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향을 느끼고 기억한다는 것. 커플만의 이 낭만적인 교감을 더욱 특별하게 하는 향수는 무엇인지 실제 커플들에게 묻고, 향수 전문가에게 그 향수들의 어울림에 대해 들었다. 기사를 읽고 나면 연인을 위해 고르는 향수의 촉은 더 예민해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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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쉬의 슈가 레몬 오 드 퍼퓸. 이탤리언 레몬과 유주, 오렌지 블라섬과 진저 플라워, 오크 모스와 화이트 샌탈이 조화된 시트러스 계열의 향수. 100ml 15만5천원대. 헬무트 랭의 퀴론. 베르가모트와 만다린, 리치우드와 스웨이드 노트 향이 어우러져 클래식하고 신선한 향이 난다. 100ml 165달러.

노경언 & 박인훈 
패션 에디터 노경언과 릭 오웬스의 바잉 업무를 담당하는 박인훈은 사귄 지 1년 반 된 커플이다. 평소 함께 쇼핑하는 것을 즐기며, 간결하고 세련된 스타일을 선호한다. 노경언은 살결에 은은하게 남는 시원하고 중성적인 향이 좋아서 프레쉬의 슈가 레몬 오 드 퍼퓸을, 박인훈은 클래식하고 따뜻한 향이지만 흔하지 않은 향이 매력적이어서 헬무트 랭의 퀴론을 즐겨 사용하게 됐다.
EXPERTS SAY “중성적인 스타일을 좋아하는 커플인 듯해요. 향의 궁합도 좋은 편입니다. 두 향수 모두 시트러스를 기본으로 한 중성적인 향이 나기 때문이죠. 실제로 두 향수를 함께 사용하거나 서로 향수를 바꿔 사용하더라도 크게 무리가 없을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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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티크의 탐 다오. 로즈우드와 사이프러스, 고아 샌들우드, 화이트 머스크 향이 어우러져 묵직하면서도 관능적인 향이 난다. 100ml 17만5천원. 딥티크의 베티베리오. 쌉싸래한 자몽과 따뜻한 너트맥, 상큼한 일랑일랑과 제라늄, 포근한 머스크 향이 조화를 이룬다. 100ml 17만5천원.

김보나 & 윤일균
김보나는 <얼루어>의 디지털 에디터, 윤일균은 아이웨어 브랜드 라피스센시블레의 브랜드 매니저다. 두 사람이 사용하는 향수는 딥티크의 베티베리오와 탐다오. 원래는 윤일균이 베티베리오를 먼저 사용했는데, 그 은은한 잔향에 반해 김보나도 같은 향수를 사용하게 됐다고. 한동안 같은 향수를 사용하다가 김보나가 ‘슈트를 자주 입는 오빠에게 잘 어울릴 것 같다’며 탐다오를 선물한 후론 지금처럼 향수를 사용하고 있다.
EXPERTS SAY “두 향수의 공통점은 남녀가 바꿔 사용해도 크게 상관없을 정도로  중성적이라는 거예요. 싱그러우면서도 부드러운 오리엔탈 향이 나는 것도 공통점이죠. 차이점이 있다면 베티베리오는 좀 더 크리미하고 탐다오는 좀 더 묵직하다는 거예요. 다른 듯 비슷하고 비슷한 듯 다른 향이기 때문에 무척 잘 어울리는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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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로소피의 어메이징 그레이스 오 드 뚜왈렛 스프레이 향수. 자몽 향과 프리지어, 클래식한 머스크 향이 어우러져 싱그럽고 깨끗한 향이 난다. 60ml 6만9천원. 러쉬의 더티. 산뜻한 스피어민트와 싱그러운 라벤더, 샌들우드의 향이 조화된 신선하고 상쾌한 향의 향수. 50ml 9만원.

김지혜 & 박자욱
스타일리스트 김지혜와 사진가 박자욱은 동갑내기로 결혼 1년 차 부부다. 취향이 비슷한 이들은 갓 샤워하고 나온 듯한 은은한 보디 제품 향을 좋아한다. 실제로 사용하는 향수도 각각 필로소피의 어메이징 그레이스와 러쉬의 더티로 깨끗한 비누 향에 반했다고.
EXPERTS SAY “두 향을 함께 맡는 순간 ‘미국의 깔끔한 가정집’이 생각났어요. 두 개 모두 깨끗한 섬유유연제 향이 나거든요. 따라서 궁합은 무척 좋은 편입니다. 비슷한 듯하면서도 어메이징 그레이스는 좀 더 여성스러운 플로럴 향이, 더티는 좀 더 남성적인 라벤더 향이 나서 두 향이 묘하게 잘 어우러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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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의 코코 마드모아젤 오 드 빠르펭 스프레이. 상쾌한 오렌지와 우아한 로즈와 재스민, 관능적인 파촐리와 베티버 향이 어우러진 오리엔탈 플로럴 계열 향수. 50ml 14만5천원. 샤넬의 블루 드 샤넬 오 드 빠르펭. 아로마틱 허브와 시트러스, 베티버 뿌리, 시더 노트와 앰버, 바닐라가 어우러진 상쾌하고 관능적인 향의 향수. 50ml 10만5천원.

우상희 & 정중엽
우상희는 사진을 찍고, 정중엽은 ‘장기하와 얼굴들’에서 베이스를 담당한다. 홍대와 이태원을 오가며 좋은 음악을 듣고, 함께 전시 보러 가는 걸 즐기는 두 사람이 애용하는 향수는 각각 샤넬의 코코 마드모아젤 오 드 빠르펭과 블루 드 샤넬 오 드 빠르펭. 몇 년간 이 향수 저 향수 모두 사용해봤지만 결국 클래식한 향이 가장 좋아서 이 향수에 정착하게 됐단다.
EXPERTS SAY “코코 마드모아젤은 관능적이면서도 우아하고 여성스러운 향이, 블루 드 샤넬은 남성적이면서도 관능적인 향이 나요. 클래식하면서도 때론 관능적이라는 면에서 두 향수는 꽤 잘 어울립니다. 단, 향만으로는 남자가 여자보다 훨씬 더 성숙해 보일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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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 메르시에의 오 구어망드 앰버 바닐라. 오렌지의 상큼한 향과 헬리오트로프의 우아한 향, 아몬드와 브라운 슈가, 코코넛, 머스크 샌들우드의 따뜻한 향이 어우러졌다. 50ml 7만2천원. 키엘의 오리지날 머스크 블렌드 NO.1. 오렌지꽃과 베르가모트, 일랑일랑과 네롤리, 통가 너트와 머스크 향이 어우러진 남녀 공용 향수. 50ml 6만2천원.

주선영 & 박지운
모델 주선영과 87mm의 디자이너이자 모델인 박지운. 샤워 후 보디 로션을 바른 듯 은은하게 나는 달콤한 향을 좋아하는 주선영은 로라 메르시에의 오 구어망드 앰버 바닐라를, 포근하면서도 은근하게 섹시한 향을 선호하는 박지운은 키엘의 오리지날 머스크 블렌드 NO.1을 뿌린다.
EXPERTS SAY “두 향수를 함께 뿌리면 마치 한 향수를 뿌린 듯한 착각이 들 거예요. 두 향수 모두 따뜻하면서도 달 한 플로럴, 너트 향이 나기 때문이죠. 따라서 두 사람이 함께 향수를 뿌릴 때는 양 조절을 잘하는 게 중요해요. 둘 다 향수를 많이 뿌리면 주위 사람들에게는 마치 한 향수를 적정량보다 2~3배 더 뿌린 것처럼 느껴질 수 있거든요. 무척 잘 어울리는 조합이지만, 두 향수 모두 따뜻한 느낌을 지닌 만큼 여름보다 가을과 겨울에 사용하기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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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포드의 블랙 오키드. 일랑일랑과 베르가모트, 캘리포니아의 블랙 오키드, 바닐라와 파촐리, 베티버가 어우러진 오리엔탈 시프레 계열 향수. 50ml 14만원. 톰 포드의 벨벳 오키드. 럼과 베르가모트, 만다린의 상큼한 향과 재스민과 로즈의 우아한 향, 샌들우드와 바닐라, 스웨이드의 묵직한 향이 어우러진 오리엔탈 플로럴 계열의 향수. 100ml 20만원.

정민희 & 이준성
스티브J 앤 요니P의 디자이너 정민희와 메이크업 아티스트 이준성은 결혼 1년 차 부부다. 첫 향은 강하지만 잔향이 포근하게 남는 톰 포드의 블랙 오키드를 꾸준히 사용 중인 이준성이 블랙 오키드와 비슷한 듯 다른 매력을 지닌 벨벳 오키드를 아내에게 선물하면서 두 사람은 몇 년째 이 향수에 푹 빠져 있다고 한다.
EXPERTS SAY “두 향수 모두 본래는 여성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남성이 사용해도 무방할 정도로 향이 중성적인 편이에요. 같은 브랜드, 같은 오리엔탈 계열의 향수인 만큼 두 향이 잘 어우러지지만, 오리엔탈 계열 특유의 향취 탓에 평소 쉽게 소화하기 힘든 향이기도 하죠. 블랙 오키드가 좀 더 달콤한 향이 나고, 벨벳 오키드가 미세하게 더 남성적인 만큼 두 분이 서로 향수를 바꿔 사용해보는 것도 좋겠네요.”

 

●전문가의 조언
1 메종 드 파팡의 대표 김승훈은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색다른 커플 향수를 찾고 있다면 남자는 무화과 향이 나는 부드러운 향을, 여자는 따뜻한 차 향과 타바코 향이 어우러진 우디한 향을 선택해보라고 조언한다. 일반적으로 남자는 우디한 향을, 여자는 부드러운 향을 뿌린다는 인식을 전환하면 한층 더 세련되고 취향 좋은 커플로 보일 수 있다는 이유다.
2 샤넬의 향수 스페셜리스트는 연인에게 향수를 선물할 예정이라면 매장에 함께 방문해 직접 시향해보며 고르길 권한다. 이유는 사람마다 체취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선물 받는 사람이 직접 몸에 향수 를 뿌려보고 잔향까지 확인해봐야 마음에 꼭 드는 향수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