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부터 인간은 동물과 함께였고 늘 끈끈한 유대를 이어왔다. 그리고 올가을엔 고양이부터 뱀까지 갖가지 동물이 옷장을 점거했다. 동물을 향한 패션의 예술적이고 아름다운 구애.

 

구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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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체앤가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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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없음-1

1 라인 스톤 장식의 메탈 소재 커프스는 가격미정, 샤넬(Chanel). 2 송아지와 에피 가죽 소재 체인백은 5백27만원, 루이 비통(Louis Vuitton). 3 메탈 소재 귀고리는 1만9천원, H&M. 4 실크 자수 장식의 슈프림 캔버스 소재 체인백은 4백58만원, 구찌(Gucci) 5 비즈 장식의 메시 소재 스니커즈는 1백만원대, 디올(Dior).

이브는 뱀의 유혹을 이기지 못했고, 웅녀는 원래 곰이었으며 이집트에선 고양이가 신이었다. 오랜 세월 먹고 먹히는 관계를 유지하다 보니, 인간은 동물에게 의지하고 의미를 부여하고 동물을 신격화하기에 이르렀다. 그래서 인간이 알타미라 동굴에 벽화를 그리며 첫 예술 활동을 시작할 때부터 동물은 매우 중요한 소재일 수밖에 없었다. 그로부터 약 1만5천 년이 지난 지금은? 동물은 여전히 예술적 행위의 훌륭한 소재이다!

하이패션이라고 다르지 않다. 2016년 가을/겨울 컬렉션에도 어김없이 동물을 향한, 동물에 의한, 동물적 감각이 가득하다. 게다가 단순히 프린트로 그치지 않고 고전적이고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육감적으로 똬리를 틀고 있는 뱀이나 관능적인 자태의 표범 등 하이주얼리 브랜드가 사랑하는 동물의 이야기가 아니다. 가장 동시대적이며 핫한 브랜드라 자처하는 구찌, 로에베 등이 자수, 비딩, 조각 등의 기법으로 동물을 묘사하고 액세서리를 만들며 캣워크를 동물의 왕국으로 탈바꿈시킨 것. 이런 흐름을 주도한 것은 다름 아닌 구찌의 알레산드로 미켈레다. 2015년 가을/겨울 구찌의 첫 컬렉션에서 그는 이탈리아 가문의 문장에서 볼 법한 금사로 수놓은 벌과 입체적으로 수를 놓고 은색 비즈로 완성한 새를 의상 곳곳에 배치했다. 그리고 그 다음 봄 시즌부터 2016 가을/겨울 컬렉션에 이르기까지 그의 동물 사랑은 해를 거듭할수록 대담하고 적극적이다. 그 목록은 다음과 같다. 레이스 소재 위엔 잠자리를 놓았고, 꽃무늬 드레스에는 구불구불 기어가는 뱀을 그렸다. 비즈를 장식한 무당벌레 브로치를 거쳐 올 가을/겨울 시즌에는 중국 도자기에서 볼 법한 금붕어를 비즈로 표현했고, 포효하는 검은 표범을 의상 전면에 그려 넣었다. 더불어 용과 호랑이, 공작새 문양을 수놓은 스카잔의 유행도 동물의 사실적 묘사에 힘을 불어넣었다. 스텔라 맥카트니는 2016년 프리폴 컬렉션에서 고양이에 대한 탐구를 이어갔다. 커다란 고양이 얼굴 문양으로 짜인 자카드 재킷과 스커트, 고양이 프린트 실크 셔츠, 고양이털을 묘사한 줄무늬 페이크 퍼 코트를 선보였고, 가을/겨울 컬렉션에서는 백조 프린트의 드레스로 또 한번 동물에 대한 애정을 과시했다. 샤넬의 칼 라거펠트는 자신의 애묘 슈페트를 향한 애정을 벨트, 브로치, 팔찌에 드리웠고 로베르토 카발리는 뱀 귀고리와 잠자리 장식을 선택했다.

로에베의 조나단 선더스는 모던하고 현대적인 실루엣에 손으로 그린 고양이 얼굴의 목각 목걸이를 더해 컬렉션의 분위기를 예술적으로 변화시켰다. 만약 로에베의 고양이 목걸이가 없었더라면 로에베의 컬렉션이 그토록 빛날 수 있었을까? 조나단 선더스는 사람과 가장 가까운 동물인 고양이를 매개로 우리가 살아가는 여러 문화를 대변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앞으로도 인간은 동물과 공존해야 하고 동물은 우리의 예술적 영감을 자처할 것이다.

 

실크 소재 스카프는 가격미정, 에르메스(Her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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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코스 소재 스카잔은 17만9천원, 자라(Z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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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 소재 스커트는 가격미정, 스텔라 맥카트니 바이 분더샵(Stella  McCartney by Boon the Sh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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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가죽 소재 토트백은 가격미정, 돌체앤가바나 (Dolce&Gaban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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