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 드 보통은 공항을 유목민의 정신을 이어가는 곳이라 했다. 그 정신을 이어가기 위한 멋진 옷차림은 무엇일까? 옷 잘 입는다는 서른 명의 사람에게서 자신만의 개성을 담은 공항 룩을 엿봤다.

 

interview_15_069_master

name : 심연수
occupation : 트랜드 이슈 폴리시 공동 대표 & 스타일 디렉터
어릴 적 여행은 호기심으로 가득했다. 많을 것을 보고 경험하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나를 돌아보며 온전히 쉴 수 있는 여행에 집중한다. 여유롭게 돌아보며 미련 없이 다음을 기약하는 여행은 그 지역의 내밀한 곳까지 안내한다. 비행은 여행의 시작과 끝이므로 더욱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떤 옷을 입고 갈지 전날 골라놓을 정도로 신경 쓴다. 혼자 여행할 때에는 옆에 앉은 사람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시도하는데, 상대에게 호감을 불러일으키는 외양 역시 나에겐 여정의 일부이다. 비행기에서 내려 바로 일정을 소화해야 할 경우를 대비해 아우터는 꼭 신경 써서 입고 플립플랍을 신더라도 패셔너블한 디자인을 고르며 랄프 로렌의 광고 캠페인 속 여인처럼 매 순간 잘 차려입으려고 노력한다. 어디에서든 나를 멋지게 만드는 것은 순간순간을 즐기는 데에서 시작한다.

 

interview_30_015_master 수정1

name : 한혜연
occupation : 스타일리스트
여행의 모든 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서기 직전, 샤워를 하고 비행기에 오르는 것이 나만의 룰. 장시간 비행에서는 시차에 적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도착 시간이 밤이라면 비행기 안에서 깨어 있고, 낮이라면 멜라토닌을 먹고 꼭 잠을 청한다. 면 소재의 와이드 팬츠나 롱 스커트를 입고 실루엣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상의는 몸에 꼭 맞게 입는 편. 만약 상의를 헐렁하게 입고 하의를 타이트하게 입었다면 레깅스로 갈아입는다. 캐시미어 스카프와 선글라스는 항상 휴대한다. 폭이 넓은 스카프는 잠을 잘 때 얼굴을 가리거나 목을 따뜻하게 하는 데 유용하다. 에코백 안에 베이식한 디자인의 클러치백을 넣어서 타는데, 수납 기능을 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여행지에 도착했을 때 스타일을 바로 업그레이드하기 좋다.

 

interview_14_016_master 수정2

name : 김영글
occupation : 에스팀 이스튜디오 & 셀프 에스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비행 시간에 상관없이 편하게 입자는 주의이지만 홈웨어처럼 신경 안 쓴 옷차림은 지양한다. 평소 셔츠를 좋아하는 데다, 박시한 셔츠는 파자마처럼 편하게 입을 수 있고 포멀한 분위기도 낼 수 있어 공항 룩으로 즐겨입는다. 넉넉하고 길이가 긴 셔츠를 데님 쇼츠와 함께 입어 캐주얼하게 스타일링하며, 장시간 비행일 때는 좀 더 편하게 레깅스를 매치한다. 셔츠의 가장 큰 장점은 출발지와 정반대의 날씨인 도시로 여행을 갈 때 더욱 빛난다. 박시한 셔츠 속에 얇은 반팔 티셔츠를 레이어드해 입었다가 단추만 풀어 연출해도 좋고 셔츠 위에 니트 스웨터나 카디건을 덧입어도 멋지다. 또한 출장지에 도착하자마자 오피셜한 자리에 가야 할 땐 하의만 바꿔 입고 클러치백 같은 액세서리를 더하면 포멀하게 변화를 줄 수 있다.

 

interview_03_056_master 수정1

name : 서동미내
occupation : 위 메이드 썸띵 굿 대표
휴양지로 떠날 때 가장 편하면서 스타일리시하게 입을 수 있는 건 롱 스커트다. 아무리 신축성이 좋아도 바지는 불편하고 쇼츠는 나이에 맞지 않는 듯하여 비행기를 탈 땐 산뜻한 풀 스커트를 주로 입는다. 오늘 입은 데님 재킷은 남편의 것인데, 이렇게 오버사이즈의 데님 재킷을 원피스에 매치하면 여행의 설렘을 더해준다. 데님 재킷은 여기저기에 매치하기 좋아 짐을 줄여야 하는 여행지 룩으로 활용도가 높다. 공항에서 빛을 발하는 것은 위 메이드 썸띵 굿의 벨트백. 공항에서는 특히나 부산하게 움직일 일이 많은 데다 오랜 경험을 통해 비행기를 탈 땐 짐이 많이 필요 없다는 것을 깨달았고 여권, 휴대폰, 신용카드와 약간의 현금, 립밤 정도 넣기 딱 좋은 벨트백을 만들게 되었다. 여행지에서 진가를 발휘하는 똑똑한 아이템!

 

interview_16_064_master 수정2

name : 이예지
occupation : 멜트 대표
여행은 일상의 지루함에서 곧바로 벗어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바로 내가 전개하는 브랜드의 모토이기도 한 ‘인스턴트 바캉스’. 따뜻한 날씨를 좋아하다 보니 여행지로 동남아시아를 선호하는 편인데 목적지에 도착하여 호텔까지 가는 데에 어색함이 없도록 보헤미안풍의 의상을 입고 어디에서든 유용하게 입을 수 있는 로브를 걸친다. 특히 지금 입은 가벼운 울 소재의 로브는 기내에서는 담요처럼, 리조트에서 아침을 먹을 때에는 근사한 아우터로 활용 가능한 최고의 아이템이다. 허리를 조이지 않는 나풀거리는 니트 팬츠 역시 계절을 넘나드는 데 제격이다. 비행은 여행의 시작인 만큼 기내에서는 몸과 마음을 가볍게 유지한다. 화장실을 자주 가게 되더라도 물을 자주 마셔 붓는 걸 예방하고 식사 역시 샐러드 정도로 가볍게 한다. 체온을 유지시키기 위해 신는 두툼한 양말을 제외하고 모든 것을 가볍게 하는 것이 나만의 기내 스타일. 올해 휴가는 친구를 만나러 마이애미로 떠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