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녹차밭과 지리산 자락, 그리고 경남 진해까지. 우리에겐 너무도 익숙한 곳들이 조향사들의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 한국의 자연을 모티브로 완성된 6개의 향.

 

1 아닉구딸의 릴 오 떼 오 드 뚜왈렛 제주의 신선한 공기와 야생의 에너지를 시트러스 계열의 향으로 재현했다. 향긋한 녹차 향에 새콤달콤한 오렌지 향이 어우러져 봄 계절과도 잘 어울린다. 톱 노트가 만다린 향이라 뿌리고 나면 기분이 상쾌해지고 베이스와 미들 노트인 오스만투스와 살구 향이 은은하게 어우러진다. 100ml 19만8천원.

2 데메테르의 독도 브리즈 ‘지구의 환경과 평화를 지키자’는 슬로건 아래 미국 데메테르 본사와 데메테르 코리아가 합작해 한정으로 생산한 향수다. 독도 브리즈라는 이름처럼 청량한 바닷바람을 연상시키는 아쿠아틱 계열의 향을 담았다. 출시 당시엔 향수 판매 수익금의 1%를 <뉴욕타임스> 독도 광고 게재 비용으로 기부했다. 30ml 2만9천원.

3 센틀리에의 오 드 퍼퓸 플라워 오브 산청 경상남도 산청군 지리산 자락의 맑고 고즈넉한 숲의 향을 담았다. 울창한 소나무 숲에서 나는 싱그러운 풀냄새와 감국의 은은한 향기, 순박한 매화 향이 퍼진다. 맑은 공기가 일품인 산청을 표현하기 위해 인공 향료를 첨가하지 않았다. 50ml 7만9천원.

4 이니스프리의 센티드 캔들 1004 프레쉬 브리즈 향초 브랜드 수향과 협업해 만든 제주 메시지 캔들 컬렉션이다. 새벽 이슬을 듬뿍 머금은 제주의 삼나무 숲에서 영감을 받았다. 수작업으로 만든 식물성 소이 왁스를 블렌딩해 향의 지속력도 긴 편이다. 100g 1만8천원.

5 마몽드의 오리엔탈 가든 센티드 룸 스프레이 스위트 플로럴 부여의 금은화와 성남의 옥잠화, 순천의 은목서, 안면도의 해당화 등 이름만 들어도 친숙한 한반도의 자생 꽃 10종을 직접 포집해 향을 완성했다. 향기로운 공간을 연출할 수 있는 룸 스프레이 형태로, 인공 향료가 첨가되지 않은 꽃향기가 은은하게 번진다. 200ml 2만원.

6 아틀리에 코롱의 앙상 진해 우리나라에서 벚꽃이 가장 아름답고 풍성하게 피는 경남 진해의 풍경에서 영감을 얻었다. 벚꽃 향에 레몬과 머스크 향을 더해 시간이 지날수록 포근한 향이 따뜻하게 감싼다. 200ml 49만5천원대.

한국 뷰티 산업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K-뷰티의 영향력이 높아져서일까? 향수 시장에도 한국을 키워드로 한 제품이 잇달아 출시되고 있다. 지난 2012년, 산타 마리아 노벨라는 시티 시리즈로 교토와 피렌체에 이어 서울을 모티브로 조향한 알바 디 서울을 선보였다. 서울의 활기찬 모습에 영감을 얻어 새벽녘 이슬에 젖은 소나무가 풍기는 향을 만들고 향수 박스에는 사진작가 배병우의 소나무 사진을 얹었다. 프랑스의 하이 퍼퓨머리 하우스인 아닉 구딸은 청정 제주에서 구할 수 있는 신선한 녹차 잎과 싱그러운 감귤 향을 메인 향조로 ‘릴 오 떼’ 향수를 선보였고, 아틀리에 코롱의 창립자인 실비 간터와 크리스토프 세르바셀은 경남 진해에 핀 벚꽃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인공적인 향료를 배제한 자연스럽고 순한 향조의 앙상 진해 향수를 만들었다. 퍼퓸 스페셜리스트 김정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아시아권에서는 일본에 가려져 평가절하되었던 한국이 이제는 가장 경쟁력 있는 향수 시장이 된 거죠. 작년 에르메스가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만 향수 전문 부티크를 오픈한 것도 그렇고, 서울의 참신한 매력에 눈뜬 해외 조향사들이 향으로 이를 풀어내고 있는 추세입니다.” 향수 시장이 점점 커지는 요즘, 한국을 이미지로 한 향이 앞으로 어떤 모습과 방식으로 표출될지 사뭇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