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하게 어깨를 강조하는 방식이 집중 조명되고 있다. 좁고 솟은 어깨, 각지고 떡 벌어진 어깨, 흘러내린 듯 한쪽만 조심스레 드러난 어깨 등 어깨에 힘 좀 주는 것. 이것이 최신 트렌드이다.

 

_ARC0270

<얼루어>의 10월호 화보 촬영 현장. 좁고 높게 솟은 베트멍의 가죽 코트를 입은 모델 이혜정은 마치 외계에서 온 뜻밖의 생명체 같았다. 실제로 마주한 뎀나 바잘리아가 선보인 ‘형태 변이’ 의상은 21세기의 새로운 옷 입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는 듯 보였다. 기이함이 주는 충격과 신선함, 덜 고급스러우면서 쿠튀르적인 것을 향한 정신. 그리고 디자이너들이 이구동성으로 가을/겨울 시즌에 전하는 메시지를 떠올렸다.“어깨를 주목하라!”

2014년 가을/겨울 컬렉션에서 미우치아 프라다는 오버사이즈 코트와 풀 스커트의 고전적 스타일링에 뽀얀 어깨를 드러내며 흘러내리는 카디건을 매치하거나 V넥으로 깊게 파인 집업 드레스의 어깨를 열어젖히며 은밀한 어깨의 매력을 드러냈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시즌과 계절을 뛰어넘어 과감하게 혹은 슬그머니 어깨를 드러내는 것은 옷 잘 입는 사람들의 필수 스타일링 !우리는 그동안 얼마나 많은 스트리트 사진과 기사를 통해 ‘오프 더 숄더’의 매력에 대해 이야기했는가! 가냘프고 수려한 선을 지닌 쇄골과 어깨 라인의 에로틱함 말이다. 그리고 가을/겨울 시즌이 시작되자, 어깨에 대한 디자이너들의 애정은 극에 달했다. 어깨를 드러내는 데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변주를 보여주었으니, 그 시작은 어깨의 형태로 컬렉션의 승부수를 띄운 뎀나 바잘리아이다. 베트멍의 컬렉션에서는 ‘어깨 깡패’를 불사하는 넓고 각진 어깨와 귀까지 곧추선 좁은 어깨로 기이한 실루엣이 하이패션을 점령할 것임을 선포했고, 발렌시아의 컬렉션에서는 가슴골에서부터 시작해 어깨의 양 끝점으로 연결되는 V라인으로 가슴과 어깨를 드러내거나 두개의 의상을 레이어드하여 강조하는 방식을 선보였다. 이런 V라인에 대한 실험 정신은 비단 뎀나 바잘리아뿐 아니라 겐조, 디올, 미우미우, 오프화이트 등으로 이어진다. 한동안 촌스럽게 여겨져 잊혀졌던 파워 숄더와 퍼프 소매의 유행에 동참한 디자이너도 여럿이다. 잘록한 허리에 직각 어깨의 재킷을 선보인 루이 비통, 현실성보다는 창의성에 매달린 자크뮈스의 럭비 유니폼처럼 넓은 어깨의 코트, 80년대를 추억하게 하는 생 로랑의 디스코풍 비대칭 소매 등은 우아하고 섹슈얼한 여자에서 강인하고 진취적인 여자로 어깨의 트렌드가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럼 왜 디자이너들은 어깨에 대한 고찰과 실험을 멈추지 않는가? 어깨는 우리의 태도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체 부위이고 우리는 이제 새로운 방식의 옷 입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넓은 어깨는 저돌적이고 거침없는 모습을, 구부정한 어깨는 어눌하고 의기소침한 인상을 남긴다. 이렇듯 다른 이보다 긴 팔, 다른 이보다 넓은 어깨와 같은 평범하지 않은 신체 비율은 개인의 특징을 존중하는 시대에 제일 필요한 덕목일지 모른다. 그래서 올가을/겨울 우리가 취해야 할 다양한 소매를 분류해보았다.

 


03V LINE
자유로운 영혼의 부르주아 여성처럼 보이고 싶다면 발렌시아가가 선보인 뒤로 젖혀진 V자 오프 숄더 재킷을 입을 것. Y자 형태로 특수 제작한 지퍼를 위로 올려 잠그면 자연스럽게 어깨가 벌어진다. 셔츠의 단추를 여러 개 풀어 뒤로 젖히거나 미우미우나 디올 컬렉션에서처럼 코트나 스웨터, 셔츠 등을 V자로 연출하는 것도 한 방법. 대비되는 색의 이너 톱을 입어 컬러 블로킹의 재미를 주어도 좋다.

 

04
ONE SHOULDER
생 로랑의 에디 슬리먼이 한쪽 소매만 있는 번쩍이는 메탈릭 소재 드레스를 보자마자 떠오른 이는 다이애너비. 80년대의 패션 아이콘이 즐겨 입던 ‘한 소매 드레스’는 올 시즌 한 뼘쯤 과장되어 인기를 끌 예정. 이보다 좀 더 수위를 낮춘다면 이자벨 마랑의 리본 디테일 드레스를 추천한다.


05
UNVEILED ATTITUDE
의도치 않게 노출된 듯 청순함과 요염함을 오가고 싶다면 한쪽 어깨만 드러낼 것. 계산되지 않은 듯 계산된 노출의 비법은 오프 숄더보다 더 뜨겁게 유행할 전망이다. 특히 아우터를 한쪽만 젖혀서 ‘옷을 벗으려는 듯’하게 입는 모습을 거리에서 매우 자주 만나게 될 것이다. 한동안 재킷을 어깨에만 걸쳐 입었던 것처럼 말이다.

 

06

NARROW & HIGH
동생 옷을 입은 듯 꼭 맞고 불쑥 올라온 소매의 셔츠와 코트를 선보인 베트멍. 실제로 입어보면 생각보다 더 우스꽝스럽다. 볼륨을 위로 잡아 어깨선 위로 솟은 퍼프 소매도 같은 맥락이다. 퍼프라고 다 어깨가 넓어 보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할 것.

 


07OFF THE SHOULDER
여전히 오프 숄더는 유행의 선상에 있다. 주름 잡힌 여성스러운 디자인은 날카로운 직선으로 변형되었다. 이러한 디자인은 모던한 인상을 준다. 목에서 어깨로 이어지는 고운 선, 우아한 에로티시즘을 즐기고 싶다면 오프 숄더와 튜브톱에 대한 애정을 유지할 것.

 



08HEAVY MASS
파워 숄더가 다시 돌아올 줄이야! 그러나 기어코 돌아왔다. 80년대의 재생이라기보다는 새로운 시대를 정의하는 저돌적인 형태라 칭할 만하다. 런웨이에선 어깨의 너비가 럭비선수의 유니폼을 넘어서 비대해졌지만 현실에서는 각이 잡히거나 발렌시아가가 선보인 끝이 살짝 뾰족하게 올라간 정도로 타협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09CUT OUT EDGE
몸에서 V넥과 홀터넥의 합집합을 빼면 바로 프로엔자 스쿨러가 제시한 어깨가 드러난다. 이렇듯 컷아웃 기법으로 어깨만 부분적으로 드러낸 ‘심쿵’한 디자인이 다양한 소매 행렬에 가담했다. 의외의 노출은 의외의 재미를 더하는 법. 섹시에 위트를 더하고 싶다면 컷아웃의 기술을 노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