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온갖 음식의 향연이 머릿속에 펼쳐지는 출출한 밤. 치킨, 피자, 버거 다 좋지만 부담 없이 속을 달래기에는 만두만 한 게 없다. 만두만으로도 흡족한 집을 찾아 나섰다. 만두 한 개, 맥주 한 잔에 평화가 깃든다.

 

아꼬메르

아꼬메르
아꼬메르(Á Comer)는 가게 이름, 엠파나다가 음식 이름이다. 머릿속에서 낯선 음절을 몇 번씩 되뇌었다. 엠파나다라는 이름이 과카몰리처럼 입에 착 붙기까진 아직 멀었다. 아꼬메르의 레시피는 그 심리적 거리만큼 물리적으로 먼 곳에서 왔다. 경이로운 자연과 뜨거운 태양, 과라니족의 전통과 스페인 문화가 조화된 파라과이. 아꼬메르의 김경림 대표는 20년간 파라과이에서 거주한 남자친구의 어머니가 현지에서 몸으로 익힌 소중한 레시피를 전수받았다. 엠파나다는 남미 전역에서 널리 먹는 일종의 군만두다. 하나씩 포장된 호떡처럼 낱개 포장으로 팔고 사 먹는다. 아꼬메르의 엠파나다 세트에는 네 가지 맛 엠파나다와 샐러드, 감자튀김이 함께 나온다. 테킬라를 약간 섞고 생레몬으로 상큼함을 더한 아꼬메르 생맥주는 엠파나다의 느끼함을 씻어준다. 가격 엠파나다 세트 1만8천원, 아꼬메르 생맥주 5천원. 영업시간 정오부터 오후 10시까지(월요일 휴무) 주소 서울시 마포구 동교로 266-7 문의 02-326-6161

 

향미

향미
연남동 향미가 확장 이전했다. 예전 자리에서 도보 3분 거리다. 요리보다 가벼운 식사 위주의 소박한 중식집인 만큼 만두가 다양하게 팔린다. 부추의 풍미와 바삭한 식감이 살아 있는 군만두, 물만두와 찐만두까지 모두 화교 집안에서 3대째 이어져온 레시피로 완성한다. 돼지고기, 파, 생강, 양념 등을 꽉 채워 하나씩 쪄내는 탕롱빠우는 두 개 이상 주문할 수 있다. 한가운데 빨대를 꽂아 육즙을 먼저 빨아먹은 뒤 수저로 몇 차례에 나눠 떠먹으라는 것이 사장님의 조언. 중식집이면 습관처럼 칭타오를 시키게 되지만, 향미에서라면 하얼빈 맥주도 좋다. 칭타오보다 앞서 중국 최초의 맥주 회사인 하얼빈맥주그룹에서 생산했다. 칭타오에 비해 부드럽고 순하게 넘어가므로 음식의 맛에 좀 더 집중하게 된다. 가격 군만두 6천원, 탕롱빠우 4천5백원, 하얼빈 맥주 5천원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매월 첫째, 셋째 수요일 휴무) 주소 서울시 마포구 성미산로 193 문의 02-333-2943

 

능라도

능라도
병맥주를 달랬더니 대동강 페일 에일이 나왔다. 이북 음식점에서 더부스와 미켈러의 컬래버레이션 맥주를 보는 건 없던 시나리오인데, 손님 중 절반 이상이 청년층이라면 가능할 법도 하다. 능라도는 TV 미식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전부터 이미 SNS로 입소문을 탔다. 어복쟁반과 불고기, 수육이나 지짐이 모두 잘 나간다 해도 어느 테이블에나 만두는 꼭 놓여 있다. 능라도의 만두는 전부 매장에서 손으로 만든다. 매일 하루 두 번, 잘게 간 돼지고기와 숙주, 두부 등을 고루 섞은 소를 가득 넣고 탐스럽게 빚는다. 피는 두툼하고 소는 든든하다. 대동강 페일 에일의 상큼한 과일향, 달지 않고 약간 쓴맛, 적당한 탄산이 손만두의 잡냄새를 잡아준다. 물론 국산 맥주도 있다. 가격 접시 만두 1만1천원(절반 6천원), 만둣국 1만1천원, 대동강 페일 에일 8천원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9시까지 주소 서울시 강남구 언주로 107길 7 문의 02-569-8939

 

골드피쉬딤섬퀴진

골드피쉬 딤섬 퀴진
골드피쉬 딤섬 퀴진은 딤섬 또는 가벼운 안주와 함께 맥주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통통한 새우가 들어간 새우 딤섬, 부추의 녹색이 은은하게 비치는 구채교, 육수가 가득한 소룡포, 돼지고기와 새우를 섞어 넣은 쇼마이 등 골드피쉬의 딤섬은 점심 식사 시간에도 인기다. 저녁 무렵, 맥주 안주는 역시 바삭한 게 진리라고 생각한다면 고기와 야채, 새우를 말아서 튀긴 춘권 종류를 권한다. 맥주는 칭타오와 스텔라 아르투아, 그리고 국산 에일 맥주인 허그미를 갖추고 있다. 참고로 이곳의 또 다른 별미는 무떡볶음. 무를 반죽과 함께 떡처럼 만들어 XO소스로 빠르게 볶아낸다. 쫀득하면서 말랑하고, ‘단짠’보다 ‘매단짠’이라 맥주와 환상의 궁합이다. 고수가 들어간 새우 토스트도 색다르다. 가격 새우 딤섬 7천9백원, 구채교 7천9백원, 허그미 8천원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화요일 휴무) 주소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로 48길 35 문의 02-511-5266

 

포탈라

포탈라
티베트 출신의 이주 노동자였던 텐진 민수 대표가 명동에 오픈한 첫 번째 포탈라는 재개발로 강제 철거당했다. 국내 유일의 티베트 레스토랑으로 한창 자리를 잡아가던 중 어렵게 새 출발을 하게 된 포탈라는 5년 뒤 지 금 종로와 명동, 성신여대점 세 곳에서 티베트 음식과 문화를 알리고 있다. 자연적인 재료를 최대한 살리는 티베트 음식 중에서도 샤박레는 납작한 반죽에 양념한 고기와 야채를 넣고 튀겨낸 튀김 만두다. ‘샤(Sha)’는 고기, ‘박레(Bhak-le)’는 빵을 뜻한다. 한국의 만두와 가장 비슷한 건 손만두인 모모. 전날 먹다 남은 모모를 반쯤 튀기면 코테가 된다. 기름을 두른 팬에 한쪽을 굽다가 재빨리 물을 붓고 뚜껑을 닫아 쪄낸다니, 기본 원리는 교자와 비슷한 셈이다. 티베트의 산초를 공수해 만든 소스가 함께 제공된다. 티베트 맥주를 대신해 인도산 킹피셔를 갖추고 있고, 포탈라에서 직접 담근 티베트 술 ‘창’은 쌀로 만들어 막걸리와 비슷한 풍미를 남긴다. 가격 코테 1만원, 샤박레 9천원, 킹피셔 8천원 영업시간 오전 11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주소 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99 문의 02-318-0094

 

교자인서울

교자인서울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했다. 교자의 경우, ‘보기 좋다’는 건 예쁘고 깔끔한 프레젠테이션과 조금 다른 의미다. 뜨거운 철판에서 갓 구운 교자를 한번에 긁어낸 뒤 통째로 접시에 담아 낸다. 노릇노릇 탄 흔적은 교자 특유의 자연스러움이자 자신감이다. 바싹 지져진 바닥 면의 군만두 같은 식감, 수분을 머금은 윗면의 촉촉한 맛, 그렇게 만들기까지 들어간 정성의 조화. 그러니 파블로프의 개처럼, 투박한 접시에 툭 올려진 교자의 자태를 보면 침이 고인다. 그 소박함과 먹음직스러움이 참 사랑스럽다. 교자인서울은 딱 교자 같은 가게다. 번화가 뒷골목, 좁은 홀에 다닥다닥 붙은 테이블, 다양한 종류의 저렴한 안주들. 살을 맞대고 생맥주 잔을 부딪다 보면 어느새 자정이다. 가격 교자류 3천9백원, 클라우드 생맥주 3천9백원 영업시간 평일 오전 11시부터 자정까지, 주말 오후 5시부터 자정까지 주소 서울시 강남구 강남대로 110길 20 문의 02-563-65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