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은 농가 밥상에 가장 또렷하게 먼저 찾아온다. 인근에서 자란, 혹은 직접 재배한 식재료로 계절의 변화에 맞는 한 상을 차려내는 농가 식당을 찾아서 사계절을 누볐다. 그렇게 담아낸 일년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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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음산 산야초밥상으로 향하는 길에 마주한 가을 들판. 2 계절에 따라 바뀌는 장아찌 요리. 장식처럼 올라간 산초 장아찌가 눈에 띈다. 3 잘 가꿔진 식당 곳곳에서 말린 옥수수와 밤 등 가을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4 1인용 솥에 요리한 가마솥밥. 식사를 마치고 숭늉을 부어 먹는 누룽지가 별미다.

오음산 산야초밥상
가을, 오음산으로 향하는 길을 점령한 것은 다름 아닌 샛노랗게 익은 논이다. 강원도 횡성에 자리한 오음산을 마을 사람들은 ‘아무에게나 마음을 열지 않는 산’이라고 말한다. 오음산 산야초밥상은 그 까다로운 산과 함께 사는 공근면 부녀회에서 직접 운영하는 곳으로 사시사철 바뀌는 강원도의 계절을 가장 먼저 식탁에 전한다. 오늘의 메뉴인 오음산 산야초밥상은 계절별 건강한 꽃차를 선보이는 것으로 시작한다. 가을에 채취해둔 도토리로 만드는 도토리묵은 산야초와 발효한 장아찌 소스로 맛을 냈는데, 해바라기씨로 고소함을 더했다. 50년 넘게 손두부를 만든 동네 할머니의 손맛이 담긴 손두부는 매일 아침 만든다. 산야초 돼지고기 수육은 돼지고기 특유의 향을 싫어하는 사람도 불만 없이 먹을 수 있는 메뉴. 약초에 푹 삶아 이미 향긋한 고기에서는 부추향과 달콤한 들깨소스가 입맛을 돋운다. 배추김치, 양배추 물김치 함께 올라오는 산야초 김치는 계절마다 종류가 달라지는데, 봄에는 민들레, 두릅, 가을에는 왕고들빼기, 겨울에는 알타리가 상에 오르는 식이다. 오음산 들판에서 난 쌀로 지은 가마솥밥은 그 자체로도 맛있지만 식사 후 가마솥밥에 먹는 누룽지탕은 별미다. 구수하고 맑은, 인생 누룽지탕을 맛보고 싶다면 배를 비워둘 것! 감자 요리도 빠지지 않는다. 감자버무리, 감자부추잡채 등 정성 어린 강원도표 감자 요리를 맛보자. 마을은 오음산 농촌체험학교도 운영하고 있다. 오음산 산야초밥상의 뒤뜰에도 작은 수세미 정원이 마련되어 있으니 식후 산책을 즐길 것. 커다란 애호박처럼 주렁주렁 열린 천연수세미를 집에 가져갈 수도 있다.
주소 강원도 횡성군 공근면 금계서로 361-9 문의 010-4188-8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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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직접 담근 장을 이용한 찌개 요리를 비롯 풍성한 상이 차려진다. 2 눈의 흔적이 남아 있는 장독대. 3 쫀득한 식감을 자랑하는 굴비는 영광에서 가져온 것. 4 처마 밑에 직접 말린 코다리로 코다리찜을 만든다.

서산 소박한 밥상
서해안 갯벌과 지척이고, 천수만 간척사업으로 생겨난 간척지 쌀, 바다의 영향을 받아 형성된 구릉지대와 온화한 기후로 육쪽마늘, 생강, 인삼, 팔봉 감자, 어리굴젓 등이 풍부하게 수확되는 서산은 풍성한 식단을 자랑하는 지역 중 하나다. 30년 넘게 향토음식을 연구해온 어머니와 조리학을 전공한 아들이 의기투합해 차린 소박한 밥상은 그런 서산의 지역적 장점을 최대한 살린 곳. 직접 재배한 콩으로 담근 된장과 두부, 서산에서 나고 자란 도정 20일 이내의 쌀을 포함한 인근에서 난 농산물, 1등급 한우 등 지역 식재료를 살뜰하게 사용한다. 대부분 예약제로 운영되는 다른 농가식당과 달리 점심시간에 상시 운영한다는 것도 장점! 논두렁길을 따라 들어가면 단층 기와집이 눈에 들어오는데, 큼직하게 솟은 굴뚝에서 나는 연기가 장독대 뚜껑 위에 얇게 쌓인 눈의 흔적까지 포근히 느껴지게 한다. 주요 메뉴는 2인 3만5천원의 정식으로 쌀밥과 연잎밥, 불고기, 그리고 두 시간 남짓 떨어진 전남 영광에서 공수한 전통 방식으로 말린 굴비는 더 먹고 싶은 경우엔 추가 요금을 내고 배부를 때까지 즐길 수 있다. 연못과 장독대, 마당에 놓인 수도까지 정돈된 공간만큼이나 정갈한 한 상을 맛볼 수 있다. 오징어를 잘게 썰어 넣은 매생이전, 우엉잡채, 묵은지와 함께 나오는 두루치기까지. 다가올 봄을 미리 맞이하는 듯한 밑반찬까지 남김 없이 맛볼 것.
주소 충남 서산시 인지면 애정길 150-22 문의 010-8718-3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