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0년부터 미쉐린 타이어 구매고객에게 호텔과 레스토랑을 추천해준 미쉐린 가이드는 전 세계 미식가들이 참고하는 절대적인 기준이 되었다. 미식가들의 로망이자 레스토랑 별점 평가를 도입한 100여 년 역사의 미쉐린 가이드가 서울판을 발행한다. 서울의 식탁이 기대감과 호기심으로 반짝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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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계획이 잡혔다면, 그 지역의 레스토랑을 찾아본다. 이왕이면 최고의 선택을 하고 싶은 마음은 당연지사. 미쉐린 가이드에서 별을 받았다면 우선 그곳부터 예약을 넣어본다. ‘미식’은 훌륭한 여가 사용법이 되었고, 미쉐린은 그 미식의 가치를 평가하는 권위 있는 가이드북이다.

유럽과 미국판 위주로 발행해온 <미쉐린 그린 가이드>가 가장 먼저 상륙한 아시아 도시는 일본. 뒤를 이어 홍콩편, 싱가포르편이 출간되었다. 그 때쯤이었다. ‘미쉐린 레드 가이드 서울’편이 등장한다는 소문이 돈 것은. 예고편처럼 2011년 관광 가이드인 <미쉐린 그린 가이드 한국판>이 발행되었다. 그리고 지난 3월, 미쉐린코리아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렇게 발표했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활기차고 잠재력 있는 음식 문화를 선보이는 곳이다. 전통적이면서 개성 있는 한국 음식에 주목하고 있다. 미쉐린 평가원들이 서울편 발간을 위해 곧 서울에 올 예정이다.”

미쉐린코리아의 발표와 달리, 호텔과 레스토랑들의 논평은 이미 그들이 적어도 한 번 이상 다녀갔다는 것. 가이드북에 실을 정보 확인을 위해 전화를 받았다는 곳도 있다. 미쉐린은 그 독립성과 공정성을 위해 심사위원의 신분과 세부 심사 평가 기준을 철저히 비밀에 부치고 있기에 누가 어떻게 다녀갔는지 알 수는 없다. 그렇기에 셰프들과 매니저, 소믈리에는 긴장 상태일 수밖에 없다. 등재되면 좋고, 아니면 섭섭한 정도인 로컬 레스토랑과 달리 호텔은 자존심을 걸고 매우 비장하게 임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해외의 미쉐린, 특히 유럽과 미국의 미쉐린의 별점을 받은 레스토랑과 비교하기에는, 아직 서울의 수준이 떨어져도 한참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한국식으로 맛을 충실히 구현하는 레스토랑이 미쉐린의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을까? 한없이 부족할 터인데 별점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까? 유럽의 경우 미쉐린의 별을 유지하기 위해 인테리어는 물론 조경과 와인, 서비스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으나 일본, 홍콩의 경우에는 허름하고 소박한 동네 식당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미쉐린이 상업적 흥행을 위해 아시아 지역에 전략적으로 뛰어들고, 기준 미달인 곳에 별을 남발한다는 비판은 줄곧 있어왔다. 이 비판을 의식했는지 <미쉐린 레드 가이드 서울판>은 서비스와 분위기를 제외한 맛으로만 별점을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요리 재료의 수준, 요리법과 풍미의 완벽성, 요리의 창의적인 개성, 가격에 합당한 가치, 전체 메뉴의 통일성과 언제 방문해도 변함없는 일관성 등 5가지 기준을 평가에 적용한다. 서비스, 분위기는 숟가락과 포크로 표현될 것이라고. 별점의 기준은 같다. 별점 1개는 ‘요리가 훌륭한 식당, ’2개는 ‘요리가 훌륭해 멀리 찾아갈 만한 식당, ’3개는 ‘요리가 매우 훌륭해 맛을 보기 위해 특별한 여행을 떠날 가치가 있는 식당’이라는 의미다.

미쉐린을 둘러싼 사람들의 반응은 호의적이다. 소비자 입장에는 새로운 즐길 거리가 나온 셈이며 평가 대상자들에게도 잃을 것보다 얻을 것이더 많다. 익명을 요구한 셰프는 “셰프의 인기나 명성에 상관없이 공정하게 평가받을 수 있는 기회”라며 만약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더라도 겸허히 받아들이며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고, 역시 익명을 요구한 호텔리어는 “미쉐린의 별을 받는 것은 엄청난 홍보 효과가 있다. 재료의 품질, 조리 수준, 와인 리스트 등 호텔이 강점이 많기에 좋은 평가를 기대하고 있다”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한국형 미식 어워드 코릿의 김성윤 디렉터는 “세계적으로 권위를 갖춘 미쉐린의 한국판은 한국에 대한 관심을 높일 것이다. 우리나라 미식에 대해 마땅한 기준을 찾을 수 없었던 외국인들에게는 좋은 지표가 될 것이다. 또 미쉐린 가이드를 계기로 그동안 다소 부족했던 서비스 품질과 음식의 질과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미쉐린코리아는 정식 명칭을 ‘미슐랭’이 아닌 ‘미쉐린’으로 정하고, 올해 안에 <미쉐린 레드 가이드 2017년 서울판>을 한글판, 영문판으로 발간하는 동시에 디지털 버전도 공개할 예정이다.

또 다른 미식 어워드&가이드
세계 최고 레스토랑 50 The World’s 50 Best Restaurants 영국의 요리 잡지 <레스토랑>이 산 펠레그리노와 아쿠아 파나의 후원으로 해마다 발표하는 어워드. 전 세계 요리전문가로 구성된 900여 명의 회원이 순위를 정한다. 산 펠레그리노는 아시아 지역을 대상으로 한 ‘아시아 최고 레스토랑 50’도 후원한다. 올해 발표된 순위에서는 서울의 밍글스, 정식당, 신라호텔의 라연이 올랐다.

코릿 KorEat 전문가들이 직접 뽑는 한국형 레스토랑 랭킹 서베이로 작년 출범했다. 셰프와 소믈리에, 레스토랑 경영자, 저널리스트를 포함한 ‘백인회’가 10곳 이상의 레스토랑을 추천해 가장 많이 득표한 50곳을 선정한다. 1위부터 10위까지를 선정하고, 다음 40개의 레스토랑을 가나다순으로 발표한다. 1위 밍글스, 2위 정식당 그리고 스와니예, 리스토란테 에오, 레스쁘아 뒤 이브가 뒤를 이었다.

고미요 Gault Millau 미쉐린이 별로 등급을 매긴다면, 고미요는 주방장 모자로 점수를 매긴다. 모자 5개가 최고점이다. 유럽에서는 미쉐린과 함께 가장 권위 있는 레스토랑 가이드로 인정받고 있다. 미쉐린보다 새롭고 실험적인 음식에 후한 점수를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스트로미, 비스트로, 브라스리 세 등급으로 나누어 평가하며 올해의 경영인 부문도 있다.

라 리스트 La Liste 작년 새롭게 출범한 어워드로 특정 기업과 국가의 후원을 받지 않는 ‘투명성’과 디지털 시대의 강점을 활용했다. 공신력 있는 가이드 북과 트립어드바이저, 옐프 등 온라인 리뷰 사이트를 통해 선정된 1000여 곳을 다시 셰프 등에게 평가를 의뢰하는 방식이며, 네티즌의 의견도 반영한다. 작년 1위로 선정된 곳은 스위스의 호텔 드 빌이며 프랑스와 일본의 강세가 두드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