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창작뮤지컬은 여전히 위험한 도전이다. 그런 의미에서 2013년 초연 이후, 2015년 재연에 이어 오는 8월 25일 세 번째 공연의 개막을 앞두고 있는 뮤지컬 <그날들>의 성공은 이례적이다.

 

의 김준수.

<도리안 그레이>의 김준수.

의 유준상.

<그날들>의 유준상.

초연과 재연에서 25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했으니 이쯤 되면 ‘창작뮤지컬의 신화’라는 홍보 문구도 낯간지럽지 않다. 그럼 세 번째 <그날들>은 어떤 모습일까? 우선 반가운 소식은 정학 역의 유준상과 무영 역의 지창욱, 오종혁 등 초연부터 함께한 배우들을 이번에도 만날 수 있다는 거다. 스케줄 문제로 재연 때 함께하지 못했던 오만석도 다시 정학으로 돌아왔고, FT 아일랜드의 이홍기가 무영 역으로 새로이 합류했다. 특히 유준상은 “쉰다섯 살까지 하고 싶다”라고 말하며 공연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어느덧 세 번째 공연인 만큼 연출과 출연진의 고민도 생겼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새롭게 추가해야 할 요소가 있고, 뮤지컬 본연의 색을 지키기 위해 고집해야 할 것이 있다.” 장유정 연출가의 말이다. 이전 공연보다는 영상 사용을 줄여 무대 구성을 새롭게 하고, 젊어진 출연 배우들에게 맞춰 액션도 한층 드라마틱하게 변화할 예정이다. ‘너에게’, ‘부치지 않은 편지’, ‘이등병의 편지’, ‘사랑했지만’ 등 고 김광석의 곡을 바탕으로 청와대에서 벌어진 실종사건, 그리고 청와대 경호원들의 활약을 시간을 넘나들며 보여주는 <그날들>의 무대는 11월 3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블랙에서 펼쳐진다.
오는 9월 3일 개막을 앞둔 뮤지컬 <도리안 그레이>는 단연 하반기 최고의 기대작이다. 이지나 연출가가 극을 맡고, <레미제라블>, <맨오브라만차>의 음악감독 김문정이 작곡가가 되어 본격적으로 곡을 썼다. 오스카 와일드 원작의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은 ‘미’와 ‘추’, ‘노화’와 ‘청춘’에 대해 유려한 문체로 써 내려간 소설이다. 눈에 띄게 아름다운 미모를 가진 청년 도리안 그레이, 젊고 순수한 청년은 달변가이자 능수능란한 사교가 헨리 워튼과 만나게 된다. 헨리의 의도대로 점차 타락해가는 도리안. 그리고 그의 기행과 추한 내면이 그가 아닌, 그의 초상화에 새겨지면서 그림은 차츰 추악하게 변해간다. 역시나 유미주의자이자 달변가였던 오스카 와일드의 장기가 가장 잘 발휘된 작품인 만큼, 관념적이고 강렬한 소설의 이미지를 어떻게 무대에 구현할지 관건이다. 뮤지컬 <도리안 그레이>의 무대가 완성될 수 있었던 것은 도리안 그레이 역의 김준수가 출연을 일찌감치 결심한 덕이 크다. 수년째 티켓파워 1위를 자랑하는 그는 헨리 워튼 역의 박은태와 화가 배질 역의 최재웅에게 직접 캐스팅을 제안하기도 했다. 음악도 기대할 만하다. 음악감독 김문정은 다음과 같이 소감을 말하며 기대를 높였다. “준수가 노래를 부르자 짜릿했다. 지난 4일 앙상블이 처음 연습할 때는 많이 울었다. 핸드폰에 녹음해 온종일 들었다. 이 맛에 곡을 만드는구나.” 초연임을 감안해 30% 할인된 가격으로 공연을 맛볼 수 있는 프리뷰 공연이 개막일보다 앞선 9월 1일과 2일, 이틀간 진행될 예정이다. 공연은 10월 29일까지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리며 원 캐스팅으로 진행된다. 총 3층 규모의 대규모 공연장을 <도리안 그레이>는 채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