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하고 잔잔한, 그러나 인생을 깊이 들여다보는 세 편의 일본 영화가 가을바람을 타고 개봉할 예정이다.

 

<바다의 뚜껑>

캡처링 대디 (3)

<캡처링 대디>

가장 관심을 모으는 건, 국제적인 팬을 거느린 이와이 슌지 감독의 신작 <립반윙클의 신부>다. 그동안 <뱀파이어>, <뉴욕 아이 러브 유>처럼 미국에서 촬영하거나, <하프 웨이>, <새 구두를 사야해>처럼 제작자와 프로듀서로만 참여하거나, 아예 애니메이션 작품 <하나와 앨리스 : 살인 사건>을 발표한 이와이 슌지 감독이 오랜만에 일본에서 촬영한 장편 영화다. <하나와 앨리스> 이후로 무려 13년 만이다. 이번에도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소설과 사진집을 먼저 출간했다. 소설은 같은 제목으로 국내에도 번역본이 출간될 예정이다. 가상의 SNS 채널인 플래닛. 실제 삶보다 플래닛에서의 삶을 더 중시하는 나나미는 플래닛에서 만나 결혼한 남편에게 수많은 거짓말을 하고 위기에 처한다. 다시 세상에 혼자 남게 된 그녀는 플래닛의 서비스맨의 도움을 받고, ‘립반윙클’이라는 아이디를 가진 인물과 친해지게 된다. <중쇄를 찍자!>로 우리나라에도 팬이 많은 쿠로키 하루가 나나미 역을 맡았다. 또 다른 주인공은 바로 영상. 조명 없이 모두 자연광으로만 촬영한 아날로그적 색감이 매력적이다.
<바다의 뚜껑> 역시 요시모토 바나나가 쓴 동명의 소설에서 태어났다. 한때 번성했으나 점점 쇠락해가는 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란 마리. 도쿄에서 학업을 마치고 돌아온 마리는 변해가는 동네의 모습에 섭섭함을 느끼고 동네 할머니의 빈 창고를 개조해 일본식 빙수 ‘카키코오리’ 가게를 낸다. 그때 마침 엄마 친구의 딸인 하지메가 집에서 머무르기 위해 찾아온다. 그녀는 막 어릴 적부터 키워준 할머니를 여읜 참이다. 예쁜 외모지만 얼굴에 커다란 화상 자국을 가진 하지메. 두 사람은 작은 바닷가 마을에서 우정을 쌓게 된다. <수영장>, <안경>처럼 <바다의 뚜껑> 역시 대단한 사건이 일어나지는 않지만, 영화가 끝날 때쯤 두 사람은 조금 성장해 있다. 직접 만든 사탕수수 시럽과 귤 시럽을 뿌린 빙수는 한입 먹고 싶을 정도로 시원하고 예쁘다. 원제가 ‘아빠를 찍으러’인 영화 <캡처링 대디>는 작년 개봉한 <바닷마을 다이어리>를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다. 하츠키와 코하루 자매의 아버지는 14년 전 엄마와 이혼하고 집을 떠났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얼굴도 기억나지 않을 정도다. 어느 날, 자매의 엄마는 아빠가 병에 걸려 위중한 상태니 아빠를 만나 마지막 모습을 사진에 담아오라고 부탁한다. 자매는 내키지 않는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길을 떠나지만, 도착하니 아빠는 이미 세상을 떠난 후다. 자매는 그곳에서 아빠 대신 아직 어린 이복동생과 삼촌을 만나게 된다. 올해 베를린 영화제 출품작이다.
일본의 입시 상황을 다룬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는 모두가 포기한 불량소녀가 명문대에 진학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그린다. 너무나 판타지 아니냐고? 하지만 이 거짓말 같은 이야기는 실화다. ‘꼴찌가 1년 만에 40등급을 올라 게이오 대학에 입학한 이야기’다. 모두가 포기한 불량소녀 사야카는 ‘갸루족’이다. 하지만 엄마는 여전히 딸을 믿고, 선생님도 더없이 긍정적이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이룬 건 결국 자기를 믿어주는 사람들이 있어서였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눈물이 주룩주룩>의 도이 노부히로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