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패션이나 뷰티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공통점이 하나 있다. 민낯에 가까운 자연스러운 피부에 입술에만 강렬한 색감을 얹는다는 것. 남다른 립 컬러 취향으로 스타일을 완성하는 그녀들에게 물었다. 당신의 시그니처 립 컬러는 무엇인가요?

 

1 안아름 | 모델
맥의 크림쉰 립스틱 행업. 3g 2만9천원.
“라이더 재킷을 즐겨 입지만, 테일러드 재킷도 사랑한다. 내가 좋아하는 펑크 룩과 클래식한 룩에 다 잘 어울리는 것이 바로 진한 버건디 컬러다. 보통 진한 색의 립스틱은 입술이 건조해지면서 각질이 부각되는 제품이 많은데, 이 립스틱은 촉촉하면서도 글로시하지 않아 마음에 든다. 평소에는 입술 안쪽에만 발라 틴트처럼 입술을 물들이고, 진하게 바르고 싶을 때는 입술에 깨끗하게 펴 바른 다음 면봉에 파운데이션을 묻혀 입술 라인을 정교하게 정리한다. 입술 색이 진하므로 아이라인은 멋을 부려 그리기보다는 번지듯 대충 그리거나 안 그리는 것이 멋스럽다.”

2 이미현 | <얼루어> 뷰티 에디터
나스의 립스틱 집시. 3.4g 3만7천원.
“주근깨가 있고, 어둡고 창백한 피부톤을 가졌다. 경험상 채도나 명도가 높은 컬러의 립스틱은 이런 피부를 더 칙칙하게 만든다. 또한 여러 립 제품에 도전해본 결과, 펄이 없고 광택이 과하지 않은 립 제품이 피부를 가장 깨끗하게 보이게 하더라. 나스의 립스틱 집시는 내 립스틱의 종착역 같은 제품이다. 자줏빛이 섞인 짙은 레드 컬러로 적당히 매트하게 발릴 뿐 아니라, 압도적인 색깔 덕에 입술에 시선이 집중되어 피부가 화사해 보이는 효과가 있다. 입술이 얇은 편이라 진하게 바르면 입술이 빈약해 보일 수 있으므로, 입술에 톡톡 두드리듯 바르고 손가락으로 펴 발라 옅게 컬러를 입힌다.”

3 정샘물 | 메이크업 아티스트
정샘물의 하이 컬러 립스틱 하이 매트 리얼 레드. 4.7g 2만7천원.
“내 눈동자는 녹색과 빨간색이 섞인 적갈색이다. 따라서 채도 높은 레드 컬러가 잘 어울린다. 덕분에 이 레드 립스틱을 바르면 피부가 더욱 화사해 보인다. 보이는 컬러 그대로 발색될 뿐 아니라, 매트한 립스틱임에도 불구하고 건조함 없이 입술을 편안하게 해준다. 레드 컬러가 깨끗하게 발색될 수 있도록 먼저 피부톤을 전체적으로 깨끗하게 교정한 다음, 립스틱을 바르기 전 파우더를 아주 살짝 발라 입술의 유분기를 정리하는 것이 나만의 팁이다. 면봉 끝에 립스틱을 묻혀 입술산 부분을 그리고 다른 쪽 끝에 파운데이션을 묻혀 입술 바깥쪽을 정리하면 진한 컬러를 더욱 쉽게 바를 수 있다.”

4 서동미내 | 위메이드썸띵굿 디자이너
시슬리의 휘또 립 트위스트 포피. 2.5g 4만8천원.
“예전에는 아이라인을 강조해서 그리고 입술에는 립밤 정도만 발랐는데, 진한 컬러의 립스틱을 발라보니 얼굴이 환해 보이는 효과가 있더라. 그 후 레드 립스틱 마니아가 되었다. 롱 드레스에 스니커즈를 매치하는 등 드레스업과 다운 스타일을 믹스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눈썹은 풍성하게 정돈만 하고 레드 립을 고수한다. 단, 매트한 레드 립스틱은 너무 멋을 낸 것처럼 느껴져서 피한다. 이 제품은 색깔은 선명하지만 립밤 못지않게 촉촉해서 매일 사용하기에 좋다. 특히 포피 컬러는 한국 여자라면 다 사랑할 수밖에 없는 컬러다.”

5 박지영 | 스타일리스트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루즈 엑스터시 402호 4g 4만2천원.
“평소 검은색 의상만 고집할 뿐 아니라, 자외선 차단제 외에는 베이스 메이크업을 전혀 하지 않은 민낯일 때가 많다. 전체적으로 어둡고 색감이 없는 나의 스타일에 활기를 더해주는 것이 바로 이 립스틱이다. 오렌지톤이 섞이지 않은 맑고 순수한 빨간색이라 컬러 그 자체로 세련된 느낌을 더한다. 심플하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 때문에 기분 전환에도 효과적이다. 또한 펄이 전혀 없는 유리 광택이라, 민낯도 밝고 깨끗하게 보이게 하는 착시 효과가 있다.”

6 이명신 | 로우 클래식 디자이너
샤넬의 루쥬 알뤼르 136호 멜로디우스. 3.5g 4만1천원.
“입술이 항상 건조해 보여서 주변 사람들에게 립 제품을 자주 선물 받는다. 수십 개의 립 제품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막상 늘 손이 가는 것은 바로 샤넬의 이 코럴 컬러 립스틱이다. 피부가 하얗고 얼굴에 조금만 진한 컬러를 발라도 화장이 너무 화려해 보이는 이목구비 때문에, 선명한 레드 립 컬러보다는 무난한 코럴 컬러가 더 잘 어울린다. 특히 고급스러운 코럴 컬러인 이 제품은 피부를 화사하게 만들면서도 또렷한 인상을 연출해준다. 한마디로 부드러운 카리스마! 보송하게 마무리되면서도 건조하지 않아서 메마른 내 입술에도 편안하게 발리는 것도 장점이다.”

7 정재옥 | 제인 마치 디자이너
에스티 로더의 퓨어 칼라 엔비 리퀴드 립 포션 330 레탈 레드. 6ml 3만9천원.
“미니멀한 스타일도 좋아하지만 푸치나 미켈레가 디자인하는 요즘 구찌 컬렉션처럼 화려한 프린트도 좋아한다. 이렇게 화려한 옷을 입을 때는 최소한의 메이크업으로 얼굴에 힘을 뺀다. 얼굴 위 컬러를 걷어내는 것이 세련된 분위기를 전하기 때문이다. 모던한 스타일로 입을 때는 레드 립으로 포인트를 더한다. 단 매트한 립스틱은 너무 클래식해 보일 수 있으므로, 시어하게 발리는 립 제품을 선호한다. 요즘 파우치 속 필수품이 바로 이 립래커다. 촉촉하면서도 발색이 좋아 입술이 예뻐 보인다. 특히 명도를 낮춘 고급스러운 레드 컬러가 가장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