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아이의 깨끗하고 맑은 마음으로 삶을 되돌아보는 전시를 추렸다.

 

드림웍스, Kungfupanda 2008.

앤서니 브라운, 고릴라 1975.

앤서니 브라운, 고릴라 1975.

순수로 향하는 여정은 그림책계의 슈퍼스타, 작가 앤서니 브라운에서 출발한다. 그는 대화가 단절된 가족의 소통 문제나 가사노동에 시달리는 여성 문제처럼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에서는 보기 드문 의미심장한 주제를 다룬다. 여기에 더해진 기발한 구성은 과연 아이들을 위한 책이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깊이 있는 작품세계를 완성한다. 그래서 그의 그림책은 어른을 위한 동화라 부르고, 아이는 물론 엄마도 좋아하는 그림책이라는 영예를 얻었다. 1976년 데뷔한 작가의 방대한 작품생활을 되짚는 전시 <행복한 미술관>은 우리에게 행복의 의미를 묻는다. 예술이라는 이름의 무게에 주눅들지 말고 솔직하고 자유롭게 상상의 나래를 펼치라는 작가의 말에 충실한다면, 더욱 신나고 즐거운 여정이 될 거다. 전시는 6월 25일부터 9월 25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다음은 세계 각국의 동화책을 펼칠 시간! 먼저, 잠들기 전 엄마가 동화책을 읽어준 그 밤의 기억을 떠올려보자. 아련하고 따스한 추억은 전시 <동화로 만나는 세계>로 향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설명을 추가하자면 동화는 동심을 토대로 지은 아동문학의 한 갈래다. 그림책은 그림이 주가 되는 반면 동화책은 이야기의 비중이 더 크다. 예부터 구전으로 전해진 전래동화와 새롭게 창작된 창작동화로 나뉘지만, 어린이의 시선을 상상력으로 버무려 재미와 교훈을 안긴다는 점은 다르지 않다. 전시는 44개국의 동화책  400여 권을 선별해 소개한다. 개성이 뚜렷한 동화책 커버는 그 자체로 훌륭한 작품이 되고, 나라마다 다른 특성을 지닌 동화책을 비교해보는 건 흥미로운 일이다. 열한 개의 언어로 번역된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를 한 자리에서 볼 수도 있다. 우리는 이제 공주님과 왕자님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다는 결말을 믿지 않는 나이가 되었지만, <어린 왕자>의 여우가 전해준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말의 무게를 실감하는 나이라는 것 역시 일깨워준다. 전시는 6월 8일까지, KF 갤러리에서 진행된다.

마지막은 영화 <슈렉>과 <쿵푸팬더> <마다가스카> <드래곤 길들이기> 등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은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이 서울에 온다는 유쾌한 소식이다. 새삼스럽지 않다고? 중요한 건 그 종착역이 영화관이 아닌 미술관이라는 점이다. 전시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특별전 : 스케치에서 스크린으로>는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풀어놓는다. 동화 속의 머나먼 왕국은 어떠한 영감에서 출발하고 완성되었는지, 캐릭터의 생동감은 어떻게 주입했는지, 또 마법처럼 황홀한 배경에는 어떠한 비밀이 숨어 있는지 낱낱이 살펴볼 수 있다. 단순히 움직이는 만화영화라기보다 상상과 예술, 기술의 정교한 톱니바퀴라는 걸 깨달을 땐 감동이 밀려온다. 슈렉과 피오나의 사랑에 가슴 두근거리고, 세상과 맞서는 포의 성장을 흐뭇하게 지켜봤다면 반하지 않고는 못 배긴다. 전시는 8월 15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서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