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화장품 전도사인 글로우 레시피의 창업자들이 추천하는 한국의 제품들. 순한 자연 성분에 탄탄한 실력을 갖췄다.

K-뷰티 코디네이터 | 이승현 & 장미
현재 미국에 한국 뷰티 제품을 소개하는 코디네이터 역할을 하고 있는 글로우 레시피(Glow Recipe)의 창립자. 한국의 자연주의 및 유기농 브랜드를 판매하는 온라인 멀티숍 글로우 레시피 닷컴(www.glowrecipe.com)을 운영하고 있으며, 한국 브랜드가 미국에 진출할 때 리테일러 입점 및 마케팅, 교육, 홍보 등을 가이드해주는 브랜드 인큐베이터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미국 내 빌리프의 세포라 론칭 및 브랜딩을 성공시킨 바 있다.

글로우 레시피는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 회사인가?
미국에 K-뷰티를 보다 효과적으로, 제대로 알리고 싶어 2014년에 창업했다. 한국 브랜드가 미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한국과 미국의 뷰티 및 유통을 둘 다 이해해야 하는데, 그것을 제대로 알고 있는 회사가 없더라. 또한 한국의 화장품을 미국 시장에 맞게 현지화하지 않은 채 그대로 미국에 판매하는 경우를 무수히 지켜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괜찮은 한국 화장품을 미국 시장에 효과적으로 소개하고, 미국 내 진출을 돕는 역할을 하고 싶었다.

글로우 레시피 이전에는 어떤 경력을 쌓았나?
이승현은 로레알 코리아에서 일하다가 한국에서는 최초로 뉴욕으로 발령받았다. 그렇게 뉴욕에서 7년 이상 일하면서 미국 소비자에 대한 심층 리서치 및 제품 개발, 리테일러 트레이드 마케팅 등을 다양하게 경험하며 미국 뷰티 시장에 대한 경험을 쌓았다. 장미는 로레알 코리아에서 키엘을 거쳐, 키엘 뉴욕 본사 글로벌 전략팀에서 일했다. 이후 글로벌 마케팅 스킨케어팀에서 일하며 제품 론칭과 글로벌 마케팅 전략을 배웠다.

이런 회사를 설립한 이유는 무엇인가?
둘 다 로레알 뉴욕 본사에서 근무하며 최근 2~3년간 한국 화장품의 신기술, 혁신적인 제품이 트렌드를 만드는 것을 지켜보았다. 실제로 한국에서의 유행, 독창적인 콘셉트의 제품, 미묘하면서도 효과적인 제형을 보고 영감을 얻어 신제품의 콘셉트를 정하기도 했다. 또 한국의 제조업체에 OEM을 맡기면서 한국이 미래의 화장품 시장의 리더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섰다. 화장품은 다분히 감성적인 재화이기 때문에 시장에 맞는 해석 및 교육이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었기에, 한국의 브랜드를 미국에 효과적으로 소개하는 데 우리만큼 적합한 이력을 갖춘 사람이 없을 것 같았다.

미국 내 한국의 뷰티를 소개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그들과의 차별점은?
유일하게 한국 시장과 미국 시장을 고루 경험하며 마케팅 경험을 쌓았다는 것이 다르다. 우리는 단순히 한국의 화장품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의 모델링 팩을 ‘Rubber Mask’, 패팅 워터 팩을 ‘Splash Mask’라고 이름을 바꿔 소개하는 것이 그 예다. 제품 고유의 의미를 해치지 않되 미국 소비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콘셉트로 현지화하는 것. 한국의 모든 화장품이 아니라 천연 성분 위주의 제품만을 까다롭게 큐레이션하는 것도 차이점이다.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를 발굴하여 미국 시장에서 성공시키는 데 흥미를 느끼고 있다. 한국 화장품이 귀여운 패키지, 저렴한 가격 때문에 사는 제품이 아니라, 품질이 좋아 장기간 사용해도 좋다는 믿음을 주고 싶다.

이렇게 미국에 한국 화장품을 소개하면서 힘든 점도 있을 것이다.
2년 전쯤, 한국 여성의 뷰티 루틴이 10개 이상의 스킨케어 제품을 사용하는 것으로 미국 매체에 소개된 적이 있다. 홍보용으로는 기막힌 타이틀이라서 인기가 많은 기사였지만, 이로 인해 안타깝게도 한국 화장품에 대한 벽도 생겼다. 얼마 전 세포라의 매장 직원들이 한국의 스킨케어 루틴은 너무 복잡하고 많은 제품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고객들이 오히려 이질감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하더라. 이렇듯 한국의 화장품을 호기심을 자극하는 흥미 위주의 아이템, 복잡한 루틴, 미에 유난히 집착하는 한국 여자들이 쓰는 제품 등으로 잘못 인식하는 경우가 꽤 있다. 아직 많은 한국의 브랜드가 단기적인 시각만으로 K-뷰티 트렌드에 접근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 같다. 이런 것을 막는 것이 우리의 미션이다. 뿌듯했던 순간도 많다. 얼마 전부터 미국 ABC 방송의 <샤크 탱크>라는 투자 유치 리얼리티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다. 여기에 우리가 출연한다는 것 자체가 미국 내 K-뷰티가 얼마나 급성장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확실히 현재 세계는 K-뷰티에 관심이 높다. 글로벌하게 일하고 있는 한국인에게는 유리한 타이밍이다.
분명 메리트가 크다. 한국인이라고 하면 전반적으로 성실할 것이라 생각한다. 반대로 미국 사회에서 특히 중요한, 발표 능력 및 리더십이 부족하다고 보는 경향도 많더라.

끊임없이 한국의 브랜드를 조사하면서 느끼는 아쉬운 점이 있다면?
한국 화장품의 경쟁력은 뛰어난 품질과 신선한 콘셉트의 조화 같다. 출시 속도도 빠르다. 3개월에 한 번씩 한국 출장을 가는데 매번 엄청난 양의 새로운 제품과 혁신에 놀란다. 이런 혁신은 전 세계에 널리 자랑하고 싶은 장점이다. 반면,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없이, 유행하는 제품이 생기면 너나없이 미투 제품을 양산해내는 것은 문제다. 차별화 되지 않은 제품과 브랜딩으로는 장기간 사랑받는 브랜드로 자리 잡을 수 없다.

미국의 소비자들에게 꼭 추천해주고 싶은 한국 화장품을 소개해달라.
미국 소비자들은 피부 타입이 지성인 경우가 많고 복잡한 루틴을 좋아하지 않는다. 순하면서도 충분히 촉촉한 다음의 제품을 추천한다.
⇢ 닥터 오라클의 파우더 클렌저. 파우더 타입의 클렌저로 각질 제거 효과도 좋다.
⇢ 얼스의 레시피 토너. 수분감 넘치는 허벌 토너라 진정 효과와 보습 효과가 최고다.
⇢ LJH의 비타 프로폴리스 앰플. 무겁지 않으면서도 다음 날 피부가 맑고 환해진다.
⇢ 블라이스의 툰트라 차가 프레스드 세럼. 세럼과 모이스처라이저가 합쳐진 획기적인 제품으로 커스터드와 같은 독특한 질감 때문에 사용감이 특히 좋다.

미국으로 이주하며 한국 화장품 브랜드에 대한 애정이 더욱 커졌다. 물론 가장 사랑하는 것은 그녀가 직접 홍보하는 베네피트의 제품들.

전 세계에 홍보하는 여자 | 이솔
샌프란시스코의 베네피트 본사에서 1년 전부터 글로벌 홍보 & 커뮤니케이션 매니저로 근무하고 있다. 전 세계 49개국의 전반적인 홍보 전략을 세우고, 그들의 홍보 활동을 평가하는 것이 주요 업무. 베네피트에서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전 세계에 배포될 보도 자료와 기획 트렌드 자료를 만들고 신제품 모델 화보 촬영을 진행하는 것도 업무 중 하나다.

글로벌 브랜드의 미국 본사에서 일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한국 베네피트 홍보팀에서 4년간 근무했는데 그 사이 베네피트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으며 본사의 규모가 급성장했다. 글로벌 마케팅팀의 규모가 커지면서 홍보를 전담하는 글로벌 PR &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새로운 팀을 만들었는데, 여기에 글로벌 실무경험을 가진 담당자 자리가 생겼다. 그동안 본사에서 한국의 홍보 활동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터라, 자연스레 한국의 홍보 담당자였던 나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2시간 화상 전화로 실무자 면접을 본 뒤, 샌프란시스코로 와서 3일간, 8명의 임원 면접을 본 후 글로벌 홍보 담당자로 발령받았다.

글로벌 홍보 담당자로 한국인을 뽑은 이유는 무엇인가?
무조건 한국인을 뽑으려고 계획한 것은 아니었지만 인터뷰 면접 때 임원들이 하나같이 한국 시장의 빠르고 놀라운 성장 과정에서 보여준 홍보와 마케팅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하더라. 까다로운 한국 시장에서 일한 사람이라면 높은 수준의 업무 능력과 결과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는 것. 실제로 내가 한국에서 근무할 때도, 본사에서 한국의 마케팅 사례를 스터디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경우가 많았다. 많은 미국 여자들이 따라 할 정도로 한국 여자들의 도자기 피부, 동안 눈썹이 인기인 데다가, 유명 한국인 블로거들이 월드 스타로 거듭나는 등 한국의 트렌드가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실제로 업무를 할 때 한국에서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되나?
동료들은 내가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화장품에 대한 지식이 엄청나게 풍부하고 메이크업 실력도 뛰어날 것이라 생각한다. “실제로 9개의 스킨케어 제품을 사용하느냐?”, “어떻게 하면 한국인들처럼 도자기 피부를 가질 수 있느냐?”, “옴브레 립은 어떻게 하면 한국인처럼 완벽하게 연출할 수 있느냐?”라는 질문을 수없이 받는다. 그러다 보니 다른 팀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화보 촬영에 초청되는 일도 많다. 전반적인 연출과 메이크업에 대한 나의 조언을 높게 평가해준다. 아시아인들의 취향을 파악하는 각종 회의에 대표로 참석하기도 하고, 신제품을 개발할 때도 단연 한국인인 내 의견을 중요하게 반영해준다. 한마디로 한국인 특유의 섬세함, 트렌디함을 높게 평가하는 듯하다. 반대로, 폐쇄적인 한국 문화의 특성상, 글로벌한 감각은 부족할 것이라는 편견도 존재한다.

한국과 미국의 기업 문화는 어떻게 다른가?
이곳에서는 개개인이 모두 전문가로 인식된다. 직급, 나이, 경력에 관계없이 자신이 현재 하고 있는 업무에는 그 누구보다도 최고의 전문가라는 인식을 갖고 일하는 사람이 많고 모두가 그 점을 인정해준다. 이제 막 직장 생활을 한 신참의 의견에도 임원들이 귀를 기울이고 그들이 추진하는 일이 현실화되는 경우도 많다. 참으로 부러운 문화다.

글로벌 홍보 담당자가 된 지 1년이 되었다. 적응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새로 출시되는 신제품은 평소 나의 뷰티 습관이나 편견을 버리고 무조건 나의 베스트 뷰티 아이템으로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계속 사용해보며 장점을 찾아내려 노력하고 결국은 그 제품이 없으면 안 될 정도로 익숙해지려 노력한다. 내가 그 제품을 가장 사랑해야, 가장 잘 홍보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또 글로벌 트렌드에 더 전문가가 되기 위해 한국, 미국, 프랑스, 영국의 잡지를 비롯해 전 세계 유명 블로거들의 사이트를 섭렵하고 있다. 앞으로 최소 5년 이상은 본사에서 다양한 경험을 통해 경력을 쌓고 싶다. 궁극적으로는 한국에 다시 돌아가서 한국의 화장품으로 전 세계 뷰티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진정한 코리언 뷰티인이 되고 싶다.

실제로 어떤 화장품을 사용하는지 궁금하다.
⇢ 베네피트의 데아 리얼 컬러 라이너. 절대 번지지 않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늘 흐트러짐 없는 아이 메이크업을 완성해주는, 내게는 정말 최고의 아이템이다!
⇢ 아이오페의 에어 쿠션 XP. 한국인으로서 자랑스러운 제품을 소지하고 사용하고 싶어 구입해서 꾸준히 사용하는 제품. 햇빛이 강한 캘리포니아에서의 생활에 커버력도 뛰어난 데다 SPF 50 기능까지 있어 매일 들고 다니는 필수품이 되었다.
⇢ 베네피트의 차차틴트. 한국 스타일의 메이크업 완성은 뭐니 뭐니 해도 그러데이션된 코랄빛 립! 이를 완성해주는 데는 차차틴트만 한 제품이 없다.
⇢ 록시땅의 시어 클렌징 오일. 클렌징 오일로 세안을 하지 않는 미국인들 때문에 이곳에서 나에게 맞는 클렌징 오일을 찾아 많은 시간을 보내다가 만나게 된 제품. 강한 아이메이크업도 잘 지워지고 향도 좋다.
⇢ 베네피트의 브라우징. 눈썹 메이크업에 평소 많은 공을 들이는데, 브라우징 안에 들어 있는 왁스로 먼저 눈썹 결을 잡아주고, 그 위에 파우더로 모양을 그리고 빈 곳을 채워주면, 전문가의 손길을 거친 듯한 셀럽 눈썹이 완성된다.

글로벌 홍보 담당자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기회란 우연히 찾아오지 않는다고 말해주고 싶다. 지금 하는 일이 비록 별 볼일 없고 하찮게 느껴지더라도, 그것 역시 더 큰 도전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준비 과정이다.  그러는 사이 자신도 모르게 실력과 가능성을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 공부에 시간을 투자해 의사소통의 불편함이 없도록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기회는 언제, 어떻게 올지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