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숙, 박나래, 이국주. 개그우먼 출신을 제외하고도 최근 TV에서 자주 보이는 여자 예능인들이 있다.

 

여성 버라이어티, .

여성 버라이어티, <언니들의 슬램덩크>.

의 엄현경.

<해피투게더 3>의 엄현경.

이 현상에 크게 일조한 건 KBS가 8년 만에 선보이는 여성 버라이어티 <언니들의 슬램덩크>다. <언니들의 슬램덩크>는 김숙, 라미란, 홍진경, 민효린, 제시, 그리고 티파니까지 여섯 명의 출연자 중 한 명을 매주 ‘꿈 계주’ 자리에 앉힌다. 멤버들이 번갈아가며 계주의 꿈에 함께 도전한다는 기획이다. 관광버스를 운전하는 게 꿈이었던 김숙, 걸그룹을 꿈꾸는 민효린 등 꿈도 각양각색이다. 개그우먼 출신은 김숙 한 명뿐. 라미란과 티파니, 홍진경과 제시처럼 프로그램이 아니었으면 만날 일이 없었을 것 같은 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의외의 화학작용을 지켜보는 것이 프로그램의 묘미다. <언프리티 랩스타> 이후 <런닝맨>, <라디오스타> 등 예능에 꾸준히 출연해온 제시는 그 어떤 예능에서도 중간 이상의 존재감을 발현한다. 교포 출신의 독특한 말투에 ‘센 언니’라는 캐릭터가 합쳐져 여성 예능인에게 흔히 기대되는 틀에서 벗어나 있는 덕이다. 발로 피아노를 친 박진영의 퍼포먼스를 보고 “토할 뻔했다”라고 말하는 젊은 여성 출연자는 몇 없을 거다. 가슴을 강조한 옷차림도 구설수에 오르지 않는다. 그런 제시에게도 첫 예능 고정 출연은 <언니들의 슬램덩크>가 처음이다. “라미란과 홍진경이 누구인지 몰랐다”는 제시가 출연자들과 어떻게 관계를 쌓아갈지 지켜볼 만하다.

민효린 역시 <언니들의 슬램덩크>의 수혜자 중 하나다. 그다지 기대되지 않는 출연자였던 민효린의 밝고 솔직한 성격과 애교 넘치는 말투는 여자들까지 ‘심쿵’하게 한다. 메이크업을 해보고 싶었다며 홍진경에게 클레오파트라 분장을 해주고는 만족하기도 하고, 혼자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 먹기에 도전하며 “막상 해보니까 혼자 밥 먹는 것 별것 아니네”라며 웃기도 한다. 특히 식사를 하는 도중 대구 사투리가 섞인 말투로 아버지와 나눈 통화의 내용이 무척 다정해서 보는 사람이 다 흐뭇할 정도였다. 지난 5월 11일, 소속사인 JYP 식구들과 함께 출연한 <라디오스타>에서도 민효린은 태양과의 열애에 대해 스스럼없이 털어놓았다. 한마디로 예능 게스트로 딱 좋은 캐릭터다.

가장 의외는 현재 <해피투게더3>와 <나 혼자 산다>에 출연 중인 엄현경의 활약이다. 처음으로 예능감을 드러낸 건 김정민, 이수민, 서유리 등과 함께 출연한 지난 2월의 <해피투게더3>, ‘접수하러 왔습니다’ 편이었다. 잘 춘다던 춤은 뻣뻣하기 그지없었고, 악녀 연기의 노하우로 얻게 된 뺨 때리기는 장기라고 하기에는 부족했지만 “막상 해보니까 예능이 잘 맞는 것 같다”고 태연하게 말하던 엄현경은 정말로 <해피투게더3>의 인턴 MC를 거쳐, 지금은 고정의 자리에 앉았다. 엄현경의 남다른 점은 매사 태연하다는 것이다.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김예림의 ‘올라잇’을 모창하고, 성시경의 외모가 어떻냐는 질문에는 “평범하신 것 같다”고 스스럼없이 답한다. 심지어 남자 연예인에게 호감을 표했다가 거절당한 경험이나 무명 생활이 길었던 점도 굳이 감추지 않는다. 이런 덤덤함은 <나 혼자 산다>에서도 이어진다. 11년째 혼자 살고 있다는 그녀는 방송에서도 뭘 특별히 하려고 하지 않는다. 집에 놀러 온 엄마와 언니를 위해 함께 먹을 간장게장을 배달 주문하고, 후식으로는 오렌지 하나만 덜렁 껍질을 벗겨 내놓으며, 외출할 때는 머리에 드라이샴푸를 칙칙 뿌린다. 요리 프로그램을 비롯해 어떤 예능에 출연해도 늘 ‘보기보다 여성스러운’, ‘알고 보니 맏며느리감’ 등의 표현을 칭찬처럼 선사받는 여성 예능인들 사이에서는 보기 힘든 심드렁한 태도다. 연출된 게 없으니 보는 사람도 불편할 게 없다. 과잉 설정과 일침이 미덕이 된 남성 위주의 예능에서 이들의 존재는, 그래서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