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일곱살 컨트리 송을 부르던 소녀는 이제 하루에 약 1백만 달러를 버는 팝스타가 되었다. 세상의 중심을 꿰찬 테일러 스위프트. 그녀는 자신의 마음에 귀 기울이는 법을 안다.

 

드레스는 샤넬(Chanel). 브래지어는 아락스(Araks). 오른손에 낀 반지는 칼마르 앤티크(Kalmar Antiques). 왼손에 낀 반지는 까르띠에(Cartier).

드레스는 샤넬(Chanel). 브래지어는 아락스(Araks). 오른손에 낀 반지는 칼마르 앤티크(Kalmar Antiques). 왼손에 낀 반지는 까르띠에(Cartier).

테일러 스위프트의 팬이 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몇 년 전만 해도 우리는 상대방의 눈치를 살피며 소심한 목소리로 그녀의 팬임을 밝히곤 했다. 노래방에서 그녀의 노래를 한 번도 불러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었겠지만, ‘You Belong with Me’를 좋아한다는 것을 당당히 밝히기에는 왠지 쑥스러웠던 것이 사실이었다.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는 십대를 위한 영화나 다름없으니까. 뮤직비디오 속에서 스위프트는 인기 많은 치어리더와 옆집 사는 남자아이를 흠모하는 평범한 소녀라는 두 개의 상반된 캐릭터를 연기했다. 핑크색 틴트로 화장한 십대들과 머잖아 그런 십대가 될 어린 소녀들을 위한 노래였던 셈이다. 스위프트를 좋아한다는 건 알고 보면, 우리가 십대를 위해 노래하는 금발의 미국 여자 가수를 좋아한다고 당당히 밝힐 수 있는 자신감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의미했다. 하지만 테일러 스위프트의 인생에, 그리고 팝 역사에 획을 그을 일들은 연달아 일어났다. 스위프트는 수많은 상을 휩쓸고 끊임없이 연이어 음반 판매 기록을 갱신했다. 그것만으로도 모자라 애플을 상대로 뮤지션들의 권리를 위해 싸웠다. 2015년 애플뮤직은 오픈 첫 3개월간 무료 서비스를 진행하며 이 기간 동안 뮤지션에게 저작권료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고, 테일러 스위프트가 이를 반대하자, 결국 애플이 사과를 한 것이다! 그녀의 행동에 수많은 뮤지션과 사람들이 지지를 표했다. 동시에 유명 DJ 캘빈 해리스와의 로맨스를 인정했다. 그녀의 첫 공식 열애설이었다. 어디 그뿐인가! 귀여운 공주풍 드레스를 입고 발랄하게 노래하던 소녀는 어느새 마리 카트란주의 플레이 슈트와 오스카 드 라 렌타의 멋진 드레스를 입는다.

 

드레스는 아틀리에 베르사체(Atelier Versace). 브래지어는 아락스. 오른손에 낀 반지는 칼마르 앤티크. 왼손에 낀 반지는 까르띠에.

드레스는 아틀리에 베르사체(Atelier Versace). 브래지어는 아락스. 오른손에 낀 반지는 칼마르 앤티크. 왼손에 낀 반지는 까르띠에.

테일러 스위프트에게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그녀의 셀프 브랜딩 능력이다. 그녀를 중심으로 모인 친구들은 레나 던햄에서부터 헤일리 스타인펠트, 엠마 스톤에 이르는 여배우들과 지지 하디드, 칼리 클로스, 카라 델레바인 등 ‘인스타 모델’군에 속하는 신종 셀러브리티를 아우른다.“ 친구들은 지금 제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예요” .투어 중 잠깐 쉬는 시간에 만난 그녀는 친구들 자랑에 여념이 없다. “우리는 서로에게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줘요. 이렇게 깊은 우정은 처음이죠.” 셀레나 고메즈나 릴리 알드리지처럼 대부분은 그녀가 십대 시절부터 알아온 오랜 친구들이지만, 배우 세라 맥닐이나 가수, 모델이자 배우인 젠다야 콜맨처럼 최근에 사귄 친구들도 있다. “그들이 얼마나 멋진 친구들인지에 대해 자주 말해요. 엘라 에어와 친해지기 전 그녀의 앨범이 나왔을 때, 꽃다발을 보내며 굉장히 멋진 앨범이라며 칭찬해줬어요. 그리고 지금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절친이 되었죠. 우정은 종종 칭찬이나 찬사로부터 비롯되는데 그건 친구를 사귀는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 같아요. 왜냐하면 칭찬은 그 사람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하는 거니까요.” 스위프트는 친구들을 ‘#Girlsquad’라고 부르며, ‘Squad’라는 단어를 유행시켰다. 이 단어는 홀로 사용되거나 접두사나 접미사로 붙으면서, ‘#Squadgoals, #Glamsquad’ 등 ‘걸 파워를 과시하는 소녀들’이라는 의미의 해시태그를 형성시켰다. 스위프트는 이처럼 변화하는 시대를 이끈다. 오늘날 스위프트의 팬이 된다는 것은 뿌듯한 일임이 틀림없다.

 

드레스는 지암바티스타 발리(Giambattista Valli). 브래지어는 아락스. 반지는 모두 까르띠에.

드레스는 지암바티스타 발리(Giambattista Valli). 브래지어는 아락스. 반지는 모두 까르띠에.

스위프트로 산다는 건 굉장히 멋진 것 같지만 그녀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저 환상일 뿐이에요. 대중은 내일이라도 언제든 저에 대한 생각을 바꿀 수 있어요. 만약 제가 사소한 행동으로 누군가를 언짢게 한다면 그 부분만 가지고 몇몇 기자가 글을 쓰겠죠. 그게 또 이슈가 될 테고요” .미디어의 생리를 아는 그녀가 말을 이었다. “제가 어리석게도 대중을 컨트롤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거예요. 제 일은 좋은 음악을 만드는 거예요. 사람들이 지금 이 순간 저를 좋아하는 건 행운이지만 무엇이든 영원한 건 없으니까요. 무엇보다 제가 그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계속 이 일을 할 수 있겠죠?”

테일러 스위프트는 2006년부터 2년마다 앨범을 발표했고 꼬박꼬박 투어를 이어갔다. 그러나 2014년에 <1989> 앨범을 낸 뒤로 작년 12월까지 무려 85회의 월드 투어를 진행했다. “이 앨범은 다른 어떤 앨범보다 히트곡이 많이 나왔어요. 그래서 이 앨범으로 활동을 조금 길게 했어요” .스위프트는 자신이 생각하는 음반 활동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이 제 이야기를 듣는 것을 지겨워할 때쯤 휴식 기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대중의 눈에 서 멀어진 후, 다음 앨범을 발표할 적당한 시기가 언제일지 결정할 거예요.”

 

드레스는 엘리 사브(Elie Saab). 브래지어는 아락스. 반지는 까르띠에.

드레스는 엘리 사브(Elie Saab). 브래지어는 아락스. 반지는 까르띠에.

<1989>는 단순히 모든 것을 털어놓는 20대 여자의 이야기라고만은 할 수 없다. 자신의 감정에 대한 자각뿐만 아니라 대중들의 커져가는 관심을 담은 앨범이기 때문이다. “사생활을 어느 정도까지 공유하는 것이 옳은지를 매일 배우고 있지만, <1989>는 제 삶의 스냅샷이나 다름없어요. 직설적이고 정직하게 저를 담았어요. ” 앨범에 실린 노래 ‘Blank Space’처럼 그녀를 향한 루머와 자신을 무작정 비하하는 사람들에 대해 말하거나, ‘Shake It Off’처럼 ‘내 머릿속에 든 게 아무것도 없다고, 사람들은 말하지(Got Nothing in My Brain, That’s What People Say)’라고 노래한다. “제 목표 중 하나는 현실감을 유지하는 거예요.” 스위프트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어린 시절, 스위프트가 가장 좋아한 TV 쇼는 유명한 가수를 소개하는 프로그램 <Behind the Music>이었다. “스타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주는 방송이었어요. 그땐 비록 어렸지만, 추락한 스타들의 이유를 추측할 수는 있었어요. 대부분 엄청난 인기로 인해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거나 좋은 음악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었는데, 대개 그 둘이 연관되어 있었죠.” 그녀가 자신의 생각을 들려주었다. “가끔 중심을 잃어버렸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그럴 땐 자긍심을 갖고 제자리를 찾는 시간을 가져요. 스스로를 의심하며 괴롭힐 때도 있지만 괜찮아요. 왜냐하면 그건 제가 인간적이고, 감정적이며 꾸밈없는 삶을 살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높은 성취감과 자긍심을 지닌 다른 사람들처럼, 스위프트 역시 스스로에게 엄격한 편이다. “옳은 일을 하지 못했거나, 어떤 일을 충분히 잘해냈다고 생각하지 않을 때, 스스로를 감정적으로 몰아붙여요. 그 일을 잊지 않도록 노력하는 건 다음에 그러지 않기 위해 서예요.” 그녀가 단어를 이었다. “삶과 일, 사랑, 우정, 커리어에 관한 최대의 적은 너무 오래 심사숙고하는 거예요. 지나치게 생각한 나머지 여유를 잃으면 안 되죠. 그래서 항상 스스로에게 조금 더 여유를 줄 수 있도록 노력해요. 최근에는 좀 나아졌어요. 또 제 자신감은 많은 사람이 절 싫어할 때가 아니라, 스스로를 믿지 못할 때 떨어진다는 사실도 깨달았답니다.” 그녀가 환한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