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그룹의 솔로 활동은 개인적인 음악적 성향을 드러내는 자리요, 온전한 스포트라이트의 기회이자, 나아가 향후 진로에 대한 시험대다.

 

애절한 발라더로 변신한 남우현.

애절한 발라더로 변신한 남우현.

솔로앨범 공개를 앞둔 제시카.

솔로앨범 공개를 앞둔 제시카.

감각적인 댄스 무대를 선보인 티파니.

감각적인 댄스 무대를 선보인 티파니.

최근 첫 번째 솔로앨범을 낸 아이돌 중 눈여겨볼 만한 점은 여기에 싱어송라이터로의 진입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우선 첫 타석에는 에이핑크의 메인 보컬 정은지가 올랐다. 가창력을 무기 삼아 촘촘하게 활동해온 그녀였으니, 이번 솔로앨범은 어째 늦은 감이 있다. 솔로 데뷔곡으로 사랑과 이별을 얘기하고 싶지  않았던 그녀는 해외에서 일하는 아빠를 생각하며 쓴 노래 ‘하늘바라기’를 택했다. 흔치 않은 포크송으로 차별화를 두었고, 공동 작사, 작곡, 편곡자로 이름을 올리며 매끄러운 첫발을 내디뎠다. 실력은 라이브 무대에서 빛난다. 부드럽고 안정적인 고음과 배시시 웃는 상큼한 미소, 그리고 노련한 여유가 더해졌기 때문이다. 청순한 걸그룹 에이핑크의 파워보컬 담당이 싱어송라이터의 이미지까지 꿰찼으니, 이 정도면 꽤 성공적이고 또 아주 무난한 결과다.

다음은 소녀시대 가문으로 눈길을 돌려보자. 소녀시대의 티파니는  미니앨범 <I Just Wanna Dance>를 발매했다. 미디엄 템포의 일렉트로닉 팝 댄스를 80년대 레트로 감성으로 요리조리 버무렸다. 파워풀한 목소리에 몽환적인 분위기를 더했고, 다수의 댄서를 배치해 퍼포먼스에 치중했다. 기존 눈웃음 가득한 사랑스러운 모습과는 조금 다른 노선을 택한 것이다. 시류에 걸맞게 넣은 자작곡 ‘What Do I Do’에는 소녀시대 멤버 수영이 쓴 가사를 붙였다. 댄스가수로 자리매김하고 싶다고 밝힌 그녀의 의지는 꽤 확고해 보인다. 비슷한 시기에 제시카도 솔로앨범에 도전한다. 그녀는 이국의 해변에서 촬영한 티저 사진으로 곧 모습을 드러낼 미니앨범 <With Love, J>의 힌트를 내보였다. 앨범 발매 시점이 겹친 만큼 티파니와의 라이벌 구도는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유일한 남성 참가자는 인피니트의 남우현이다. 미니앨범 <Write..>에는 발라더로 변신한 그의 다채로운 음색이 담겼다. 구구절절 사랑을 읊는 익숙한 문법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고루하거나 지루하지 않게 애틋하고 애절한 감정 노선을 잘 끄집어냈다. 그간 대중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보컬리스트로서의 자질을 확인시켰고, 앨범의 절반을 자작곡으로 소화하며 입지를 다졌다. 준수한 결과다. 의외의 수확은 달샤벳의 수빈이 길어 올렸다. 수빈의 미니앨범 <꽃>은 차분하고 감미로운 목소리와 피아노 선율이 조화를 이룬다. 수록곡 ‘꽃’은 사랑을 꽃으로 비유하는 서정적인 가사가 인상적인데, 잔잔한 편곡과 멜로디의 구성이 그녀의 목소리에 집중하게 만든다. 수빈이 이렇게 노래를 잘했던가? 앨범에는 작사, 작곡,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렸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제껏 눈치 채지 못한 그녀에게는 ‘발견’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린다. 그것을 의식한 듯 앨범 커버에는 웅크리고 앉아 있는 수빈의 모습을 담았지만, 얼굴은 뿌옇게 처리했다. 앞으로 그녀의 발전가능성에 한 표 던진다. 팀의 품에서 한발 걸어 나와 자신의 목소리를 찾는 아이돌의 도전은 언제나 이렇듯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