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밤, 공포 영화보다 오싹한 재미를 주는 게 있을까? 지친 더위에 짜릿함을 주고, 심장을 쫄깃하게 만들어줄 영화 10편. 클래식부터 기대되는 신작까지 두루두루 살폈다.

 

싸이코 (1)

1 싸이코(Psycho, 1960) 회사의 공금을 횡령해 달아난 마리오가 낯선 모텔에서 샤워를 하던 도중 살해를 당하고, 실종된 그녀를 찾기 위해 조사를 나선 탐정도 목숨을 잃으면서 사건이 빠르게 전개된다. 알프레도 히치콕에게 거장이라는 칭호를 붙여준 대표작으로 지금까지도 ‘영화에 대한 새로운 지각을 확립했다’는 찬사를 듣는다. 1960년대 작품이지만 지금 봐도 전혀 촌스럽지 않다. 엔딩 크레딧까지 보고 나면 고전에는 합당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오펀 천사의 비밀 (1)-1P

2 오펀 : 천사의 비밀(Orphan, 2009) 유산으로 아이를 잃고 고통받던 케이트와 존은 입양을 결심한다. 부부는 입양기관에서 또래보다 차분하고 영민한 에스터를 맞이해 다섯 식구의 행복한 삶을 꿈꾼다. 에스터를 둘러싼 의문의 사고가 얽히면서 베일에 감춰졌던 실체가 드러난다. 에스터를 맡은 이사벨 퍼만의 오싹하고 흡입력 있는 연기가 극의 몰입도를 높여주는 핵심 키워드다. 공포감을 고조시키는 방식은 전형적이지만, 섬세한 연기가 맞물려 탄력 있는 긴장감을 선사한다. 카타르시스의 묘미를 느껴보길.

 

렛미인 추가

3 렛 미 인(Let The Right One In, 2008) 외로운 소년 오스칼과 뱀파이어 이엘리, 피로 물든 우정과 사랑은 아름답고 처연하다. 하얀 눈과 붉은 피로 쓰여진 몽환적인 미장센은 긴 여운을 남긴다. 2008년의 스웨덴에서 영화로 제작되고, 이후 2010년 미국에서 다시 리메이크되면서 관객의 호응을 얻었다. “내가… 평범한 여자애가 아니어도 좋아해줄래?” 이엘리의 대사는 쉬이 잊히지 않는 슬픈 명대사로 손꼽힌다.

 

잔예 (3)

4 잔예 – 살아서는 안 되는 방(The Inerasable, 2015) 독자 사연으로 단편 소설을 쓰는 소설가에게 어느 날, 여대생의 제보 편지가 도착한다. 새로 이사 간 집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린다는 것. 소설가는 과거에 받은 독자편지와 비슷한 사연에 흥미를 느낀다.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석연찮은 사건이 꼬리를 물고, 괴담의 근원을 추적할수록 소설가의 일상은 공포로 물든다. 일본 공포소설의 대가 오노 후유미의 소설 <잔예>를 바탕 삼은 영화가 지난여름 일본에서 개봉했을 때, ‘끝까지 볼 수 없었다’는 리뷰를 대량 생산했다. 원작은 제26회 야마모토 슈고로 상을 수상했다.

 

사다코 대 카야코 (2)

5 사다코 대 카야코(Sadako vs Kayako, 2016) 저주받은 비디오테이프에서 기어 나온 사다코와 죽음의 집에 들어서는 모든 사람에게 죽음을 덧씌운 원령 카야코. 비디오테이프를 우연히 발견한 유리와 죽음의 집으로 이사 온 스즈카가 저주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일본 공포 영화의 슈퍼스타, <링>의 사다코와 <주온>의 카야코의 만남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만우절 농담처럼 시작된 영화는 상상보다 치밀한 플롯을 담고 있다. 다양한 버전의 후속편 때문에 흥미가 떨어진다면, 각각 오리지널 제작팀이 참여했다는 점을 상기해보라.

 

무서운이야기3 (1)

6 무서운 이야기 3 : 화성에서 온 소녀(Horror Stories III, 2016) 살아서는 빠져나갈 수 없는 여우골의 전설을 표현한 공포 설화 <여우골>, 멈추지 않는 공포의 속도감을 담은 질주 괴담 <로드레이지>, 아이와 인공지능 로봇의 약속으로 사건이 전개되는 독특한 호러물 <기계령>. 과거와 현재, 미래로 엮인 옴니버스 영화다. 세 가지 이야기를 이어주는 브리지 에피소드 <화성에서 온 소녀>는 민규동 감독이 연출했다. 익숙하지만 교묘하게 비튼 발상이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다.

 

알이씨 (2)

7 알.이.씨(REC. 2007) 리얼 TV 다큐 프로그램 <당신이 잠든 사이에>의 리포터 안젤라와 카메라맨 파블로는 촬영을 위해 소방서를 방문한다. 소방관을 취재하던 중 한 통의 구조 전화가 울리고, 촬영팀은 대원들과 함께 현장으로 출동한다. 무언가에 전염된 듯 사건 현장의 사람들은 하나 둘 기이하게 변하고, 온전한 사람들은 살기 위해 건물을 벗어나려 필사의 탈출을 감행한다. 믿지 못할 괴기스러운 현장은 실시간으로 대중에게 공개된다. 좀비물에 페이크 다큐멘터리와 흔들리는 핸드 헬드 카메라 기법의 결합은 신의 한 수. 현장감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제대로 일깨워준다. 스페인에서 열광적인 지지를 얻고 전 세계로 퍼져 현재 4편까지 제작됐다.

 

인시디어스 (4)

8 인시디어스(Insidious, 2012) 행복한 조쉬 부부와 세 자녀에게 기이한 일들이 생기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막내아들이 다락방 사다리에서 떨어져 혼수상태에 빠지는 사고가 일어난다. 집 안을 감싸는 불길한 공기,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는 서서히 숨을 조인다. 인시디어스, 단어의 뜻처럼 서서히 퍼지는 전율이 남다르다. 공포 영화계에 한 획을 그은 <쏘우>의 감독 제임스 완의 작품답다. 후속작은 3편까지 나왔지만 마니아들은 1편을 으뜸으로 친다.

 

곡성 (1)

9 곡성(The Wailing, 2016) 작은 마을에 낯선 외지인이 나타난 뒤로 의문의 연쇄 사건이 벌어진다. 경찰은 집단 야생 버섯 중독이라 잠정적으로 결론짓지만, 사건에 대한 소문과 의심은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간다. <추격자>와 <황해>로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받은 나홍진 감독이 연출을, 배우 곽도원이 첫 주연을 맡았다. 아역 김환희의 폭풍 연기는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본격 공포 장르는 아니지만 그보다 강렬하게 심장을 공격한다. 그 결과 제69회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초청되었다.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뉘는 영화이기도 하다.

 

컨저링 (6)

10 컨저링 2(The Conjuring 2, 2016) 무서운 장면 없이 무서운 영화라 소문난 <컨저링>의 후속편. 전작이 초자연현상 전문가인 워렌 부부가 외딴 농가에 침입한 악령과 싸운 실화를 그렸다면, 이번에는 영국 엔필드에서 일어난 귀신의 집의 실화를 다룬다. 워렌 부부가 겪은 수많은 사건 중 가장 기이하고 증거가 많은 사건이기 때문에 비현실적인 묘사가 꽤 사실적이고, 실제 관련자의 증언과 자료를 공개해 공포를 극대화한다. 조언하 자면 끝날 때까지 방심은 금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