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 역시 피부를 관리하고, 머리를 다듬고, 향수를 뿌린다. ‘그루밍’이라는 단어가 익숙해지고 있는 지금, 남들보다 조금 더 부지런하게 움직이며 그루밍하는 남자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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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일 | 프리랜스 에디터
박태일은 매거진과 브랜드의 패션 콘텐츠를 만들고, 뮤지션들의 스타일링을 비롯해 전반적 ‘비주얼’을 완성하는 비주얼 디렉터의 일을 겸하고 있다. 전직 패션 에디터였던 그는 그루밍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치장하고 꾸민다는 거창한 개념보다는 내 피부를 건강하게 지킨다는 생각으로 시작하면 어렵지 않아요. 저 역시도 기본에 충실한 그루밍 케어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그의 말처럼 그루밍은 자신에게 애정을 갖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Q 즐겨 사용하는 보디 제품은?
이솝의 제라늄 리프 보디 클렌저를 꾸준히 사용 중이다. 겨울철이나 환절기에 피부가 유독 건조하게 느껴질 때가 있는데 그럴 때는 샤워 후에 물기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존슨즈 베이비 오일을 바른다.

Q 향수 취향은?
대놓고 ‘남자’인 향은 피한다. 향으로 성별을 구별하는 건 세련된 방식이 아닌 것 같아서다. 자연 재료의 향이 고스란히 나는 향수가 좋다. 요즘 즐겨 쓰는 향수는 조 말론 런던의 와일드 피그 앤 카시스와 산타 마리아 노벨라의 멜로 그라노이다.

Q 결혼을 하기 전과 후, 그루밍 케어에도 변화가 있었나?
결혼 후에 그루밍에 더 신경 쓰게 됐다. 아내가 둘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브랜드 제품을 구입해 같이 쓰면서 정보를 공유하는 편이다.

Q 스트레스 해소법은?
오로지 두 가지! 자는 것과 먹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푼다. 맛있는 걸 먹으면서 시간을 보내면 스트레스로 무겁던 머릿속이 가벼워지는 느낌이다. 운동을 해야 된다는 압박감으로 스트레스를 받지도 않는다. 평소 많이 걸어 다니는 걸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Q 한국 사회는 외모 가꾸기에 신경 쓰는 남자들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진짜 자기다운 것을 찾지 못하는 것이야말로 한국을 문화적 다양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나라로 만드는 게 아닐까? 조금만 튀면 비난을 받고, 마치 남들이 인정해야 멋진 옷차림이라고 여기는 것처럼 말이다. 남자답지 못하다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내 피부와 건강을 책임져주는 건 아니다.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내가 원하는 대로 사는 것이야말로 진짜 멋진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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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영 | 랩 시리즈 커뮤니케이션 매니저
랩 시리즈의 홍보 &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오성영. 뷰티 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만큼 누구보다 많은 화장품 정보를 접하고 사용하고 있는 그루밍 전문가다. 관리하지 않는 남자의 매력지수는 제로에 가깝다고 말하는 그는 좋은 취향을 가지고 자신을 가꿀 줄 아는 남자는 ‘모태미남’과는 확실히 구분되는 매력이 있다고 전한다.

Q 그루밍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피부를 지켜야 한다는 의무감을 처음 가진 건 군대 생활을 시작한 이후부터다. 외부 노출이 잦은 헌병으로 근무했는데 그때 처음 자외선 차단제를 발랐다. 피부가 메마르고 건조한 환경에 있다 보니 자연스레 피 부 관리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Q 평소 스킨케어 단계는?
아주 단순하다. 클렌저와 토너, 크림만으로 관리한다.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수분 공급이다. 시세이도의 센카 퍼펙트 휩 클렌저와 세이어스의 위치하젤 토너, 아벤느의 트릭세라 + 셀렉티오즈 밤 에클리앙을 아침 저녁 바른다. 단순한 스킨케어 조합이 부족하다고 느낄 땐,키 엘의 데일리 리바이빙 컨센트레이트를 크림에 섞어 바른다.

Q 화장품 쇼핑은 주로 어디서 하나?
아이허브와 올리브영을 이용한다. 그 외 다른 곳엔 잘 가지 않는다. 피부에 필요한 모든 것을 이 두 곳에서 구할 수 있다.

Q 가장 아끼는 뷰티 아이템이 있다면?
미국에서 구매한 아메리칸 크루 파이버. 출장을 갔는데 헤어 스타일링 제품을 챙겨 오지 못해 마트에서 급하게 구매했다. 우연히 구매한 제품이 최고의 헤어 스타일링 제품으로 꼽을 만큼 가격, 기능 면에서 모두 마음에 들었다. 짧은 길이의 헤어에 적합한 강한 고정력을 가진 헤어 왁스인데 광택 없이 마무리되는 것도 장점이다.

Q 피부 트러블이 생기면 어떻게 대처하나?
염증 부위에 소버린 실버의 바이오-액티브 실버 하이드로솔을 살짝 바른다. 순도 99%의 은성분과 증류수로만 구성된 천연 항생제다. 은의 효능을 방해할 수 있는 소금이나 단백질, 인공 첨가물이 들어 있지 않은 식물성 제품이다. 염증 부위를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그루밍 케어에 절대 빠질 수 없는 아이템이다.

Q 당신만의 뷰티 스페셜리스트는?
커트를 하기 위해 청담동에 위치한 알루 헤어 숍에 가는 것 외엔 정기적으로 피부과나 에스테틱을 다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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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민 | 회사원
대기업 재경팀에서 근무하는 김준민. 군 입대 후 엄청난 피부 트러블을 겪으며 그루밍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게 된 그의 그루밍 공식은 입소문에 의존하지 않고 본인 피부에 가장 잘 맞는 화장품을 찾아가면서 만들어졌다. 인터뷰를 시작하며 그는 이렇게 말했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에게 필요한 뷰티 케어가 무엇인지 아는 것이 그루밍의 시작이죠.”

Q 그루밍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진 건 언제부터인가?
20대 초반 꽃을 든 남자 에서 나온 컬러 로션을 써보고 난 후부터이다. 당시에는 BB크림이라는 이름은 아니었지만 얼굴에 바르면 자연스럽게 톤이 보정되는 제품이었다. 남성용 화장품 브랜드에도 이런 제품이 있다는 게 신기했고, 피부가 답답하지 않을까 하는 편견을 깨준 제품이었다. 그 제품 사용 이후 본격적으로 피부 관리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Q 밤의 스킨케어 루틴은?
아침에는 간단하게 물세안을 하고, 스킨, 에센스, 자외선 차단제 순서로 바른다. 요즘처럼 춥고 건조한 날씨에는 자외선 차단제 사용 전에 수분크림을 바른다. 밤에는 좀 더 보습 케어에 집중하기 위해 꼼꼼하게 세안한 후 보습 성분이 풍부한 크림을 바른다. 스킨케어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건 보습 관리다. 평소 운동을 많이 하는 편인데 운동 후에는 보습 케어를 특히 꼼꼼히 한다. 운동 중간중간에 물을 많이 마시고 세안 후에는 물기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스킨을 바르고 크림을 도톰하게 발라 마무리한다. 그리고 잠들기 전에는 꼭 가습기를 틀어놓는다. 감기 예방은 물론 피부 수분 유지에도 큰 도움이 된다.

Q 화장대에서 빠지면 안 되는 제품은?
삼십대가 되면서부터 안티에이징 케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사용하는 건 랩 시리즈의 안티에이징 라인인 맥스 SL로션과 세럼, 크림이다. 보습뿐만 아니라 탄력과 안색까지 개선할 수 있다. 피부가 유난히 칙칙해 보이거나 푸석하다고 느껴질 때는 라메르의 컨센트레이트를 화장솜에 충분히 덜어 피부에 흡수시킨다. 다음 날 아침이면 피부 윤기가 확실히 살아난다.

Q 즐겨 사용하는 보디 제품은?
조 말론 런던의 우드 세이지 앤 씨 솔트 샤워 젤과 블랙베리 앤 베이 보디 크림. 나이가 들수록 얼굴뿐만 아니라 몸의 탄력도 부쩍 줄어든다. 운동을 열심히 해도 피부에 탄력이 없으면 초라해 보이지 않나?

Q 화장품 쇼핑은 어디에서 하나?
워낙 화장품에 관심이 많아서 신제품은 거의 구입해 사용하는 편이다. 올리브영과 롭스는 물론이고 백화점에 입점된 화장품 브랜드와 편집숍에서 다양한 제품을 접하며 알아가려고 노력한다. 직업상의 이유도 있지만, 많이 알고 접하는 만큼 지금 내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 수 있다. 홈쇼핑도 가끔 보는데 친한 쇼호스트가 추천하는 정보를 귀담아들었다가 방송을 통해 구입하기도 한다.

Q 당신만의 뷰티 스페셜리스트는?
노주원 헤어그라프의 김혜수 디자이너. 오랫동안 다닌 곳이라 얼굴형과 분위기에 맞는 헤어 스타일 연출을 믿고 맡길 수 있다. 스타일 변화가 필요할 때도 아낌없는 조언을 해주는 헤어 멘토다. 헤어 살롱에서는 커트만 하고 헤어나 두피 트리트먼트는 스스로 한다. 특히 러쉬의 헤어 팩을 넉넉히 사두고 관리를 한다.

Q 남자가 봐도 멋있다고 생각되는 뷰티 멘토가 있다면?
이진욱. 잘생긴 배우 그 이상으로 멋지게 나이 드는 모습을 보여주니까. 화려한 배우로서 이미지를 추구하기보다 얼굴에 드리운 주름을 감추지 않고, 자신에게 어울리는 헤어 스타일과 패션을 소화하는 모습이 내게 많은 영감을 준다.

Q 요즘 즐겨 사용하는 향수는?
제냐의 아쿠아 디 베르가못과 조 말론 런던의 우드 세이지 앤 솔트 향수. 너무 묵직한 우드, 타바코 계열보다는 기분 전환이 되는 산뜻하고 싱그러운 향을 좋아한다.

Q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나?
온몸이 땀에 흠뻑 젖을 때까지 운동을 하다 보면 복잡한 머릿속도 한결 가벼워지고 새로운 에너지가 샘솟는다. 날씨가 좋을 땐 야외에서 음악을 들으며 걷는데 지친 일상에 큰 위로가 된다.

Q 그루밍을 시작하는 남자들을 위한 조언을 한다면?
그루밍을 자동차에 비유한다면, 제일 먼저 할 일이 내 차가 디젤 엔진인지, 가솔린 엔진인지 아는 것이다. 그에 맞게 주유를 하고, 엔진오일도 갈아줘야 차가 원활하게 움직인다. 피부도 마찬가지다. 내 피부 상태가 어떤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피부에 맞는 제품을 찾는 게 가장 중요하다. 누군가에 의존해서 화장품을 구입하지 말고 화장품 쇼핑을 직접 해보라고 조언하고 싶다. 남자가 화장품에 관심을 갖는 건 창피한 일이 아니라 당연한 거다.

Q 평소 스킨케어 단계는?
아침에는 세안 후 토너, 에센스, 앰플, 에멀전 단계로 끝낸다. 밤에는 자는 동안 피부가 건조하지 않도록 보습 성분이 풍부한 크림을 한 단계 더 추가한다. 피부 건조가 심해질 때에는 엘리자베스 아덴의 세라마이드 캡슐의 도움을 받는다. 잠들기 전에 크림에 섞어 바르거나 단독으로 바르고 자면 다음 날 피부결이 확실히 매끈하고 안색이 환해진다.

Q 화장품 쇼핑은 어디에서 하나?
한 브랜드의 풀 라인을 고집하기보다는 카테고리별로 피부에 잘 맞는 제품을 섞어 쓴다. 올리브영이나 왓슨스 같은 드럭 스토어를 즐겨 찾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백화점에서는 매장 직원과 1대 1로 얘기하는 게 부끄러울 때가 있지만 이런 매장에서는 제품을 마음껏 테스트해볼 수 있어서 마음이 편하다.

Q 최근 구매한 제품 중 가장 만족스러웠던 제품은?
닥터자르트의 세라마이딘 크림과 메디힐 마스크 팩. 시트 마스크는 일주일에 두 번 이상 사용할 정도로 좋아한다. 메디힐은 종류가 다양해 원하는 효과에 따라 골라 쓰는 재미가 있다. 얼굴에 10분만 붙여놔도 푸석푸석한 피부가 확실히 좋아진다.

Q 지난 1년간 꾸준히 사용한 화장품은?
피지오겔. 자극이 적고 순하게 사용할 수 있어서 얼굴뿐만 아니라 보디 피부의 건조한 부위에도 듬뿍 바른다. 평소 원하는 기능성 제품과 병행하며 사용할 정도로 애정하는 브랜드다.

Q 제품 정보는 주로 어디서 얻나?
지인들이나 인터넷 커뮤니티, 잡지 기사를 통해서 정보를 접한다. 많이 알려지지 않았더라도 제품력으로 승부하는 브랜드를 선호한다. 얼마 전 알게 된 이솔화장품이 딱 그런 경우다.

Q 얼굴에 뾰루지가 생기면 응급처치법은?
평소 올리브영이나 미샤에서 염증 전용 트러블 패치와 재생 밴드를 넉넉하게 구비해놓는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수면 시간이 부족해 뾰루지가 올라올 조짐이 보이면 트러블 패치를 바로 붙인다. 염증 부위의 붉은 흉터도 빨리 사라지는 편이고 색소침착도 거의 생기지 않는다.

Q 평소 집중하는 뷰티 케어는?
헤어 스타일에 관심이 많아서 단발, 가르마, 펌 등 새로운 스타일을 이것저것 많이 시도한다. 그러다 보니 헤어 스타일링 제품도 신경 써서 구입하게 되었다. 레이라이트나 샤이너 골드 같은 포마드 제품은 한꺼번에 여러 개 구비해놓는다.

Q 당신만의 헤어 스페셜리스트는?
홍대에 위치한 PP헤어의 지연 부원장. 헤어 스타일에 변화를 주고 싶을 때 편하게 상담할 수 있고 조언도 많이 받는 편이라 단골이 된 지 8년 정도 됐다. 보통은 커트를 위해 3~4주에 한 번씩 미용실에 들르고 넉 달에 한 번 펌을 한다.

Q 오늘 뿌린 향수는?
갈리마드의 봄부트레플러. 대나무 숲 속에 와 있는 듯 맑고 청량한 향이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