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푸는 문제성 두피를 위한 구원의 해법일까 혹은 위험한 도전일까? <얼루어> 뷰티 에디터가 직접 경험한 노푸 체험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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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푸의 나날
노푸(No-poo)는 노 샴푸(No Shampoo)의 줄임말이다. 말 그대로 샴푸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물로만 머리를 감는 것을 의미하며, 두피와 모발에 닿는 화학 성분을 배제해 두피와 모발을 건강하게 가꾸는 것이 목표다. 기본 수칙은 오직 물로만 머리를 감는 것이지만, 경우에 따라 베이킹소다를 물에 희석해 샴푸 대신 사용하거나 식초를 물에 희석해 컨디셔너 대용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물로만 감는 만큼 머리가 떡이 지는 현상과 심한 두피 냄새 등의 위험 부담이 있지만, 노푸로 탈모 개선과 두피 강화 효과를 봤다는 후기도 가득해 많은 이들이 호기심을 보이는 관리법이기도 하다.

다행히도 그 시작은 호기로웠다. 워낙 건조하고 푸석한 모발과 두피를 가졌으니 ‘노푸’ 체험도 다른 사람보다 수월할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막상 노푸를 시작하기로 한 날이 다가오자 점점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이에 처음부터 샴푸와 모든 헤어 제품을 끊기보다는 노푸 시작 일주일 전부터 사용 제품을 차츰차츰 줄여나갔다. 첫날은 헤어 에센스를 끊고, 둘째 날은 헤어 컨디셔너를 끊는 식으로 차츰 제품을 줄여나갔고, 노푸 시작 하루 전에는 경건한 마음으로 물에 희석시킨 샴푸를 사용해 마지막 ‘샴푸’를 했다.

드디어 디데이. 물로만 머리를 감는다는 것은 예상보다 낯선 경험이었다. 머리를 감고 난 후, 특유의 개운한 기분이 단 1%도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다. 드라이어로 머리를 말릴 때의 기분은 충격과 공포에 가까웠다. 난생처음 느껴보는 찐득한 감촉이 두피와 정수리 부근에서 강하게 느껴졌기 때문. 다음 날은 결국 샴푸 브러시와 베이킹소다, 식초를 꺼내 들 수밖에 없었다. 노푸를 한다는 건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는 일이었다. 머리에 물을 가득 묻힌 다음 샴푸 브러시를 이용해 두피 구석 구석을 꼼꼼하게 씻어내고, 베이킹소다를 희석한 물에 머리를 담가 두피를 꼼꼼히 씻어낸 다음, 식초를 희석한 물에 모발을 담그는 단계까지 끝마쳐야 비로소 머리 감는 과정을 끝낼 수 있었기 때문. 문제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 머리를 감아도 샴푸를 사용할 때만큼의 상쾌하고 시원한 기분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하루는 물로만 머리를 감고 하루는 베이킹 소다와 식초를 이용해서 머리를 감는 노푸가 거듭될수록 두피는 더욱 간지러웠고, 머리는 날로 뭉쳤다. 사실 가장 큰 문제는 자신감이 위축된다는 거였다. 누가 뒤에 서 있으면 머리를 쳐다보는 것 같아 자리를 피하게 되고, 남자친구가 조금이라도 다가오려 하면 손으로 밀어내며 ‘가까이 오지 마’라고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었으니까. 나중에는 묻지도 않았는데 ‘제가 지금 노푸 중이라 헤어 스타일이 엉망이에요’라면서 만나는 사람마다 때 아닌 고해성사를 하기도 했다.

샴푸 없는 나날들을 보낼수록 물로만 감은 머리에도 나름 익숙해졌다. 샴푸를 사용할 때보다 빗질을 더욱 열심히 해서인지 노푸 전 한 움큼씩 빠지던 머리도 날로 줄어들었다. 샴푸로 머리를 감고 싶은 마음은 여전히 굴뚝 같았지만, 그래도 모발이 적게 빠진다는 것에서 나름의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드디어 대망의 3주 차. 3주간 노푸를 한 결과는 어떨지 나름의 기대를 안고 두피관리센터인 닥터 스칼프를 방문했다.

결과는 생각보다 충격적이었다. 두피 진단 결과, 기존의 건성두피가 건조한 문제성 지성 두피로 변해버린 것이다. 카메라로 두피 사진을 찍어보니 모공에는 피지가 젤리처럼 굳어 있었고, 두피 곳곳은 사막처럼 하얗게 갈라져 있었으며 심지어 염증성 비듬과 건선까지 생겨 있었다. 두피가 줄곧 가렵다고 생각은 했지만, 다 괜찮아지겠거니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더 심각한 두피의 상태에 말 그대로 ‘멘탈 붕괴’ 에 빠져버렸다. “건조하고 예민한 두피를 가진 사람이 노푸를 하면 건조해서 생긴 각질을 깨끗하게 제거할 수 없게 돼요. 이렇게 되면 두피를 깨끗하게 세정하지 못해 쌓인 유분이 기존의 각질과 엉겨 붙어 모공 부근에 피지가 젤리처럼 굳게 되고, 두피 곳곳이 사막처럼 하얗게 갈라지게 되죠. 문제는 이렇게 유수분 균형이 완전히 깨진 두피의 상태가 쭉 지속되면 심각한 두피 염증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미 3주간의 노푸로 인해 두피에 염증성 비듬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 닥터 스칼프의 두피 전문가 김윤주의 설명이다. 머리 가려움증과 냄새를 3주간 꾹꾹 참아오며 노푸를 지속했건만,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던 걸까.

“최근 몇 년간 ‘노푸 열풍’이 불었지만, 사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노푸를 추천하지 않아요. 건강한 모발을 위해선 두피를 청결하게 유지하는 것이 기본인데, 노푸는 아무리 열심히 세정해도 샴푸를 사용한 것만큼 두피를 깨끗하게 씻어낼 수 없기 때문이죠. 두피에 쌓인 각종 노폐물을 깨끗이 씻기 힘든 만큼, 지성 두피는 더욱 심한 지성 두피로, 건조한 두피는 건조한 지성 두피로 변하는 등의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큽니다. 만약 노푸를 시작할 예정이라면, 먼저 두피전문센터를 방문해 현재의 두피 상태를 진단받고 전문가와 상담을 한 뒤 노푸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자체적으로 판단하고 노푸를 실행했다간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거든요.” 김윤주의 조언이다. 건강한 모발을 위해 시작한 노푸는 ‘염증성 두피’라는 상처만을 안겨주었지만, 그래도 느낀 바는 크다. 노푸를 하는 동안 평소 대충 머리를 감던 샴푸 습관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알게 되었고, 두피를 깨끗하게 유지하는 것이 모발 건강의 기본이라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되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