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백을 앞둔 가수들이 아무런 사전 예고나 정보 없이 새로운 앨범을 깜짝 발매하는 일이 처음은 아니다.

 

프랭크 오션

프랭크 오션

비욘세

비욘세

이랑

이랑

프랭크 오션(Frank Ocean)이 자신의 새로운 앨범 작업이 거의 끝났다고 밝힌 건 2014년 4월이었다. 그러나 다음 해 7월이 지나도 새 앨범은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1년여가 더 흐른 지난 8월 15일에는 애플뮤직을 통해 45분 분량의 비디오가 공개되었다. 사람들이 18곡으로 구성된 이 비주얼 앨범 <Endless>를 그의 신작일 것이라고 믿고 있을 때, 그는 다시 <Blond>라는 제목의 새로운 앨범을 스트리밍 버전으로 출시했다. 네 개 도시에 팝업 매장을 열고 <Boys Don’t Cry>라는 제목의 잡지를 팬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팬들은 <Blond>를 정규 앨범으로 간주하고 있지만 거의 동시에 스트리밍으로 공개된 두 앨범은 모두 음반 발매 소식이 아직 없다. 3년 넘게 기다리게 만든 프랭크 오션의 신작은 음악 매체들도, 심지어 그의 소속 레이블도 그 존재를 알지 못하고 있었다. 아무런 사전 예고나 정보 없이 새로운 앨범을 깜짝 발매하는 일이 처음은 아니다.

라디오헤드는 2007년 신작 <In Rainbows>의 존재를 블로그를 통해 공개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만큼의 가격을 지불하고 온라인에서 음원을 구매하면 된다’는 전무후무한 앨범 판매 방식을 내놓았으며, 비욘세는 2013년 자신의 이름을 딴 신작 음원을 아무런 예고 없이 아이튠스에 투하하기도 했다. 팬들의 비명소리가 전해질 무렵에서야 뉴스 매체들은 신작 발매 소식을 알릴 수 있었다.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한 새로운 앨범의 출시가 가능해지면서 이러한 깜짝 발매 횟수는 점점 증가하고 있고, 컴백의 방법은 점점 더 다채로워지고 있다. 라디오헤드의 톰 요크는 자신의 솔로 앨범을 P2P 사이트인 비트토렌트를 통해 공개했고, 칸예 웨스트는 아디다스와 협업 중인 자신의 패션 브랜드 이지(Yeezy)의 새로운 컬렉션 발표장을 신작 <The Life Of Pablo>의 프리미어 장소로 활용하기도 했다. 비욘세는 최근 앨범 <Lemonade>를 발표하던 날 HBO를 통해 같은 제목의 영화를 공개하기도 했다. 최근 컴백한 원더걸스는 신곡을 음원 사이트에 공개하지 않고, 흔히들 LP라고 부르는 바이닐 레코드에 담아 먼저 출시했으며, 이랑은 CD를 발매하지 않는 대신 새로운 음악을 책과 다운로드 쿠폰 형태로 내놓기도 했다. 아델이 신작을 일정 기간 스트리밍으로 출시하지 않고 음반과 다운로드로만 판매한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어떤 작품을 내놓느냐’ 못지않게 ‘새 작품을 어떻게 공개하느냐’가 중요해진 만큼 참신한 아이디어에 목말라 있다. 톰 요크는 인터뷰에서 남들과 다르게 앨범을 출시하는 방법을 찾는 데 지쳤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반면, 아직 국내 스타들은 여전히 전통적인 방법에 의존하는 모습이다. 인지도 있는 TV쇼를 통해 돌아오거나, 신곡을 부르는 쇼케이스를 여는 방법 같은 것들이다. ‘깜짝 발매’도 그리 흔치는 않다. 누가 그 틀을 깨고 나올지, 누가 용기 있게 새로운 방식을 실험할 것인지가 궁금해진다. 라디오헤드나 비욘세의 선례처럼, 여기에 좀 더 많은 고민을 하고 나온 음악가 혹은 소속사는 더 좋은 성적을 올릴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이것은 비단 스타 음악가나 주류 음악계에만 해당하는 내용이 아니다. 앞서 언급한 이랑의 신작 <신의 놀이> 1쇄가 순식간에 매진된 것처럼, ‘천국색’과 ‘지옥불색’ 두 가지 컬러로 666매 한정 제작된 불싸조의 LP가 빠른 시간 안에 품절된 것처럼 남들과 조금 다른 발매가 독립 음악계에서도 의미 있는 성공을 종종 만들어낸다. 시대의 흐름에 맞춰, 가장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컴백을 한 음악가를 격려하는 상 하나 정도를 연말 시상식에 추가하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