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느닷없이 TV 화면에 나타나 우리 모두를 놀라게 했던 열여섯 살 소녀가 어느덧 스물한 살이 되었다. 스물한 살의 이하이는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면 소재의 터틀넥톱과 슬립톱은 자크뮈스 바이 톰 그레이하운드(Jacquemus by Tom Greyhound).

면 소재의 터틀넥톱과 슬립톱은 자크뮈스 바이 톰 그레이하운드(Jacquemus by Tom Greyhound).

‘한국의 아델’이라는 얼핏 낯간지러운 호칭은, 그러나 이하이에게는 충분히 합당한 호칭이다. 공백을 가진 지 딱 3년째, ‘한숨’으로 다시 한 번 음원차트에서 존재감을 발휘한 이하이는 이제 긴 시간 준비한 정규 앨범 발매를 앞두고 숨을 고르고 있다. 장시간의 촬영에 “하이야, 지금 힘들지? 짜증나는 기분을 표현해봐”라고 말해도 “전 지금 기분 좋은데 어떡하죠?”라고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그녀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오늘 촬영은 당신의 다양한 얼굴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어요.  어땠어요? 실제로 내 안에 이런 모습이 다 있는 것 같아요?
화장을 많이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촬영하는 게 좋았어요. 이런 스타일의 화보 촬영을 꼭 해보고 싶었거든요.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나요?
딱 스물한 살 같지 않나요? YG 소속이다 보니 저도 화려할 거라고 생각하는 분이 많아요. 음악방송에서 워낙 메이크업과 의상을 완벽하게 차려입기도 했고요. 스물한 살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사람들이 당신을 궁금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우리가 <케이팝스타>에서 봤던 소녀 말고, 또 다른 모습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하게 돼요.
집에서는 완전히 막내예요. 오히려 또래 친구들보다 어린 구석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일을 일찍 시작했으니 좀 더 조숙한 면도 있겠죠? 일할 때는 당연히 그래야 하고요.

일하면서 만난 친구가 많나요? 같은 소속사 친구들이라거나.
빅뱅 오빠들이나 투에니원 언니들, 그리고 위너와 아이콘 멤버들 모두 친하게 지내긴 해요. 하지만 다들 팀이 있고 워낙 바쁘기 때문에 자주 만날 수는 없거든요. 중학교 때 사귄 친구들과 오히려 자주 연락해요.

일을 하다 보면 당신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되는 경우가 훨씬 많을 텐데 그런 건 어렵진 않고요?
그렇긴 하지만 취향이나 감이 젊은 분들이 대부분이라서요. 나이가 많다는 생각보다는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동질감을 느낄 때가 더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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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 소재의 깅엄 체크 톱은 래비티(Rabbitti).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 장식의 반지는 지위나이아 바이 톰 그레이하운드 (Jiwinaia by Tom Greyhound).

면 소재의 깅엄 체크 톱은 래비티(Rabbitti).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 장식의 반지는 지위나이아 바이 톰 그레이하운드
(Jiwinaia by Tom Greyhound).

누구를 만나는지 좀 집요하게 물어봤죠? 그런데 궁금했어요. 이하이에게는 음악이 전부일 것 같아서요.
그건 맞아요. 제겐 음악이 전부예요. 저는 제가 좋아하는 게 정확히 뭔지, 잘하는 게 뭔지 잘 몰랐어요. 그런데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가서 좋아하는 걸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가수가 됐고, 꿈을 이뤘잖아요. 한꺼번에 모든 걸 이뤄냈기 때문에 정말 열심히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음악 외의 관심사를 물어보려 했는데 전부라고 냉큼 말해버리네요.
다른 사람들도 제게 그래요. 너는 음악 이야기만 한다고. 물론 다이어트 이야기도 하고, 사적인 이야기도 나누죠. 그런데 저는 좋은 음악을 듣고, 또 그걸 내가 할 수 있는 음악으로 만드는 과정이 정말 재미있어요.

‘한숨’은 위로하는 곡이죠. 당신도 위로받고 싶었던 때가 있겠죠?
3년을 쉬는 동안 노래를 하는 게 정말 내 길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왜 그런 생각을 했어요?
그동안 명확한 활동이라고 부를 만한 걸 거의 하지 않았으니까요. 친구들은 학교도 다니고, 하는 일이 있는데 저는 백수 상태였잖아요.

소속사가 있고, 사람들이 당신 이름을 알아도 그런 기분이 드는군요.
그렇게 쉬고 있으면 사람들이 저를 잊어버릴 것만 같아요. 다른 연예인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저는 길을 걸어 다녀도 체감이 안되거든요. 사람들이 저를 아는지, 제 노래를 누가 얼마나 듣고 있는지.

그때 당신을 위로해준 사람은 누구예요?
어머니가 간장게장집을 하시는데 가게로 팬분들이 찾아온대요. 항상 기다리고 있다고, 절대 잊지 않는다고. 그 이야기가 정말 많이 힘이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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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피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원피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본인의 스무 살은 어땠던 것 같아요? 그 나이 때는 한 살 한 살 먹는 게 특별하게도, 무겁게도 느껴지잖아요.
저도 좀 힘들었어요. 그런데 저는 아직도 제가 1 0대인 것 같아요. 10대 때 했던 일을 그대로 하는데 다만 좀 더 분위기에 빨리 적응할 수 있게 되고, 제 의견을 좀 더 말할 수 있게 된 느낌이죠.

좀 더 즐길 수 있게 된 거라고 생각해도 될까요?
일이 진짜 내 일처럼 ‘착’ 맞게 된 느낌이에요. 예전에는 모니터링도 쑥스러워서 못했는데 이제는 가수라는 직업을 둘러싼 모든 게 제 일 같아요. 좀 더 즐길 수 있게 되고, 더 진지해진 거죠.

스무 살이 되면 꼭 해 봐야지 하고 생각했던 건 없었어요?
많았죠. 일단 혼자 여행을 해보고 싶었고, 여성용 슈트를 맞춰서 입어보고 싶었어요. 특별한 추억이 될 것 같았거든요.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간다는 것은 당신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당신의 모습을 처음부터 공유해야 하는 일이죠. 그런 만큼 팬들과의 관계도 각별할 것 같아요.
제 팬분들은 ‘삼촌 팬’보다 조금 더 나이가 많은, 저희 아버지 나이 정도 분들이 많아요. 워낙 대중적인 프로그램에 출연했기에 가능한 일이겠죠. 처음부터 지켜보고, 투표를 하고, 데뷔하는 걸 봤기 때문에 직접 키운 스타라고 생각하세요.

 

오간자 소재 러플 드레스와 셔츠는 미우미우(Miu Miu).

오간자 소재 러플 드레스와 셔츠는 미우미우(Miu Miu).

당신 나이의 여가수가 정규 앨범을 내는 건 이제 정말 드문 일이 됐어요. <Seoulite> 풀 앨범을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였으면 하나요?
그냥 ‘듣기 좋다’라고 생각해줬으면 좋겠어요. 앨범 전체를 들어도 질리지 않는 구성을 만들려고 노력했거든요. 앨범 전체 곡들을 이어서 들을 수 있는, 듣기 좋은 앨범으로 받아들여졌으면 해요.

엄청 큰 욕심이네요!
그런가요? 그게 욕심인가요?

요즘은 음원으로 노래를 듣는 일에 워낙 익숙해져 있으니까요.
가수가 앨범을 만들 때는 각각의 곡들이 서로 잘 연결되는지 고심하잖아요. 처음부터 끝까지 쭉 들어주시면 정말 감사할 것 같아요.

일은 즐겁게 하는 편이에요?
저는 즐겁지 않으면 멋있는 게 나오지 않아요. 바로 티가 나요. ‘나 지금 멋있지 않아’라고 스스로도 느껴요. 어릴 때는 즐기기 힘든 일을 시키면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건 따로 있는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렇지 않은 것까지 잘해야 멋진 사람인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즐겁게 하려는 거예요. 제가 또 오해를 사는 스타일이기도 하거든요.

어떤 오해요?
멍하니 있으면 차가워 보인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거든요.

이렇게 아이 같고 예쁜 얼굴인데요?
어릴 때는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좀 속상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내가 좀 더 밝게 웃으면 되지’라고 생각해요.

이번 활동에 목표가 있다면 뭘까요?
이번 앨범이 지난 앨범보다 좋다고 생각해줬으면 해요.

그럴 자신감도 있는 거죠?
그렇게 보이나요? 그렇다면, 자신 있어요. 아니에요. 없나? 요즘 제가 이렇게 왔다 갔다 해요. 그런데 정말로 많은 분들이 들어주면 좋겠어요. 왜냐하면 저는 진짜 좋거든요. 제 이번 앨범이. 다른 사람들도 이 감정을 똑같이 느낀다면, 아주 행복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