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내면을 엿볼 수 있는 세 권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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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화제를 불러 모은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부터 시작해보자. 무라카미 하루키의 오랜만의 본격 에세이인 이 작품은, 언제나 그렇듯 출판사의 판권 전쟁을 일으켰다. 선인세는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나, 업계의 추측에 따르면 5억원 선. 판권전쟁에서 승리한 현대문학은 번역 작업을 끝내고 이달 하루키의 사진과 올해 출판계의 대유행인 로즈쿼츠색 띠지를 두른 책을 출간했다. 결과는 역시 하루키. 특유의 문체로 그 어느 때보다 솔직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는 소설에 대해, 소설을 쓰는 상황에 대해 스스로 정리하고자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소설가는 포용적인 인종인가’라는 제목을 단 첫 장은 ‘작가란 기본적으로 이기적인 인종’이라고 유쾌하게 말하며 ‘소설가’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들려준다. 두 번째 장 ‘문학상에 대한 논란과 자신의 입장을 밝힌다. 다음 ‘오리지낼리티에 대해서’에서는 처음에는 일본어로, 그 다음에는 영어로 작품을 쓴 뒤, 다시 그 영문 작품을 일본어로 바꾸면서 자신의 문체를 찾는 과정을 대해 적는데, 오랫동안 그의 작품을 읽어온 독자들에게 대단히 흥미로운 대목이다. 하루키의 이야기는 이렇게 열두 장을 빼곡히 채운다. 하루키가 궁금하다면 그 답은 이 안에 다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 책은 단숨에 서점가의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한편, 일본 발간 초기에는 오프라인 서점에서만 이 책을 구입할 수 있었다. 인터넷 서점에 대한 대항의 의미였다.

다음은 이언 매큐언, 리처드 도킨스, 줌파 라히리, 조앤 K. 롤링, 이창래, 존 그리셤 등의 이야기를 들을 차례다. 매주 일요일 발행하는 <뉴욕 타임스 북 리뷰>는 세계에서 가장 널리 읽히는 서평지다. 작가들의 인터뷰를 싣는 ‘By the Book’은 인기 코너로, 작가들에게는 공통적으로 “과대평가된 책은?” “대통령에게 권하고픈 책은?” “자기계발서도 읽는가?” “만나보고 싶은 작가는?” 등의 질문이 던져진다. <작가의 책>은 그에 대한 55인의 인터뷰를 편집해 엮은 책이다. 그러니 이 글은 온전히 책에 의한, 책에 대한 이야기다. 평소 문학을 멀리해왔다면 지극히 따분한 책이다. 온통 모르는 책과 소설 속 인물, 작가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니까. 하지만 책을 사랑하고 좋은 책을 호시탐탐 찾고 있는 독서가에게는 이보다 좋은 책이 없을 것이다. 마치 파도 파도 끝없이 다이아몬드가 나오는 광산 같달까.

마지막으로 귀 기울여야 할 이야기는 젠더 불평등을 다룬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로  페미니즘을 대표하는 작가가 된 리베카 솔닛의 에세이다. 그녀가 만든 ‘맨스플레인’이라는 말이 전 세계로 퍼지며 스타가 된 그녀의 글솜씨는 <멀고도 가까운 : 읽기, 쓰기, 고독, 연대에 관하여>에서 더욱 빛난다. 부제처럼 이 책은 읽기와 쓰기, 고독과 연대, 병과 돌봄, 삶과 죽음, 어머니와 딸에 대한 이야기다. 자신의 삶은 물론 주변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그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이다. 작가에게 이해한다는 것은, 바로 용서이자 사랑이다.이야기를 듣고 받아들이는 것, 곧 ‘듣기’와 ‘읽기’의 능력이자 타인의 감정에 자신을 이입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읽기와 듣기에 서툴다면 우리는 누구도 이해할 수 없고 자신 안에 갇힐 뿐이다. 우리가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