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하는 작가들이 새로운 작품을 냈다.

 

소설가들의 신작 소설 세 편.

소설가들의 신작 소설 세 편.

<나는 농담이다>는 김중혁의 네 번째 장편소설이다. ‘우주를 유영하듯 김중혁의 농담 속을 거닐게 될 것이다’라는 출판사의 호언장담은 과대광고가 아니다. 오랜 시간 훈련받은 우주비행사인 이일영은 우주에 가는 자신의 원대한 꿈을 이룬다. 하지만 불의의 사고로 모체 우주선과 분리되어 우주를 떠돌게 된다. 여기까지는 <그래비티>의 산드라 블록과 다를 바 없는 신세다. 하지만 그는 이왕 우주 미아가 된 이상, 최대한 먼 곳까지 나아가고자 한다. 기내 산소량은 점점 줄어드는 가운데에서도 관제 센터를 향해 메시지를 전송한다. 한편, 지구에는 낮에는 컴퓨터 수리공이었다가 밤이면 백 퍼센트 코미디 클럽에서 스탠드업 코미디를 하는 송우영이 있다. 돌아가신 어머니의 편지를 통해 이복형제가 있다는 걸 알게 되지만 그 형은 우주에서 실종 중이다. 이 형제들은 작가를 닮아 농담을 참 잘한다.

김중혁이 농담에 소질이 있다면, 김언수의 장기는 장르의 맛을 멋지게 버무리는 게 아닐까? 이번에는 누아르다. <뜨거운 피>는 우리를 1993년 부산으로 안내한다. 희수라는 이름의 마흔 살 남자는 이미 전과 4범이다. 부산 변두리 구암 깡패들의 중간 보스이자 만리장 호텔의 지배인이다. 그런데 이 남자는 보기만큼 강하지 않고, 부하들 몰래 우울증 약을 먹고 건달로 사는 인생도, 구암 바다도 지긋지긋해하는 중이다. 사랑하는 여자와 아들과 함께 다른 삶을 꿈꾸지만 조직이 쉽게 놓아줄 리 없다. 잘생겼지만 잘생기지 않은 척하는 남자 배우가 연기하는 영화를 많이 닮은 듯한 이야기다. 그러나 소설은 영화가 설명하지 않은 인생의 많은 것을 설명한다. 왜 그는 늘 방관자적 시선일까? 왜 그는 집을 얻지 못한 채 호텔방에서 ‘달방’을 사는가? 왜 그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모두 잃어야만 할까? 왠지 이 소설, 다시 멋진 영화가 되어 나타날 것 같다. 영화 감독들이 희수를 모른 척하기란 쉽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철수 사용 설명서>로 2011년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전석순의 새 장편소설은 거짓말을 지어내어야 하는 거짓말 자격증 2급 소지자인 주인공이 등장한다. ‘나’는 자신처럼 거짓말 자격증을 소지했을지도 모르는 사람들, 혹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 사람일지도 모르는 상대방과 거짓말 게임을 벌인다. <거의 모든 거짓말>의 세계에서는 거짓말이 곧 스펙이다. ‘나’는 더 많은 거짓말로 더 높은 스펙을 쌓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데 그의 거짓말이 반복될수록 우리는 거짓말과 참말을 점점 구분할 수 없이 아득해진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모두 거짓말일 수 있다. 이 작가, 거짓말 참 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