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연인보다 더 단단하고 친밀한 관계가 존재한다. 문학과 영화, 드라마, 만화 등 다양한 장르에서 우리를 사로잡은 그들을 우리는‘ 최고의 콤비’라고 부른다.

 

ALR_160107_08092_R0

Gregory House X James Wilson|<하우스>
메디컬 드라마 <하우스>는 미드 최고의 히트작 중 하나다. 그리고 닥터 하우스는 미드 역사상 가장 까칠한 캐릭터 중 하나일 것이다. 진단의학과장으로 이상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의 병명을 정확히 진단하는 것이 일인 닥터 하우스, 그리고 그와 같은 병원 동료로 암 전문의인 닥터 윌슨. 범인 대신 병명을 찾아가는 시리즈의 구성부터 닥터 하우스와 윌슨의 관계까지, <하우스>는 <셜록 홈즈>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 다른 점이 있다면 겉으로는 신사적인 홈즈와 달리 닥터 하우스는 그야말로 ‘막말’의 대가라는 것이다! ‘사람은 모두 거짓말을 한다(Everybody Lies)’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 정도로 매사 냉소적인 닥터 하우스도 윌슨을 대할 때만은 조금 다르다. 사회성이 결여된 하우스와 다르게 병원 사정에 밝은 윌슨이 던진 말은 하우스가 병명을 파악하는 단서가 되기도 하며, 터무니없어 보이던 하우스의 진단이 사실로 드러나는 순간 윌슨은 “하우스가 옳았어! (House was Right!)”라고 외친다. 흔들리지 않는 지지와 신뢰다. 친구를 넘어서 오래된 부부 같은 둘의 관계는 ‘브로맨스(Bromance)’라는 신조어가 안착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ALR_160107_08087_R0

Thelma X Louise |<델마와 루이스>
리들리 스콧 감독의 1991년 작 <델마와 루이스>는 지금까지도 여성영화의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꼽힌다. 세상에 소외받은 이들이 총기를 무기 삼아 폭주한다는 설정은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를 비롯한 영화에서 여러 번 반복된 소재다. 하지만 우리가 여전히 델마와 루이스를 기억하는 이유는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평범한 여성이 겪을 수 있는 일상적인 폭력, 그리고 그 고리에서 벗어나려는 두 여성의 우정에 집중한 거의 유일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남편에게 억압받는 주부로서의 삶과, 웨이트리스라는 일상에서 잠깐 벗어나려던 두 친구의 여행은 성폭행 위기에 처한 델마를 구하기 위해 루이스가 총을 쏘는 순간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리고 루이스 역시 성폭행 생존자였음이 밝혀지며 두 사람의 유대는 한층 깊어진다. 경찰에게 쫓기던 두 사람은 절벽을 향해 액셀러레이터를 밟아 전속력으로 돌진하는 결말을 택하고, 웃는지 우는지 알 수 없는 두 사람의 얼굴이 클로즈업된다. 영화사상 가장 인상적인 라스트 신 중 하나다.

 

ALR_160107_08090_R0

Sherlock Homes X John WatsonWilson |<셜록 홈즈>
아서 코난 도일의 손에서 탄생한 셜록 홈즈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캐릭터 중 하나다. 셜록 홈즈가 세운 기록은 다음과 같다. 책은 첫 줄간 이후 120년이 넘도록 한 번도 절판된 적이 없고, 역사상 가장 많이 영화화됐으며, 여전히 셜록 홈즈가 실존했다고 믿을 정도의 광팬인 ‘셜로키언(Sherlockian)’과 ‘홈지언(Holmesian)’의 추종을 받고 있다. 겉으로는 신사다운 태도를 유지하지만 유치하고 얄미운 구석도 있는 홈즈와 그의 친구인 닥터 왓슨이 처음 만나는 장면은 여러 번 읽어도 인상적이다. 갓 제대해 살 곳을 찾던 왓슨과의 첫 만남에서 홈즈는 특유의 추리력을 발휘해 셜록이 왓슨의 과거를 짐작하고, 둘은 하우스 메이트가 된다. 홈즈와 같이 살게 되면서 갑작스럽게 그의 수사 과정에 휘말리게 되는 왓슨은 그야말로 대인배로, 투덜대면서도 홈즈의 부탁이라면 거절하지 못한다. 왓슨이 홈즈에게 연인을 소개하고, 결혼을 계획하며 집을 옮길 때 독자가 왠지 모를 허전함을 느낄 정도다. 시리즈는 21세기에도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주연의 영화로 개봉된 것에 이어, 베네딕트 컴버배치라는 새로운 아이콘을 배출하며 여전히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ALR_160107_08095_R0

Tom X Jerry |<톰과 제리>
1940년에 첫 등장한 <톰과 제리>의 국내 첫 방영 제목은 무려 <깐돌이와 야옹이>였다. 그리고 ‘깐돌이’는 그 이름에 걸맞게 고양이인 톰을 갖고 논다. 쥐를 잡아야 하는 고양이로서 본분을 다하기 위해 늘 제리에게 접근하는 톰. 하지만 번번이 제리의 꾀에 넘어갈 뿐이며, 앙숙이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톰은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한다. 물론 그게 전부라면 우리가 톰과 제리를 최고의 콤비로 기억하지 않을 거다. 이 웃기는 쥐와 고양이는 함께 있으면 티격태격하다가도 떨어지면 서로 아쉬워하고 그리워한다. 괴롭힘을 견디지 못해 집을 나간 톰을 찾으러 떠나고, 주인이 데려온 쥐를 잘 잡는 로봇 때문에 쫓겨난 톰을 위해 톰이 돌아올 수 있는 상황을 함께 모의하는 것 역시 제리의 몫이다. 서로 싸울 때 희열을 느끼는 톰과 제리를 보면 인터넷 소설에 나올 법한 대사가 떠오를 수밖에 없다. “널 괴롭혀도 되는 건 나뿐이야!”

 

ALR_160107_08088_R0

Blair Waldort X Selena ran der Woondsen |<가십걸>
뉴욕 맨해튼의 초상류층, 어퍼이스트사이드의 고등학생들 이야기를 그린 <가십걸>은 2007년 첫 방영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LA의 상류층 10대들을 그린 <The O.C>라는 선례가 있긴 했지만 미국의 상류층 10대를 이토록 적나라하게 조명한 이야기는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블레어와 셀레나 역을 맡은 레이튼 미스터와 블레이크 라이블리는 드라마의 성공과 함께 최고의 패션 아이콘으로 등극한다. 원래는 ‘베프’였지만 틀어졌다 서로 이해했다를 반복하는 블레어와 셀레나는 찰떡궁합의 콤비는 아니다. 심지어 댄과 네이트, 척 등 각자의 ‘썸남’ 혹은 남자친구와 번갈아가며 깊은 관계에 빠지는 막장 같은 면도 있다. 음모와 모함에 능한 여왕벌 블레어에 비해 상대적으로 털털하던 셀레나가 초기에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지만 블레어의 인간적인 면모가 드러나고 셀레나가 공격을 결심하면서 인기도 비슷해졌다. 라이벌 의식, 애증이 뒤얽힌 우정, 그러나 서로 이해할 수밖에 없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문제적 콤비인 블레어와 셀레나는 미드 역사상 가장 화려한 의상을 걸친 한 쌍이기도 하다.

 

ALR_160107_08085_R0

Mulder X Seully|<X-파일>
초자연적인 현상을 범죄수사학적으로 풀어나가는 90년대 최고의 인기 미드 <X-파일>을 압축하는 문장은 이거다. ‘진실은 저 너머에 있다(The Truth is Out There)’. FBI 요원으로서의 이성적인 판단에 충실해 직무를 수행해가는 냉철한 스컬리와 뺀질거리는 구석은 있어도 특유의 직감을 발휘해 수사에 단서를 제공하는 멀더의 캐릭터는 이후 수많은 요원 콤비의 원형이 됐다. 중간중간 야릇한 분위기가 조성되긴 하지만 이 둘은 커플로 쉽게 발전하지 않고 철저하게 직장 동료로서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1993년 미국에서 시즌 1이 방영된 이후 국내에도 더빙판으로 반영되었는데 멀더와 스컬리를 연기한 이규화, 서혜정 성우는 공로를 인정받아 KBS로부터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멀더와 스컬리를 연기한 데이비드 듀코브니와 질리언 앤더슨은 실제로는 사이가 좋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팬들의 끝없는 사랑 때문일까, 13년 만에 돌아온 시즌 10은 오는 1월 말 방송을 앞두고 있고, 두 사람은 함께할 예정이다. 세 번째 극장판도 제작이 완료되었다는 소문이 무성하니 다시 한 번 멀더와 스컬리의 시대가 도래할 날이 머지않았다.

 

ALR_160107_08094_R0

Eggsy X JB |<킹스맨>
6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미성년자 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외국 영화 중 국내 흥행 1위를 기록한 <킹스맨>의 열풍 한가운데에는 해리와 에그시를 향한 열렬한 지지가 있다. 완벽한 ‘슈트발’을 자랑하는 상류층 미중년과 아디다스를 입은 런던 빈민가의 소년이라니! 하지만 직급 차이와 해리의 빠른 사망으로 두 사람은 함께 전투에 투입된 적은 한 번도 없다. 해리 없는 에그시의 옆을 지키는 것은 함께 킹스맨으로 선발된 록시와 그리고 파트너 견인 퍼그, JB다. 킹스맨 훈련 중 함께할 파트너 견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에그시가 JB를 택한 이유는 불독으로 착각했기 때문. 하지만 덕분에 우리는 다른 후보의 커다란 파트너 견들 사이에서 혼자 낑낑대는 JB를 볼 수 있게 된다. 훈련 도중 도무지 말을 듣지 않는 JB를 품에 넣고 달리는 에그시의 모습은 영화에서 가장 귀여운 장면 중 하나다. 에그시의 JB 사랑은 눈물겹다. 누구보다 킹스맨이 되기를 간절히 원했지만 JB에게 총을 쏘라는 최종 미션에서 결국 방아쇠를 당기지 못하고 JB를 껴안은 채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올 정도다. 후속편에서도 JB와 에그시의 투샷을 볼 수 있길 바랄 뿐!

 

ALR_160107_08089_R0

Charlie Brown X Snoopy |<피너츠>
찰스 슐츠의 <피너츠(Peanuts)>는 우정에 관한 이야기다. 찰리 브라운과 스누피, 우드스탁, 루시와 샐리너스, 라이너스 등. 1950년에 시작된 이야기는 2000년 2월, 슐츠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멈추지 않는다. 시리즈 초반, 스누피는 찰리 브라운의 비글 강아지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두 발로 걷고, 글도 쓰고, 사색도 하는 지적인 강아지로 거듭난다. 한편 찰리 브라운은 슈퍼히어로가 아니다. 야구를 좋아하지만 매일 경기에 지고, 스누피조차 찰리 브라운을 ‘둥근 머리 애’라고 기억할 정도다. 그럼에도 찰리 브라운 옆에는 언제나 스누피가 있다. ‘개’이기 때문에 스누피의 대사는 머릿속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그려지지만 이 둘이 말 없이도 서로 통한다는 걸 우리는 안다. 최근 개봉한 3D 극장판에도 이 상냥하고 인내심 깊은 소년은 ‘내일은 더 잘될 거야’라며 새로이 도전한다. 스누피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