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리스트 한혜연이 엄마에 대한 기억을 향초에 담았다. 금세 우리 엄마를 떠오르게 할 만큼 따뜻하고 향기롭다.

 

한혜연스타일리스트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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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먼의 디어 마미 에디션. 향초와 패턴 스카프, 그리고 스카프 스타일링북으로 구성되어 있다. 170g 13만원.

패션 스타일리스트와 향초 브랜드의 만남이 흥미롭다.
작년 12월의 마지막 날, 새벽까지 사진을 정리하다 문득 엄마를 떠올렸다. 우리에게 엄마란 언제나 그립고 기대고 싶은 존재니까. ‘Dear Mommy’라는 향초가 있다면 어떤 향일까 상상하며 인스타그램에 글을 남겼는데, 그것을 벨먼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보고 함께 향초를 만들어보자 제안해왔다.

벨먼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
첫 조카를 처음 안았을 때의 향기를 형상화한 퍼스트 네퓨, 문을 열고 집에 들어갔을 때 반가워하며 뛰어오는 강아지를 바라보는 느낌을 담은 점핑 도기처럼, 벨먼의 향초에는 모두 아름다운 스토리가 담겨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당신에게 엄마의 향이란 어떤 향기인가?
어릴 적, 멋쟁이였던 엄마의 옷장을 열면 늘 달콤하고 부드러운 향이 났다. 지금도 엄마하면 그 향기가 생각난다.

엄마의 향기란, 누구나 가슴 한 자락에 기억하고 있는 향기다. 일반화시켜서 모두의 공감을 끌어내기 위해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옅은 화장품 냄새와 뒤섞인 엄마의 따뜻한 살내음은 향수의 잔향과 닮았다. 강렬한 첫 향이 아니라 체취와 어우러져 오래도록 은은하게 맴도는 잔향 말이다. 그래서 베이스 노트에 특히 공을 들였다. 톱 노트는 달콤한 푸르티 계열로, 베이스 노트는 포근한 우디와 머스크를 선택했다.

향이란 매우 추상적인 요소다. 기억 속 향을 구체화시키는 과정이 궁금하다.
내가 좋아하는 향기들을 나열해봤더니, 공통 분모가 탠저린 향이었다. 달콤하면서도, 독하지 않고 잔향은 따스할 것.이렇게 머릿속의 이미지들을 구체화시키기 위해 조향사와 많은 얘기를 나눴다. 이를 바탕으로 여러 버전의 향초 샘플을 만들고, 그중 내가 상상하는 향과 가장 유사한 향초를 골라내는 작업을 세 번 정도 반복하는 과정이 3개월 정도 걸렸다. 그렇게 탠저린을 기본으로 달콤하고 따스한 향들이 뒤섞인 디어 마미가 탄생했다.

오렌지색 보틀 그리고 빈티지 패턴의 머플러가 인상 깊다.
젊은 시절 엄마는 오렌지색 옷을 즐겨 입으셨다. 이제는 과거가 되어버린, 아름다웠던 엄마의 젊음을 회상하는 의미에서 보틀의 오렌지색을 톤 다운시켰다. 디어 마미는 엄마 하면 떠오르는 향이자, 엄마에게 선물하고 싶은 향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엄마에게 선물하고 싶은 것들을 떠올려봤다. 목에 드러나는 세월의 흔적을 숨기기 위해 늘 스카프를 묶는 엄마를 생각하며, 아름다운 머플러를 함께 선물해주고 싶었다. 복고적인 무드를 살리기 위해 예스러운 벽지나 카펫의 이미지를 담았다.

평소 향기를 즐기는 노하우가 궁금하다.
조 말론 런던의 포모그래니트 누와나 에르메스의 그린티처럼 톱 노트는 강렬하지만 베이스 노트는 보드랍게 오래 유지되는 향수를 좋아한다. 홈 프래그런스처럼 집 안이나 차 안에 뿌려둔다. 향이 직접 내 몸에 닿는 것보다 공간의 향이 내 몸에 자연스레 배어드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