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 드 보통은 공항을 유목민의 정신을 이어가는 곳이라 했다. 그 정신을 이어가기 위한 멋진 옷차림은 무엇일까? 옷 잘 입는다는 서른 명의 사람에게서 자신만의 개성을 담은 공항 룩을 엿봤다.

 

interview_28_004_master 수정1
name : 강희재
occupation : Utg 대표
직업상 정말 다양한 옷을 입고 스타일을 만들어내지만 비행기 안에서는 최대한 자유롭고 싶다. 몸을 조이는 건 참을 수 없는 고통이다. 그래서 부드러운 저지 소재의 원피스나 스커트를 입는다. 그렇다고 너무 편하게 입는 건 안 된다. 몸의 윤곽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소재이기 때문에 오버사이즈의 재킷을 입거나 오늘처럼 앞치마 형태의 베스트로 가림의 미학을 발휘해야 한다. 공항에서는 의외로 많이 걷는 데다 저지 원피스에 슬리퍼의 매치는 홈 웨어를 연상시키므로 스니커즈를 신는다. 피부가 민감해 기내에서는 담요 대신 얇고 긴 스카프나 카디건으로 얼굴과 목을 감싸준다. 목을 보호하는 동시에 잠들었을 때의 민망한 모습을 감출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여행 룰이 한 가지 더 있다. 잃어버리거나 손상되면 속상해서 여행을 망칠 수 있는 고가의 액세서리는 절대 갖고 가지 않는 것.

 

interview_26_062_master 수정1

name : 곽영미
occupation : 버츠비 코리아 대표
일 때문에 비행기를 타는 일이 많아 주로 비즈니스 캐주얼을 입는다. 무릎과 허벅지 중간 길이의 반바지를 좋아해서 비행기를 탈 때에도 재킷과 함께 매치하는데 이때 멋스러움을 더하는 것이 바로 유머이다. 포멀한 의상이더라도 절개나 테일러링에 위트가 있는 것을 입어 패션 감각을 드러내는 것. 열대 지역으로의 여행을 떠날 땐 리넨 소재의 재킷을 꼭 챙겨가길 권한다. 쌀쌀한 저녁이나 드레스업을 해야 할 때 등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다. 기내에서는 재킷을 벗고 캐시미어 카디건과 머플러를 한다. 머플러를 둘러 목을 보호하는 것은 절대 잊지 않는다. 짧은 일정일 경우 커다란 핸드 캐리어에 짐을 싸서 기내에 들고 타는데, 짐을 찾는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다.

 

interview_05_140_master 수정1

name : 비비안
occupation : 모델
보스턴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중이라 보스턴과 한국을 오가는 비행이 가장 많다. 직항이 없어 뉴욕에서 환승해야 하기 때문에 스무 시간 이상을 비행기와 공항에서 보낸다. 그래서 최대한 ‘편안하게 입기’가 공항 룩의 포인트. 헐렁한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고 오버사이즈 스웨트 셔츠나 항공 점퍼를 입는다. 검색대에서의 불필요한 시간을 줄이기 위해 주얼리는 최대한 배제한다. 대신 옷에 스터드나 반짝이는 장식이 있는 것을 고르고 도드라지는 색상의 립스틱으로 생기를 더한다. 장시간 비행에 빼놓지 않는 것은 USB로 작동하는 휴대용 가습기. 티트리나 라벤더 오일을 넣어서 습도를 조절하면 피부와 호흡기를 촉촉하게 유지할 수 있다. 다음 여행의 목적지는 파리였으면 좋겠다. 음식, 패션, 건축, 예술을 여유롭게 즐기고 싶다.

 

interview_17_034_master

name : 이수연
occupation : 듀이듀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개인 여행과 비즈니스를 철저하게 분리하는 편이다. 요즘은 업무와 관련하여 중국 출장이 잦다. 공항에서 바로 페어에 참석하거나 미팅 장소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아 활동하기 편하면서도 스타일리시하고 포멀하게 입는다. 신축성 있는 소재의 트렌디 아이템을 선택하는 것이 핵심이다. 오늘 입은 것처럼 엉덩이를 덮는 실크 소재의 테일러드 재킷과 스판덱스 소재의 플레어 팬츠를 입으면 기내 안과 밖에서 모두 유용하다. 신발은 평상시에도 편한 것이 좋아 스니커즈와 샌들을 즐겨 신는다. 여행은 내가 경험하지 못한 삶을 잠시나마 살아보는 것이라 생각하여 일부러 고생스럽게 하는 편. 올 초 2주 동안 인도를 다녀왔는데 다음에는 아프리카 여행을 계획 중이다.

 

interview_13_002_master

name : 이호원
occupation : 씨제스 홍보 해외 사업부 마케터
뉴욕에서 공부하고 일을 했기에 뉴욕을 자주 오갔고 지금은 국제 영화제와 관련한 업무를 위해 칸, 베니스, 베를린 등으로의 장시간 비행이 잦다. 워낙 블레이저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비행기에서 내려 바로 업무를 처리해야 할 경우를 대비해 주로 구김이 적은 소재의 테일러드 재킷에 통이 넓은 보이프렌드 핏의 데님 팬츠를 매치한다. 특히 찢어진 데님 팬츠는 테일러드 재킷의 격식에 캐주얼한 느낌을 더하기 좋은 아이템. 비행기에서 내릴 때에 필요한 비니와 선글라스는 꼭 챙기고 건조한 피부에 수분을 공급할 수 있게 미스트를 수시로 뿌린다. 햇빛을 받고 태닝하는 것을 좋아해 건조하고 더운 지역을 많이 여행하는데, 다음번 행선지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남미 지역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