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질 제거를 ‘왜’ 해야 하는지, 각질 제거를 하면 피부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등 피부과 전문의가 각질과 관련된 다양한 궁금증에 대한 명쾌한 답변을 들려주었다.

Q1 춥고 건조한 겨울철뿐만 아니라 요즘 같은 계절에도 하얗게 들뜬 각질이 자주 출몰해요.
여름에는 강한 자외선으로 인해 피부가 쉽게 건조해져요. 피부 각질 세포 사이를 메우고 있는 지질 성분이 부족해지고 각질 세포들 사이로 수분이 빠져나가게 되어 피부에 버짐이 핀 것처럼 각질이 올라오는 거죠. 이런 경우에는 물리적인 자극을 가해 각질을 제거하기보다는 보습에 신경 쓰는 것이 올바른 해결책입니다. 피부 본연의 지질막은 보호하면서 노폐물은 흡착하는 순한 클렌저를 이용해 세안하고 보습제를 발라 피부에 충분한 수분을 공급하는 게 중요합니다.

Q2 각질 제거제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성분인 AHA와 BHA는 정확히 어떤 성분들인가요?
AHA와 BHA는 유사한 화학 구조를 가진 산성 성분입니다. 버드나무와 자작나무 등의 나무나 과일에서 추출하죠. 피부 각질층의 결합을 끊어주면서 자극 없이 각질 탈락을 유도하는 일종의 필링(Peeling) 작용을 하는 성분입니다. AHA에는 글리콜산, 락틱산, 젖산과 같은 성분이, BHA에는 살리실산 같은 성분이 해당됩니다. 두 성분 모두 오래된 각질 세포를 녹이지만 AHA는 수용성이고 BHA 계열은 지용성입니다. AHA 성분은 각질만 제거하는 반면 BHA는 각질 제거는 물론 모공 깊숙이 침투해 모낭 안쪽의 피지도 제거합니다. 일반적으로 AHA 계열은 중성, 건성, 민감성 피부에, BHA 계열은 중지성, 지성, 복합성 피부에 적합합니다. 최근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PHA는 AHA와 유사한 성분이지만 분자 구조가 커 피부에 천천히 흡수되므로 자극이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때문에 피부가 많이 민감하거나 홍조가 심하다면 HPA를 함유한 필링제 사용을 권합니다.

Q3 지성 피부의 각질 제거법이 궁금합니다.
피지가 과다 생성되는 지성 피부는 지방산으로 인해 각질층이 약해지면서 피부 수분이 쉽게 증발되어 건조해지기 쉽습니다. 따라서 피부는 과다한 각질층을 쌓아 스스로를 보호하려고 하죠. 이런 경우에는 주1~2회 정도 스크럽제를 이용해 유분과 뒤섞인 각질을 제거한 뒤 수분을 즉각적으로 공급해주는 세라마이드 세럼이나 로션을 바르는 게 좋습니다. 화학적 성분의 필링제는 수용성이라 각질만 제거하는 AHA보다, 각질과 피지를 동시에 제거할 수 있는 BHA 성분이 함유된 제품을 사용하는 게 좋습니다. 만약 여드름이 있는 피부라면 스크럽 제품의 알갱이가 피부 표면에 자극을 줄 수 있으니 피하는 것이 좋고, 각질 제거 기능이 함유된 세안제나 토너 등으로 매일 각질을 제거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Q4 각질 제거제의 종류 중에서 필링제와 스크럽 제품은 어떻게 다른가요?
필링제의 원리는 화학 성분을 이용해 각질 세포 사이사이의 결합을 끊어주는 것입니다. 그에 비해 스크럽 제품은 알갱이로 마찰을 일으켜 각질을 제거하는 제품이죠. 그래서 각질층이 두터운 피부에 적합합니다. 다만 각질이 균일하게 벗겨지지 않거나 피부에 자극이 될 수 있다는 게 단점입니다. 사용할 때는 각질 제거제를 손에서 충분히 녹인 뒤 물기가 있는 얼굴에 부드럽게 문질러야 피부 자극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피부가 많이 예민한 편이라면 알갱이의 자극에 의해 비립종이 생길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Q5 각질 제거를 자주 하면 피부가 얇아지지 않을까요?
잦은 필링으로 ‘피부가 얇아졌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각질층을 한꺼번에 너무 많이 제거해 나타나는 일시적인 현상입니다. 이런 경우 2주 정도가 지나면 피부에 다시 새로운 각질이 채워지게 됩니다. 이후에도 피부가 계속 얇아진 것처럼 느껴진다면, 그건 피부 자극으로 모세혈관이 확장되고 피부가 붉어진 상태가 지속되었기 때문입니다. 각질이 탈락하는 과정에서는 피부 속 수분이 빠르게 증발하고 피부가 민감해질 수 있으므로 가벼운 각질 제거 후에는 수분을 곧바로 보충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Q6 각질 제거를 하면 할수록 내성이 생길까요?
충분히 가능성이 있습니다. 각질 제거 화장품의 경우, AHA와 BHA를 함유한 제품을 사용한 뒤 피지로 인해 막혀 있던 모공이 열리면서 일시적으로 피지가 과다하게 분비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는 피지가 늘어난 것이 아닌 일시적인 반응입니다. 그러나 이를 참지 못하고 평소보다 자주 각질 제거제를 이용해 피지와 뒤섞인 각질을 제거하면 피부는 각질층을 더욱 두텁게 만들 수 있습니다. 피부의 유수분 밸런스를 위해 남겨두어야 할 각질까지 없애다 보니 피부는 스스로 수분을 보호하기 위해 각질층을 쌓아 올리기 때문이죠.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피부가 자극받아 예민해지거나 건조해지는 등 다양한 피부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Q7 각질 제거의 적정 주기가 궁금해요.
각질 제거는 아침보다는 저녁에 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각질 제거제가 피부에 자극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평소 피부가 많이 건조한 편이라면 1~2주에 1회가 적당하고, 피지 분비가 많은 지성 피부일 경우 주 2 회 정도가 좋습니다. 피부가 민감한 사람은 2~3주에 1회 정도 각질을 제거하고 스크럽제보다 필링제를 택하되 PHA성분이 함유된 저자극 제품을 사용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각질 제거제를 사용한 후에는 피부에 보습제를 발라 수분을 충분히 공급하고, 다음 날 아침에 세안할 때는 폼이나 오일 타입의 클렌저 보다는 피부와 유사한 pH 레벨의 저자극 클렌징 워터로 가볍게 노폐물을 닦아내면 피부 자극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