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독보적인 여배우들이 스크린을 점령한다. 이들은 강렬한 치정과 진실에 뛰어들고, 역사의 소용돌이에 서서 저마다 극을 이끈다.

 

의 케이트 블란쳇.

<트루스>의 케이트 블란쳇.

의 틸다 스윈튼.

<비거 스플래쉬>의 틸다 스윈튼.

먼저, <설국열차>로 우리에게 친숙한 언니가 된 틸다 스윈튼의 <비거 스플래쉬>를 살펴보자. <아이 엠 러브>에서 아들 친구와의 파격적인 사랑을 매끄럽게 묘사한 그녀가 동명의 감독과 재회했으니, 평범한 사랑일 리 없다. 영화 속 틸다 스윈튼은 전설적인 록스타 마리안으로 분한다. 마리안은 남편인 폴과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섬에서 휴가를 만끽하던 중, 그녀의 옛 연인 해리와 그의 딸 페넬로페와 맞닥뜨린다. 갑작스럽게 등장한 과거는 그녀의 욕망을 부추기고, 네 명의 등장인물은 얽히고설킨 탐욕의 세계에 발을 담근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 사랑과 질투, 집착과 유혹은 꽤 끈적하게 풀어진다. 해리 역은 랄프 파인즈가, 폴 역은 마티아스 쇼에나비츠가 맡았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 공개되면서 매진을 기록한 바 있다. 불처럼 타오르는 틸다 스윈튼의 연기는 8월 3일 극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아지랑이처럼 이글거리는 욕망의 저편에서 냉철한 이성을 발휘하는 여배우도 있다. 연기파 배우 케이트 블란쳇의 차기작은 저널리즘을 다룬 영화 <트루스>다. TV 뉴스 프로듀서와 리포터로 25년간 활약한 언론인 메리 메이프스의 회고록 <진실과 의무 : 언론, 대통령, 그리고 권력의 특권>을 원작으로 삼은 영화는 2004년 미 전역을 뒤흔든 부시 대통령의 병역비리를 파헤친다. 케이트 블란쳇은 실존인물인 메리 메이프스를 맡아 증거자료를 입수하고 취재하는 과정을 치밀하게 그려낸다. 방송 이후 문서가 조작되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상황은 전혀 예상치 못한 국면에 접어들고, 그녀는 고군분투한다. 과연 언론인으로서 실추된 명예를 되찾을 수 있을까? 포스터에는 ‘진실을 잃어버린 뉴스!’라는 카피를 얹어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평단에서는 <캐롤>, <블루 재스민>,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를 통해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매김한 케이트 블란쳇의 새로운 대표작이라는 평이 자자하다. 영화는 8월 18일에 개봉한다.
여배우 기근을 겪고 있는 한국 영화계에서 손예진은 탄탄한 존재감으로 작품을 쏟아낸다. 올해만 벌써 세 편째다. 전작 <비밀은 없다>에서 모성애와 광기를 넘나들었다면, 8월의 기대작 <덕혜옹주>에서는 조선의 마지막 황녀의 굴곡진 삶을 묘사한다. 고종황제가 환갑이 되던 해에 태어나 만 열세 살, 일제에 의해 강제 유학길에 오른 덕혜옹주는 이후 일본 백작과의 정략 결혼, 15년간의 정신병원 생활, 조국의 해방을 겪은 역사의 증인이다. 영화는 역사를 중심으로 소설 <덕혜옹주>의 인물 설정과 상상력을 얹는다.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로 감성적인 연출을 보여준 허진호 감독이 오랜만에 메가폰을 잡는다는 점도 기대를 부추긴다. 손예진은 인터뷰를 통해 “덕혜옹주의 마음을 내가 조금이라도 느끼고 그걸 관객분들께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고백한다. 황제의 딸로 태어나 쓸쓸하게 생을 마감한 옹주의 삶. 역사가 잊고 나라가 감춘 잃어버린 시간이 궁금하다면, 그리고 배우 손예진과 더불어 박해진, 라미란을 신뢰한다면 극장으로 향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영화는 8월 개봉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