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 드 보통은 공항을 유목민의 정신을 이어가는 곳이라 했다. 그 정신을 이어가기 위한 멋진 옷차림은 무엇일까? 옷 잘 입는다는 서른 명의 사람에게서 자신만의 개성을 담은 공항 룩을 엿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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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 손정
occupation : CF 감독& 슈퍼 페이스 대표
홍콩에 살고 있는 나는 서울과 중국에서의 일로 한 주는 홍콩, 한 주는 서울, 또 다른 한 주는 중국에서 보내는 그야말로 노마드의 삶을 산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대부분 일터로 향하기 때문에 스마트 캐주얼을 선호한다. 느슨하게 보이지 않게 흐르는 듯한 소재는 피하고 재킷이나 트렌치 코트 등 포멀한 아이템을 입는다. 옴짝달싹할 수 없는 비행 시간은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값진 시간. 아이패드나 책을 가지고 타야 해서 이왕이면 사이즈가 넉넉한 토트백을 선호한다. 기내 바닥에 두든 선반에 올리든 모양이 유지될 수 있는 단단한 형태가 좋다. 도착 기내 방송이 나오면 미스트를 뿌리고 밝고 붉은 계열의 립스틱을 바른다. 미스트는 건조한 얼굴에 수분 보충뿐 아니라 정신을 맑게 해주어 꼭 챙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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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 김소진
occupation : 브라이드앤 유 대표
비즈니스로 뉴욕과 홍콩을 주로 다니고 일년에 한 번씩은 따뜻한 나라로 휴가를 떠난다. 휴가를 갈 땐 티셔츠에 조거 팬츠를 입고 슬립온을 신는데 조금 격식을 차려야 할 동행이 있는 출장이라면 스타일도 달라진다. 평소에도 편안하고 내추럴하게 입는 것을 좋아해서 넉넉한 실루엣의 셔츠 원피스에 손이 가장 많이 간다. 에코백은 여밈이 없는 가죽 숄더백으로 대체하고 슬립온은 미들 힐의 구두로 타협한다. 구두를 신었을 경우에는 슬리퍼를 따로 챙기는데 기내에서 제공하는 슬리퍼는 너무 얇아 잘 벗겨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여정이든 꼭 가져가는 것이 바로 캐시미어 카디건. 울 소재는 다소 덥게 느껴지지만 캐시미어는 온도에 맞춰 보온을 해주기 때문에 사시사철 장소 불문 공항 룩에 절대 빠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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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 김원정
occupation : 럭키 슈에뜨 니트 디자이너 & 졸리꼼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온전히 쉬러 가는 휴양은 친숙한 곳에서 늘어져 있는 것이 최고라 생각한다. 그래서 한국에서 가까운 휴양지인 괌에만 열 번 정도 갔다. 열대 지역으로 떠날 땐 다리를 자유롭게 하는 저지, 니트와 같이 편한 소재의 롱 스커트나 원피스를 입고 알록달록한 컬러로 활기찬 기운을 불어넣는다. 발이 잘 부어 비즈니스 트립을 제외하곤 플립플랍을 신고 볼드한 주얼리를 하여 드레스 업과 다운의 균형을 맞춘다. 기내에서도 잘 자는 편이라 장거리 여행도 그리 힘들지 않다. 와인을 한잔한 후 평소 모자랐던 잠을 몰아 자고 일어나면 목적지에 도착해 있곤 한다. 여행을 자주 가는 편인데도 어쩌다 보니 지금껏 방콕을 못 가봤다. 다음 여행지는 예스러움과 모던함이 공존하는 방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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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 이혜미
occupation : 잉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나는 일본 파리 뉴욕 런던 등 도시를 좋아하는 도시 여행자이다. 몸을 조이지 않는 롱 스커트를 입고 헝클어진 머리를 가릴 수 있는 후드 스웨트 셔츠를 입는 것이 공항 스타일 법칙. 지나치게 캐주얼한 인상을 덜기 위해 스커트는 메탈릭한 소재나 강렬한 프린트의 것을 고른다. 여기에 빼놓지 않는 것이 레깅스다. 다리를 따뜻하게 하면 다리가 덜 붓기 때문. 혈액순환을 돕는 압박 레깅스는 특히 기내에서 유용하다. 비행기를 탈 땐 트렁크는 가득 채우되, 두 손을 가볍게! 그래서 최소한의 것만 챙겨 가볍게 들 수 있는
에코백이나 주머니백을 든다. 다음 여행지는 베를린과 비엔나. 그곳에서 20일간 머물며 영감을 받고 페어에 참석할 예정이다. 라프 시몬스가 휴가를 보낸다는 이탈리아 남부 풀리아는 마음속에 간직한 꿈의 여행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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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 오한길
occupation : 신세계 인터내셔널 머천다이저
여러 브랜드의 머천다이징을 맡고 있어 파리, 런던, 밀라노 등의 도시를 매달 다닌다. 게다가 비행기에서 내려 바로 쇼룸으로 향하는 일이 다반사. 캐주얼한 룩에 약간의 트위스트를 주어 스타일의 감도를 높인다. 특히 어깨가 좁은 편이라 오늘의 룩처럼 어깨가 비대칭이거나 장식이 더해진 것을 선택하고 티셔츠보다는 격식 있으면서도 편안한 오버사이즈의 셔츠를 입는 편이다. 발렌시 아가나 발맹의 것처럼 각이 진 재킷 역시 스타일링에 도움을 준다. 예전에는 언제 어디서나 하이힐을 신었는데, 지금은 금세 발이 피로해져 미들 힐의 구두를 신는다. 일과 관련된 사람들을 공항에서 자주 만나기 때문에 엷게 메이크업을 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물론 기내에서는 클렌징 티슈로 닦아낸 뒤 수면팩을 바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