주로 사용하는 방법이다. 숨을 제대로 쉬면 혈류량을 순간적으로 늘려 혈액순환이 원활해지고 바짝 긴장했던 마음과 근육이 이완된다. 방법은 간단하다. 허리와 어깨를 펴고 앉아서 주먹이 하나 들어갈 정도로 무릎을 벌린다. 양손은 갈비뼈 위에 올린 뒤 코로 숨을 크게 들이마신다. 그런 다음 후하고 내뱉으면서 갈비뼈를 닫는 느낌으로 입으로 숨을 내쉰다. 이렇게 스무 번 정도 숨을 들이쉬고 내쉬면 폐에 충분한 산소가 공급되면서 신체에 필요한 공기의 흐름이 늘어난다. 스트레스를 위한 해소법이라기보다는 평소 습관을 통해 심신을 다스리는 게 나만의 방법이다.

김혜린 | 아모레퍼시픽 매스 MC팀
스트레스를 받은 이유를 누군가에게 설명하는 것마저 힘든 날에는 혼자서 무작정 걷는다. 주로 퇴근길에 이용하는 버스 노선을 따라 두시간 넘게 걷는 게 나만의 해소 방법이다. 이런저런 생각, 때로는 아무 생각도 없이 걷다 보면 내가 왜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잊게 된다. 주변을 지나는 사람들과 자동차의 경적 소리, 무수한 상점과 네온사인을 바라보며 걷는 게 복잡한 머릿속을 비우는 데 도움이 된다.

이혜진 | 블루홀 멀티미디어실 음악감독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철저히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 가장 쉬운 방법은 운전하면서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것. 소리를 실컷 지르고 나면 속이 후련하고 개운하다. 차 안에서는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아무런 생각 없이 자유로워질 수 있기 때문에 잠시나마 스트레스가 풀린다.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는 여러 편의 영화를 장시간 이어 본다. 하나의 스토리가 짜임새 있게 구성된 영화에 몰입하다 보면 그 시간만큼은 순수하게 즐길 수 있고 4~5시간 정도 지나면 스트레스가 절로 풀린다.

김양미 | 프리랜스 콘텐츠 기획
개인 SNS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해시태그가 ‘musicismysavor’다. 그만큼 음악 공연장을 자주 가고 좋아하는 뮤지션의 숨겨진 곡이나 새로운 음악을 찾아 듣는다. 영화도 무척 좋아하는데 무엇보다 큰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면 완벽하게 몰입할 수 있어서 내가 어디서 뭐 하는 사람인지조차 잠시 잊는다. 누군가와 동행하기보다는 혼자 갔을 때 그 효과가 더욱 크기 때문에 나 홀로 영화 보기를 즐기는 편이다. 요즘처럼 서늘한 가을바람이 부는 계절에는 집 근처 산책로에서 가벼운 조깅을 한다. 1km 조금 넘는 짧은 거리지만 왕복으로 다녀오면 복잡한 머릿속이 차분하게 정리된다. 마음이 힘들 때 몸을 움직이는 방법만큼 좋은 게 없다고 생각한다.

김수연 | LG생활건강 화장품 사업부 파트장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해서 이를 풀기 위해 또 다른 계획을 세우고 준비하다 보면 시작하기 전에 지칠 때가 많다. 오히려 평상시 부담 없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일에 자연스럽게 몰두하는 편이 스트레스를 덜어내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가령 걷기나 영화 보기 등도 이에 해당한다. 나 역시 올해 사회 생활 14년 차지만 입사 초기부터 지금까지 거창한 스트레스 해소법을 갖고 있기보다는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마음의 평정심을 되찾거나 바쁜 업무에 치여 담쌓고 지낸 음악을 실컷 듣는다. 요즘처럼 날씨가 좋을 때는 퇴근 시간을 이용해 많이 걸으려고 한다. 평소 즐겨 듣는 음악과 함께하면 효과는 더욱 좋다. 마음을 괴롭히던 생각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있으면 신기하게도 마음이 조금씩 편안해진다.

나선영 | 국민은행 카드사업부
햇살 좋은 날 야외로 나가 햇볕을 듬뿍 쐰다. 물론 피부의 적인 자외선을 피하는 선크림을 듬뿍 바르고서다.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실내에서 보내기 때문에 출퇴근 시간을 제외하면 낮 동안 햇볕을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은 현저히 적다. 일주일에 한 번 주말을 이용해 꼭 햇볕을 맞이하러 나간다. 햇볕은 정신 건강에 특히 좋다. 우울한 감정은 세로토닌이라는 호르몬이 부족할 때 생기는데, 햇볕을 쬐면 세로토닌 호르몬이 증가하고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불리는 코르티솔의 농도를 낮춰 부정적인 마음을 긍정적으로 바꾼다.

김태연 | 대림건설 기획팀
색칠공부에 몰두한다. 어릴 적부터 낙서를 하거나 그림을 그리는 걸 좋아했는데 성인이 되고부터는 무언가를 그릴 여유가 없었다. 사회 생활 초반에는 여유 시간이 생길 때마다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특정한 방법을 찾아 헤맸다. 그러나 늘 무언가에 정착하지 못했고 지속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심심풀이로 다시 색칠을 시작했는데 의외로 마음의 안정을 되찾는 데 효과적이었다. 단 30분만 가만히 앉아서 공간을 색으로 채우다 보면 집중력 향상은 물론 다른 세상을 경험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채색 아트에 푹 빠지게 되면 아름다운 색채를 보면서 소소한 행복감과 평온함을 느낄 수 있다.

김혜정 | 인덱스파트너스 아트디렉터
마음을 다스려야 할 때는 무조건 홀로 여행을 떠난다. 여행지는 너무 가깝지도, 그렇다고 너무 멀지도 않은 제주도나 동남아시아 쪽을 선호한다. 처음 혼자 여행을 떠날 때는 막연했지만 낯선 곳에서 보내는 시간은 마음에 안정을 가져다주었다. 다만 여행지에서 많은 계획을 세우지 않는 게 나만의 원칙이다. 근처 공원을 느긋하게 산책하거나 호텔에서 수영을 하고, 책을 읽다 보면 복잡한 마음이 점차 가라앉는다. 마음을 비우는 방법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바쁘고 여유 없는 일상 속에서 잠시나마 나만을 위한 여유를 갖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