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가장 성공한 디자이너 가방 브랜드 쿠론을 만든 석정혜가 책을 냈다. 솔직하고 덤덤하게 써 내려간 자전적 에세이 <디자이너가 사랑한 백>은 그녀의 인생과 함께한 가방 이야기가 담겨 있다.

 

COURONNE-Creative-Director-Kate Seok디자이너가 사랑한 백 3D

친한 언니의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책이 쉽게 읽혀졌다. 패션이 어떻게 흘러왔는지 돌이켜볼 수 있는 에피소드가 재미있다. 책을 출간하게 된 계기는?
어느 날 메일이 하나 왔다. 쿠론을 만들 때부터 지켜봐온 팬인데, 출판사에 취업을 했고 자신의 첫 책의 저자가 나였으면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렇게 단순하게 시작되었다. 그 친구의 입사 선물인 셈이다.

책을 읽고 석정혜가 디자인한 백이 왜 여자들에게 인기를 얻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쿠론을 만들기까지 우여 곡절이 많았다. 돌이켜보면 어릴 적엔 분에 맞지 않은 사치를 부리기도 했다. 많은 경험이 나를 여기까지 오게 한 것이기도 하지만 진짜 이유는 내가 갖고 싶은 것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게 보통의 여자들이 원하는 것이었다. 물론 운도 좋았다고 생각한다.

가방이 지닌 매력은 무엇인가?
그 사람의 취향을 정확하게 알려주는 전달자. 옷이나 신발처럼 몸에 입은 것이 아니고 몇 센티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 물건이기 때문에 때로는 사람과 함께 움직이는 공간의 디자인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 매력을 느낀다.

그렇다면 당신의 취향은 무엇인가?
단순한 것을 좋아한다. 음식도 비벼 먹는 비빔밥이나 두 가지가 혼합된 퓨전은 좋아하지 않는다. 유행이 무엇인지 생각은 하지만 지나치게 유행을 따르지 않는다. 과하게 더하는 것보다는 편안하게 입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나의 취향은 당연히 내가 만드는 가방에 자연스레 녹아 있다.

쿠론을 성공적인 브랜드로 성장시킬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마음의 소리를 따랐다는 것. 수많은 가방을 들고 만들어보았기 때문에 내가 들고 싶었던 가방이 결국 사람들이 원하는 가방이었다. 론칭 일년 후 코오롱에 인수되고 대기업의 조직력과 자본력이 더해져 더 큰 시너지가 생겼다.

코오롱을 떠나 신세계 인터내셔널에서 새로운 준비를 하고 있다고 들었다. 사실 석정혜가 없는 쿠론은 상상하기 어렵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쿠론을 두고 나오기 솔직히 쉽지 않았다. 힘들게 고생해서 만들었고, 미친 것처럼 빠져들어 일해왔으니 아무렇지도 않다면 거짓말 아니겠나. 쿠론은 이제 초석을 다지고 건장한 브랜드로 성장했으니 글로벌 브랜드가 될 일만 남았다. 내 마음 한켠에는 언제나 쿠론이 있을 것이고 마음껏 응원할 것이다. 앞으로 계획이 제2의 쿠론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아직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석정혜가 할 수 있는 새로운 것임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