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도시에서 잠시 동안 내 집이 되어줄 새 호텔의 문을 여는 건, 분명 여행에서 가장 기분 좋은 순간 중 하나다. 호텔 특유의 정갈하고 산뜻한 향기, 바삭거리는 리넨, 친절한 미소…. 스타우드 그룹의 럭셔리 브랜드인 세인트 레지스 마카오에 머물며 우리가 좋은 호텔에 머물러야 할 이유를 다시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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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오를 홍보하는 유명한 문구 중 하나는 ‘동양의 유럽’이라는 것. 포르투갈령이었던 마카오에는 지금도 곳곳에 포르투갈의 영향을 받은 아름다운 타일, 고풍스러운 저택, 포르투갈 음식 등이 남아 있어 이국적인 정취를 자아낸다. 마카오의 작은 마을 콜로안 빌리지에는 마카오에서 가장 유명한 에그타르트 가게와 최초의 한국인 신부인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가 수학한 작은 성당이 남아 있다. 그러나 마카오를 찾는 많은 사람은 이런 볼거리에는 관심이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항에서 겨우 10분 거리인 코타이 센트럴로 향한다. 10년 전, 구시가지에 몇 개의 카지노가 전부였던 마카오는 코타이 지역 개발을 통해 거대한 리조트와 카지노 단지로 변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동양의 라스베이거스’라는 말이 더 어울릴 정도. 지금도 여전히 무엇인가 새롭게 지어지고 있는 코타이 센트럴은 오늘과 미래의 마카오를 보여준다. 포시즌스, 쉐라톤, 하얏트, 홀리데이인 등 여러 호텔과 카지노가 어우러진 이곳에 세인트 레지스 마카오가 등장했다.

세인트 레지스의 버틀러가 우리에게 해주는 것들
세인트 레지스 마카오에 체크인을 하면 가장 먼저 버틀러가 눈앞에 나타난다. 전 세계 36곳의 세인트 레지스 호텔은 모두 맞춤형 버틀러 서비스를 제공한다. 세인트 레지스 방콕, 세인트 레지스 싱가포르에 머물렀지만 늘 일정이 바빠 버틀러 서비스를 경험해보지 못했기에, 이번에는 다양한 서비스를 경험해보기로 했다. 세인트 레지스의 버틀러 서비스는 각 고객이 필요로 하는 부분을 예상하여 고객에게 맞는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버틀러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다림질 서비스, 짐을 풀고 싸주는 ‘Pack&UnPack 서비스’, 차와 커피, 신문, 각종 예약 대행 등 여행지에서 우리가 필요로 하는 대부분의 것이 제공된다. 나의 버틀러는 여성이었는데, 그녀에게 홍차 서비스와 짐을 풀어줄 것을 부탁했다. 홍차를 홀짝이는 사이, 멋진 회색 유니폼을 입은 나의 버틀러는 짐을 착착 풀어서 스웨터와 티셔츠는 서랍에, 드레스와 코트는 옷장에 가지런히 걸고 뷰티 케이스는 욕실 거울 앞에 두고 총총 사라졌다. 세인트 레지스의 서비스를 총괄하는 페이 린은 이렇게 말했다. “조사한 바에 따르면 여행자들은 짐을 풀고 다시 싸는 데 평균 45분을 소요한다고 합니다. 우리는 그 시간을 고객에게 돌려줍니다.” 그렇게 해서 나는 짐을 풀 시간에 여유롭게 여독을 풀며 다음 일정을 준비할 수 있었다. 새 호텔에서는 매일 디너와 파티가 열렸다. 내가 준비한 드레스가 트렁크에서 다소 눌려 있어서 다시 버틀러에게 전화를 걸었다. 머무는 동안에는 매일 두 벌 다림질 서비스가 무 료. 드레스는 말끔하게 다림질되어 세인트 레지스 커버를 쓰고 돌아왔다. 잠들기 전에는 숙면을 도와주는 캐머마일 차와 꿀이 함께 왔다. 그 밖에도 나의 버틀러는 레스토랑 예약부터 내가 필요한 각종 정보를 확인해주었고, 오며 가며 만나면 서로 이름을 부를 만큼 친근해졌다. 마지막 날에는 세인트 레지스 마카오의 오프닝을 알리는 파티가 새벽까지 계속되었다. 새벽 1시, 버틀러에게 ‘패킹 서비스’를 부탁했다. 그렇게 해서 두 명의 버틀러가 얇은 포장지와 패브릭 주머니를 들고 나타났다. “짐을 싸는 특별한 방식이 있으신가요?” 그들의 짐 싸는 노하우도 궁금했기에 ‘세인트 레지스’식으로 싸달라고 말했다. 그리하여 펼쳐진 모습은 ‘짐 싸기의 예술’이나 다름없었다. 높이를 맞춰 옷을 한 층 놓은 뒤 종이 한 장, 다시 한 층 놓고 종이 한 장을 반복한다. 실크스카프처럼 섬세한 것은 따로 포장하고, 슈즈는 구겨지지 않도록 안에 종이를 채운 뒤 주머니에 넣는다. 그들이 짐 싸는 마술을 부리는 동안 나는 명함을 정리하고 회사 메일을 체크했다. 그들은 짐싸기를 끝낸 후에도 내가 내일 공항으로 언제 떠나는지, 항공편과 차편은 제대로 준비되었는지, 아침은 언제 먹을 것인지를 꼼꼼히 확인했다. 너무 일러서 아침 식사를 하지 못하고 떠날 것 같다는 말에 샌드위치와 음료 등이 든 아침식사 바구니를 준비해주었다! 그것만으로도 완벽한 서비스였다. 그러나 세인트 레지스 마카오의 여운은 길었다. 서울로 돌아온 지 닷새 후, 이미 마카오는 기억 속으로 조금씩 사라질 무렵 트렁크를 열었더니 곱게 패킹된 짐 위에 즐거운 여행이 되길 바란다고 손글씨로 쓴 카드 한 장이 놓여 있었다. 세인트 레지스의 곳곳은 정말이지 아름다웠지만 가장 아름다운 것은 바로 버틀러 서비스였다.

최근 모스크바, 이스탄불, 뭄바이, 두바이에 이어 마카오에 문을 연 세인트 레지스는 2016년에는 랑카위, 쿠알라룸푸르, 몰디브, 창사와 카이로에 새 호텔을 오픈할 예정이다. 리장과 암만, 아스타나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세인트 레지스 역시 스타우드 프리퍼드 게스트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포인트에 따라 업그레이드, 무료 식사, 무료 숙박이 주어진다. 문의 www.streg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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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멋진 곳
1 이리디움 스파(Iridium Spa)
호텔의 꼭대기에 위치한 것은? 레스토랑도 바도 아닌 스파다. 보석에서 영감을 받은 호화로운 스파지만 가격은 합리적인 편. 투숙객들에게 새롭고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26층에 자리해 있는데 그 덕분에 마카오 전체가 내려다보인다. 주중과 주말 요금이 조금 다르다.

2 더 매너(The Manor)
호텔의 레스토랑으로, 머무는 동안 이곳에서 조식은 물론 점심과 저녁을 즐길 수 있다. 뉴욕 스타일의 적장자임을 표방하는 세인트 레지스답게 아침 메뉴가 훌륭하다. 연어 에그베네딕트, 지중해식 달걀 요리, 평범해 보이지만 맛은 비범한 오믈렛과 함께 가벼운 뷔페도 즐길 수 있다.

3 라운지(Lounge)
더 매너의 반대편에 위치한 라운지 바에서는 차와 와인, 칵테일 등과 스낵을 즐길 수 있다. 반드시 맛볼 것은 세인트 레지스 마카오만의 블러디 메리 칵테일! 모든 세인트 레지스 호텔은 그 호텔이 위치한 도시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그곳만의 창의적인 블러디 메리가 있는데 세인트 레지스 마카오의 블러디 메리는 포르투갈과 동양의 멋을 조화시켜 다양한 향신료를 넣었다. 그 맛은 명불허전! 이 칵테일은 특별히 ‘Maria Do Leste’라고 이름 붙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