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으로 말하는 예술가들을 위한 사진전 셋.

 

<무용가 최승희 사진>

<오를랑의 테크노바디 1966-2016>

현대사회에서 아이돌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시간을 거슬러 근현대사에서도 시대의 아이콘이 존재했다. 바로 무용가 최승희다. 김희수 기념 수림아트센터는 무용가 최승희를 한국 최초의 한류스타로 정의하는 <무용가 최승희 사진 : 도약 그리고 펼침> 사진전을 개최한다. 최승희는 1926년, 일본 현대무용의 선구자로 불리는 이시이 바쿠에게 사사하며 본격적으로 무용계에 입문했고, 자신이 개발한 춤을 접목해 새로운 장르의 현대무용을 개척한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녀의 당시 활약상은 1936년, 유럽 여러 나라와 미국을 넘어 중남미까지 이름을 알리며 정점을 찍는다. 그녀가 한류의 시초였다는 말은 바로 여기에서 비롯됐다. 자신의 세계를 명확히 구축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일은 21세기에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암울한 일제강점기, 춤에 대한 열정으로 세상을 밝힌 한 무용수의 인생과 신체가 지닌 선의 아름다움을 확인해볼 수 있을 것이다. 사진전은 8월 12일까지 계속된다.

이어서 소마 미술관의 그룹 작가전 <그 다음 몸 : 담론, 실천, 재현으로서의 예술>은 몸을 매개체 삼은 예술을 다룬다. 이번 전시에는 총 15인의 작가가 참여하는데, 대가 백남준을 비롯 사회적 저항정신을 재치 있게 표현하는 화가 이우성까지, 신구의 작품이 잘 어우러진 전시가 될 전망이다. 안은미 작가의 ‘댄스’ 연작 영상은 카메라 앞에서 막춤을 춰달라고 요청받은 사람들의 반응을 유쾌하게 포착한다. 유목연 작가는 정해진 요일마다 미술관에 마사지숍을 열어 관객을 고객으로 받는 독특한 퍼포먼스를 진행한다. ‘당신의 어깨 위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그냥 웃어요’라는 작품 제목도 호탕하다.

김무영 작가는 ‘오인된 사람’을 통해 알프레드 히치콕의 동명 영화를 콜라주한 작품을 선보인다. 국가 이데올로기가 개인의 몸을 구속하는 관계를 명쾌하게 엮어낸다. 전시는 8월 29일까지 진행된다. 그리고 여기, 신체와 미래의 키워드로 화두를 던지는 작가가 있다. 먼저, 불과 몇 달 전에 인류와 인공지능의 대결로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킨 사건을 떠올려보자. 인류 대표로 나선 한국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 구글 딥마인드에서 개발한 인공지능(AI) 알파고의 대결을 두고 하는 이야기다. 사람들은 현대의 물질사회를 비난하면서, 인간의 영혼은 첨단기술로부터 순수하게 지켜질 수 있다고 믿어온 터였다. 그러나 이 대결을 통해 로봇과 인류가 상생하는 미래가 냉정한 현실로 진입했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껴야만 했다. 성곡미술관에서는 이러한 흐름과 궤를 같이하는 전시 <오를랑 테크노바디 1966-2016>을 꾸린다. 50여 년간 자신의 몸을 대상으로 작업하는 프랑스의 행위예술가 생트 오를랑의 회고전이다. 그녀는 1990년대부터 획기적인 성형수술 퍼포먼스로 이름을 알렸다. 작가는 외과수술을 예술 도구로, 수술실을 작업실로 삼아 자신의 신체 일부를 수술하는 전 과정을 위성중계하고, 마취된 상태로 동양철학과 정신분석학 책을 낭독하는 기묘한 퍼포먼스를 벌인다. 시대가 요구하는 미의 기준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국내에서는 다소 불편하고 괴기한 작품으로 유명한 작가지만, 첨단 기술을 활용해 미래 지향적인 예술을 모색하는 과정 역시 주목할 만하다. 전시는 10월 2일까지 지속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