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형태의 레스토랑이 등장했다. 어디든 옮겨다닐 수 있지만, 늘 같은 곳에서 만날 수도 있다. 서울의 새로운 레스토랑이 된 푸드트럭 이야기. 그 작은 레스토랑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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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저녁이 되면 여의도 물빛광장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서울시에서 주관하는 밤도깨비 야시장이 열리기 때문이다. 저녁 여섯 시부터 열한 시까지 진행되는 이 행사는 입소문을 타면서 점점 많은 사람을 불러 모으고 있으며 10월까지 진행된다. 한강 주변에 늘어선 푸드트럭은 야시장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 스테이크, 야키소바, 버거, 모히토, 셰이크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사람들은 강가에 앉아 푸드트럭에서 산 음식을 먹으며 다정한 대화를 나눈다. 금요일의 장사가 끝나고 한숨 돌릴 틈도 없이 연이어 바쁜 하루가 시작되는 토요일, 두 명의 젊은 대표가 라오스의 현지 음식을 파는 ‘라오 푸드트럭’의 뒤를 쫓아가 보기로 했다. 라오 푸드트럭은 두 가지의 소스를 선택할 수 있는 코끼리 닭꼬치와 치킨, 오믈렛, 베이컨에 약간의 야채가 들어간 라오스 샌드위치, 그리고 바나나, 초코시럽, 연유와 코코넛파우더를 버무린 팬케이크 등이 주메뉴다. 왜 하필 라오스일까? 대답은 간단했다. 푸드트럭을 시작하게 된 계기이자 이 모든 여정의 출발점이 바로 라오스 여행이었기 때문이다. 퇴사 를 고민하며 하고 싶은 일을 찾던 두 사람에게 적절한 돌파구가 된 것이 라오스에서 맛본 음식으로 구성한 푸드트럭 운영이었다. 메뉴 개발과 노하우를 전수받기 위해 지난겨울, 다시 라오스를 찾아 수없이 많은 샌드위치를 맛보고 다녔고 올해 1월부터 본격적으로 장사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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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 푸드트럭의 하루는 치아바타 빵의 속을 파내는 일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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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위해 필요한 것들
하루 일과는 오전 열 시, 설거지를 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설거지를 마치고 나면 샌드위치에 쓸 치아바타 속을 파내야 한다. 보통 토요일은 금요일의 1.5배 정도 되는 양을 준비한다. 이날은 약 510개의 빵이 준비되어있었다. 빵의 속을 파는 건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이다. 한 명이 빵에 칼집을 내면 다른 한 명이 속을 파낸다. “얘 기하면서 하니까 그래도 재미있네요. 진행도 빠르고. 원래 둘 다 피곤한 얼굴을 하고 앉아 침묵 속에서 빵만 자르고 파는데, 단순 노동이다 보니까 금방 질리거든요”. 말을 마치자 마자 웃음을 터트렸다. 그 순간, 오랜 친구 사이이기에 가능한 편안함이 느껴졌다. “서로에 대해 잘 아니까 편한 점은 있죠. 그러다 또 사소한 걸로 마음 상할 때도 있어요. 어제도 작은 다툼이 있었고요.”

그 다음 미션은 식기를 트럭에 옮기고 오늘 장사에 필요한 재료를 구입하는 것이다. 보통 그날 필요한 재료는 당일에 근처 할인 마트에서 산다. 근처 골목에 세워져 있는 트럭을 타고 마트로 갔다. 바나나 한 박스, 계란세 판, 양파와 양배추, 마실 물과 오렌지 주스 등을 카트에 담았다. 트럭의 뒷문을 열 때 슬쩍 들여다보니 각종 식기와 재료들이 어지러이 놓여있었다. 이동하기 수월한 것은 푸드트럭의 장점이지만 반대로 매번 짐을 풀고 다시 싸기를 반복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다. 마지막으로 주문한 닭꼬치까지 실으면 이제 동대문에서 여의도까지 달려가면 된다. 시계는 어느새 오후 한 시를 향하고 있었다.

행사 당일 푸드트럭은 오후 세 시까지 여의도에 도착해 본부에 출석 체크를 해야 한다. 푸드트럭이 들어오는 입구는 따로 있다. 두 시가 지나면 슬슬 푸드트럭들이 여의나루역 근처 도로에서 보이기 시작하고  세시를 전후로 모든 푸드트럭이 자리를 잡는다. 본격적으로 세팅을 시작하고 영업을 준비하기 전, 30분에서 1시간 정도 여유 시간이 생긴다. 토요일은 날씨가 좋았다. 비가 올 거라는 예보와 달리 하늘은 높고 구름은 예뻤다. 오전 내내 두꺼웠던 구름이 걷히고 햇빛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푸드트럭 뒤편에서 준비해온 돗자리를 깔고 한숨 돌린다. 이웃하는 푸드트럭 스태프들과 인사를 나누고 안부를 묻는 광경이 참 평화로웠다. 몇 시간 후에 찾아올 혼란을 앞둔 폭풍전야와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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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트럭을 설치하고, 닭꼬치를 굽고, 손님을 맞으며 하루는 정신없이 지나간다.

축제가 시작된다
잠깐의 휴식 시간 후, 오후 네 시가 지나면 이제 트럭 문을 활짝 열고 식기와 재료를 풀고, 테이블을 세운다. 트럭의 이미지를 좌우할 간판과 메뉴판도 빠질 수 없다. 영업이 시작되고 나면 사람들이 몰려들어 정신없기 때문에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최대의 효율을 낼 수 있도록 미리 모든 재료를 적재적소에 놓아두어야 한다. 라오 푸드트럭은 두 명의 팀장이 이끌긴 하지만 같이 함께 라오스 여행을 다녀온 친구 둘과 아르바이트생까지 총 다섯 명이 현장을 지킨다. 각자가 역할을 철저하게 일을 진행한다. 한 명은 샌드위치를 만들고 한 명은 디저트를 담당하고, 한 명은 닭꼬치를 굽는다. 트럭 밖에는 주문을 받고 계산을 하는 캐셔와 음식을 건네고 닭꼬치에 소스를 발라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영업을 한 시간 앞둔 오후 다섯 시가 넘어가면 트럭들이 본격적으로 요리를 시작하면서 맛있는 냄새가 거리를 가득 채운다. 모르고 지나가던 사람의 발길도 붙잡을 만한 군침 도는 냄새다. 그 냄새에 반응한 사람들이 트럭 앞에서 언제부터 음식을 판매하는지 묻는 광경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 모든 물음에 친절히 ‘모든 푸드트럭이 여섯 시부터 장사를 시작합니다. 많이 놀러 오세요’라고 답한다. 요리하는 사람과 먹는 사람이 가장 가까이, 직접적으로 만나는 게 푸드트럭이 가진 매력. 다섯 시 반 정도부터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한다. 오픈 전에 줄 서는 게 원하는 음식을 가장 빠르고 효율적으로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다. 그
리고 마침내 여섯 시가 되자, 첫 손님이 주문을 시작한다. 길게 늘어선 줄만큼 요리를 하고, 음식을 건네는 스태프들의 손길이 분주해진다. 그들의 이마에 하나 둘 땀방울이 맺힌다.

초가을의 하늘은 저녁 일곱 시가 되자 서서히 핑크빛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차례를 기다리며 줄을 서던 사람들도, 돌아다니며 무엇을 먹을지 탐색하던 사람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잠시 하늘을 바라본다. 휴대폰 카메라의 찰칵대는 소리가 거리를 채운다. 이곳에는 눈코 뜰 새 없는 분주함과 강가에 앉아 바람을 맞으며 맥주를 마시는 여유로운 분위기가 공존한다. 생기와 에너지로 가득한 여의도 물빛광장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눈은 반짝반짝 빛났다. 음식으로 많은 사람들과 행복을 나누는 푸드트럭이 서울에 새로운 맛을 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