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희애가 하와이로 향했다. 우아한 호텔과 바다를 오가며 휴가를 즐긴 여배우를 따라갔다. 어떤 모습은 지극희 김희애다웠지만 놀랄 일은 많았다.

 

블라우스, 플라워 패턴 프린트의 롱 스커트, 레이스업 슈즈, 화이트 플라워 모티브의 골드 뱅글은 모두 CH 캐롤리나 헤레라(CH Carolina Herrera).

블라우스, 플라워 패턴 프린트의 롱 스커트, 레이스업 슈즈, 화이트 플라워 모티브의 골드 뱅글은 모두 CH 캐롤리나 헤레라(CH Carolina Herrera).

 

블라우스와 팬츠는 바네사 브루노(Vanessa Bruno). 선글라스(SF746SK)는 살바토레 페라가모 바이 룩옵틱스(Salvatore Ferragamo by Look Optics).

블라우스와 팬츠는 바네사 브루노(Vanessa Bruno). 선글라스(SF746SK)는 살바토레 페라가모 바이 룩옵틱스(Salvatore Ferragamo by Look Optics).

 

 

하와이에서 가장 좋은 것은 날씨다. 아침 7시면 라나이부터 햇볕이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러면 밤새 잠든 와이키키도 기지개를 켠다. 서 핑 보드를 든 사람들이 해변에 나타나고, 잠을 깬 여행자들도 산책을 한다. 다른 열대의 나라에서는 달아오르는 한낮을 피해 서둘러 오전에 일정을 시작하지만, 하와이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 태양이 작열하는 한낮에도 덥거나 습한 느낌은 전혀 없으니까. 파라솔 아래로만 몸을 피하면 금세 선선한 바람이 느껴진다. “하와이 날씨가 좋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는데, 정말 그래요.” 김희애가 말했다. 드라마 <미세스캅>이 끝난 후 휴식기를 가진 그녀를 이곳까지 끌어낸 건 역시 날씨일지 모른다.
인천공항에서 두터운 코트를 입고 떠난 김희애는 ‘하와이의 천국의 집’으로 불리는 할레쿨라니 호텔에 머물렀다. 와이키키 한복판에 있으면서도 신기하게 조용한 호텔이다. 유럽인과 일본인이 사랑하는 이 호텔에는 그녀를 알아보는 사람이 전혀 없었고, 그래서 그녀는 아주 자유로워 보였다. 수영복을 입고 풀사이드에서 수영을 즐기거나, 해변을 걷는 일들이 그랬다. 멋진 사진을 찍은 후에는 함께 하와이를 여행했다. 그녀가 정말 즐거워한 것은 호사스러운 것이 아닌, 우연히 들른 과일 노점에서 서서 먹은 파파야 반쪽, 서퍼들의 성지로 불리는 할레이바 구경, 아사이볼 한 그릇이었다. 그리고 그녀가 바다에서 서핑을 해본 적이 있냐고, 자신도 해볼 수 있냐고 물었을 때에는 정말이지 놀랐다. 다음 날 아침, 평범한 비키니 위에 단지 래시가드 한 장만 걸친 김희애와 와이키키 해변에서 서핑 레슨을 받았다. 그녀가 파도를 탔냐고? 물론이다!
하와이에서는 무지개가 흔하다. 예기치 않은 스콜이 내린 후, 다시 이국의 태양이 거세게 빛나면 하늘에는 선명하고 예쁜 무지개가 생긴다. 그래서인지 하와이의 차량 번호판에는 ‘알로하 스테이트’라는 말과 함께 작은 무지개가 그려져 있다. 비와 태양, 그 사이에 무지개. 그건 하와이에서는 일상처럼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무지개의 아름다움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우리에게 휴가란 잠시 반짝하고 사라지고 마는 무지개 같은 순간인지 모른다. 김희애가 하와이에서 보낸 시간들도 그렇다.

 

터틀넥 스웨터는 에스카다(Escada). 쇼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뱅글은 판도라 에센스 컬렉션(Pandora Essenece Collection).

터틀넥 스웨터는 에스카다(Escada). 쇼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뱅글은 판도라(Pandora).

 

니트 스웨터는 르베이지(Le Beige). 선글라스(SF795SK)는 살바토레 페라가모 바이 룩옵틱스. 귀고리는 판도라. (오른쪽 페이지) 아플리케 장식 드레스는 지암바티스타 발리(Giambattista Valli). 귀고리는 판도라. 블랙 미노디에르 클러치백은 지안프랑코 로띠(Gianfranco Lotti).

니트 스웨터는 르베이지(Le Beige). 선글라스(SF795SK)는 살바토레 페라가모 바이 룩옵틱스. 귀고리는 판도라. (오른쪽 페이지) 아플리케 장식 드레스는 지암바티스타 발리(Giambattista Valli). 귀고리는 판도라. 블랙 미노디에르 클러치백은 지안프랑코 로띠(Gianfranco Lotti).

 

 

‘여배우의 휴가’를 엿본 것 같은 기분이에요. 휴가다웠나요?
정말 휴가답게 보낸 것 같아요. 늘 촬영을 겸해서 여행을 하면 일도 휴가도 아닌 것처럼 애매했는데, 이번에는 일도 유쾌하게 잘한 것 같고 좋았어요. 가족끼리 여행 가면 이것보다 재미있었을까요? 아닐걸요? 가족끼리 가면 제일 재미없죠. 어디 가자면 ‘꼭 가야 해?’ 이러죠. 이번 여행은 가기 전부터 은근히 기대가 되더라고요. 출발하는 날짜도 세고 그랬어요. 하와이는 이국적이면서 집처럼 편안한 마음이 들어요. 사람들도 친절하고 안전하고요.  지금 저 하와이 홍보대사처럼 말하고 있나요? 난 자칭 ‘제주도 홍보대사’인데.

 

<미세스캅> 이후 제주에서 시간을 많이 보냈어요?
애들 학교가 제주에 있어서, 일 끝나면 가야죠. 바다보다 산이 좋으면 나이 든 거라는데, 전 제주의 산이 더 좋아요. 정말 아름다워요.

 

<미세스캅>은 형사 역이라 유난히 뛰는 장면이 많더군요. 체력 소모가 컸을 것 같지만, 전형적이지 않은 역할이라 인상적이었어요.
웃고 농담하다 갑자기 이런 얘기하니까 이상해요. 현실로 돌아온 것 같네요. 맞아요. 여느 드라마와 달랐죠. 한국에서 여배우로 할 수 있는 역할이 별로 없어요. 특히 제 나이면 더 그래요. 그러니 그런 캐릭터가 나왔다는 게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 일이에요? 배우의 한 사람으로서 잘되길 바랐어요. 그래서 성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야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가 또 만들어지죠. 모두가 최선을 다했고 성적도 좋았어요.

 

드라마처럼 현장은 활기차고 재미있었어요?
현장이요? 재미없어요. 제가 재미있는 사람이 못 되니까. 배우들 방마다 제각기 색깔이 있어요. 제 대기실은 정말 조용한데, 이번에 이기광 대기실을 보니까 거기는 노래 부르고 춤추고 정말 재미있겠다 싶더라고요.

 

아플리케 장식 드레스는 지암바티스타 발리(Giambattista Valli). 귀고리는 판도라. 블랙 미노디에르 클러치백은 지안프랑코 로띠(Gianfranco Lotti).

아플리케 장식 드레스는 지암바티스타 발리(Giambattista Valli). 귀고리는 판도라. 블랙 미노디에르 클러치백은 지안프랑코 로띠(Gianfranco Lotti).

 

뷔스티에 톱과 슬립 드레스는 라펠라(La Perla). 재킷은 에스카다. BEAUTY NOTE SK-Ⅱ 피테라 에센스 사용 후 SK-Ⅱ 미라클 오일을 발라 피부에 촉촉함과 윤기를 더했다.

뷔스티에 톱과 슬립 드레스는 라펠라(La Perla). 재킷은 에스카다. BEAUTY NOTE SK-Ⅱ 피테라 에센스 사용 후 SK-Ⅱ 미라클 오일을 발라 피부에 촉촉함과 윤기를 더했다.

 

공중파에서 보기 드문 시즌제 드라마가 될 수도 있다던데요?
그런 것 같아요. 저는 영화 스케줄이 있어서 아직 잘 모르겠어요. 도장은 찍지 않았지만, 할 것 같아요. 사실 시나리오에 100퍼센트 만족한 건 아니에요. 하나만 보고 하는 거예요. 모든 걸 다 만족하는 작품은 그리 많지 않아요. 저는 너무 세련되려고 하는 작품도 촌스럽다고 생각해요. 이번 영화는 맛으로 따지면 고집이 있는 맛이에요. 여기저기 잘 보이려고 하는 게 아니고 분명한 색깔이 있어서 할 만하다고 생각했어요.

 

무엇이든 각각의 맛이 있으면 된다는 주의인가요?
단 하나의 매력이 있으면 돼요. 모든 매력을 다 갖추면 좋겠죠. 하지만 ,뭐 전 이제 꺾어지는 태양인데 뭘 더 바라겠어요? 이 정도면 감사하다고 생각해요.

 

당신이 다양한 장르, 다양한 색깔의 작품에 출연한 게 아마도 그런 이유였군요. 모험심이 강하다고 생각해왔거든요.
모험심은 그냥 그래요. 성격도 내성적인 편이고… 하지만 호기심은 많아요.

 

다음 영화가 기다리고 있으니, 휴식도 길지 않겠네요. 어떻게 보낼 생각이에요?
일부러 쉰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일이 끝났으니까 다른 일 하기 전까지는 그냥 있는 거예요. 휴식이라고 해도 마냥 퍼질 수 없잖아요. 이렇게 새로운 곳을 다니면서 새로운 것을 보는 것도 저를 변화시키고 깨어 있게 해줘요. 그러다 보면 쉴 때도 일과 휴식을 구분 짓기가 애매해요.

 

서핑을 배우고 싶다고 해서 놀랐어요. 상상도 못했다는 게 맞겠네요.
사람이 태어나서 다양한 걸 경험해봐야 하지 않아요?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피부도 그을리고, 보드에 부딪혀 다칠 수도 있잖아요!
들은 이야기인데, 어떤 사람이 화장을 너무 두껍게 해서 맨 얼굴을 볼 수가 없었는,데 죽고 난 다음 맨 얼굴을 보니 피부가 얼마나 백옥처럼 예쁜지 죽은 사람 같지가 않더래요. 그분은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서 평생 가부키 화장을 했는데 돌아가시고 난 다음에야 사람들이 그 예쁜 피부를 본 거예요. 그 럼 뭐해요? 인생도 즐기고, 기미와 주근깨로 거뭇거뭇하더라도 즐겁게 살아야 행복한 삶 아닐까요?

 

글로벌 뷰티 브랜드의 모델이니까, 하와이에서도 양산 쓰고 다닐 줄 알았거든요.
노력도 하죠! 서핑 후에는 SK-Ⅱ 화이트닝마스크팩도 했고 새로 나온 SK-Ⅱ 미라클 오일로 수분 공급과 윤기도 주었어요. 즐기면서 케어도 하는 거죠. 치아 미백 받았다고 커피도 못 마시고, 와인도 못 마시면 얼마나 인생이 불쌍해요?

 

뷔스티에 톱과 블라우스는 라 펠라. 팬츠는 필립 플레인(Philipp Plein). 귀고리와 반지는 모두 판도라. 코런덤 다이아몬드 미니 토트백은 지안프랑코 로띠.

뷔스티에 톱과 블라우스는 라 펠라. 팬츠는 필립 플레인(Philipp Plein). 귀고리와 반지는 모두 판도라. 코런덤 다이아몬드 미니 토트백은 지안프랑코 로띠.

 

레이어드한 드레스는 모두 타임(Time). 목걸이는 판도라 에센스 컬렉션. 반지는 판도라.

레이어드한 드레스는 모두 타임(Time). 목걸이는 판도라 에센스 컬렉션. 반지는 판도라.

 

그래도 다른 배우들은 휴양지에 가면 스태프들이 한 시간마다 자외선 차단제를 발라준답니다. 그런데 아무것도 안 하시더라고요!
저는 너무 케어받는 게 부담스러워요. 공주도 아니고…. 배우라고 그러는 것도 정상이 아니라고 봐요.

 

스태프를 배려해서 그런 건 아닌가요?
제가 한껏 배려를 한다고 해도 제가 받는 배려에 비하면 ‘새 발의 피’죠 . 배우니까 많은 분이 돌봐주고, 챙겨주고, 예쁜 선물도 주죠. 하지만 그게 전부라고 생각하면 안 돼요. 배우는 인간의 모습을 연기해야 하는 사람인데, 실제 생활에서 공주 대접만 받는다면 인간의 삶을 표현할 수 있을까요? 사실 또 배우가 별것도 아니거든요. 너무 특별해서 배우가 된 게 아니에요. 다 자기 생활이고, 직업이고, 돈벌이죠. 저는 사진 찍고, 메이크업하고, 머리 하는 분들이 더 대단하고 멋지다고 생각해요. 늘 배워요.

 

사람들은 당신에 대해 우아하다고 하죠. 동의하나요?
아마 배역이나 광고 속 모습을 보고 하는 말일 거예요. 저는 그거와 완전 반대라고 생각하면 되요. 집에서도 가만 있질 못해요. ‘1 타2피’를 좋아해요. TV도 운동하면서 보고, 머리 감으면서 발 지압을 하고, 설거지하면서 음악 듣고. 가만히 있는 시간이 너무 아까워서 쪼개서 살아요. 절 우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실제 제 모습을 보면 분명히 실망할 거예요. 그래도 그게 사실이에요. 운이 좋아서 계속 작품을 하고 있는 것이죠.

 

운이 좋았다고만 생각하나요?
저도 최선을 다하지만, 늘 일할 수 있는 걸 감사하게 생각하는 건 사실이에요. 일을 하고, 돈을 벌어서 살 수 있는 건 감사한 일이에요. ‘난 아티스트야’ 하고 폼 잡는 건 꼴 뵈기 싫지 않나요? 오랜만에 영화를 해보니 너무 좋았어요. 그렇다고 ‘난 영화만 할래’ 한다면 낙동강 오리알이 되고 말 거예요. 뭐든 주어지면, 난 아침 일일 연속극이어도 해요. 일단 일을 할 수 있는 걸 감사하게 여겨요. 보세요, 잘나가는 배우도 10년을 가는 게 힘들어요. 세상에 영원한 건 아무것도 없거든요.

 

스스로를 직업인이라고 생각하는군요.
저는 이순재 선생님을 정말 좋아하는데, 선생님은 드라마도 했다가 연극도 하세요. 또 영화도 했다가 강의도 하시죠. 이순재 선생님이 현장에서 어떠냐 하면, 아이 같으세요. 원로 선생님들 중에는 왜 내 장면 먼저 안 찍어주냐고 화내고, 분위기 싸하게 만드는 분들이 많지만 이순재 선생님은 그러시는 법이 없어요. 그냥 기다리시죠. 저는 ‘올해의 배우’ ‘최우수 연기상’을 받는 것보다 이순재 선생님처럼 40년, 50년 그렇게 길게 가는 게 정말 강하고 위대한 배우라고 생각해요.

 

당신도 가능한 한 오래 연기 생활을 하고 싶어요?
당장 내일 일도 모르는데 20년 뒤를 누가 알겠어요. 하루하루 건강하게 잘 사는 거죠. 건강하면 오래 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건강하려고 운동해요. 그러다 보면 1년이 10년이 되고 그러겠죠.

 

여전히 촬영장에 갈 때에는 설레나요?
늘 부담스럽죠. 어떻게 찍지? 대사 어떻게 해야 하지? 늘 고민하죠. 그런데 끝나고 나면 촉촉하게 기억에 남아요. <밀회>나 <아내의 자격>을 떠올리면, 그때가 좋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두 작품을 자주 이야기하는군요. 특별한 작품이었나요?
달랐어요. 팀워크가 정말 대단했어요. 덕장이라고 하죠? 안판서 감독님이 그랬어요. 소리 한 번 지르지 않아도 너무나 술술, 실타래가 풀렸어요. 모든 스태프가 짜증 한 번 안 부리고요. 제가 행동이 굉장히 빨라요. 그래도 스태프들이 제가 옷 갈아입는 것보다 더 민첩해요. ‘내가 제일 빨리 도착했겠지’ 하고 촬영장에 가면 이미 다 기다리고 있어요.

 

블라우스는 CH 캐롤리나 헤레라. BEAUTY NOTE SK-Ⅱ 피테라 에센스 사용 후 SK-Ⅱ 미라클 오일을 발라 피부에 촉촉함과 윤기를 더했다.

블라우스는 CH 캐롤리나 헤레라. BEAUTY NOTE SK-Ⅱ 피테라 에센스 사용 후 SK-Ⅱ 미라클 오일을 발라 피부에 촉촉함과 윤기를 더했다.

 

블라우스와 팬츠는 CH 캐롤리나 헤레라.

블라우스와 팬츠는 CH 캐롤리나 헤레라.

 

다른 드라마보다 공을 들인 걸까요?
다른 드라마도 다 공들이죠. 그런데 화장을 100퍼센트 완벽하게 하면 촌스러워요. 2% 부족하게 가야 자연스럽고 예쁘지 않아요? 너무 완벽하게 하려는 사람은 같이 일하기 싫고 답답하잖아요. 일도 그래요. 예술할 거야, 좋은 작품할 거야, 그러면 좀 부담스러울 것 같은데 그 드라마는 오히려 힘을 뺐어요. 모든 게 이완되어 있어서 더 편안했던 것 같아요.

 

안판석 감독님은 왜 꼭 당신이어야 한다고 했나요?
기억도 안 나요. 오래전부터 <밀회>를 하자고 했어요. 그런데 그게 몇 년을 끌다가 무산이 되고, <아내의 자격>을 먼저 하게 되고 다시 <밀회>를 한 거죠. 제주도에서 안 감독님이랑 정성주 작가님과 만나서 이런 거 하면 재미있겠다 했던 기억은 나네요.

 

배우는 사람들이 잘할 수 없는 경험을 한다는 것이죠.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아보고, 다양한 걸 배우죠. 배우로의 삶은 어떤 게 좋았나요? 
이렇게 일하러 외국도 오고, 돈도 벌고 좋죠. 아… 또 다른 게 좋았을지도 몰라요. 어릴 때부터 우울증 같은 면이 있었는데, 버스정류장에서 사람들이 깔깔 웃으면 ‘뭐가 그렇게 행복할까? 사람은 다 죽는데’ 싶었고 죽음을 많이 생각하고 행복한 걸 몰랐어요. 늘 그런 감정이었던 게 아니라 문득 오는 때가 있어요. 그 감정이 너무 싫었어요. 어디 배 아픈 게 낫지, 슬프고 우울한 게 너무 싫었어요. 그땐 저 혼자 외계인이었어요. 다 지구에 있는데 저만 지구에서 1m 정도 붕 떨어져 있는 기분이랄까요?

 

요즘으로 따지면 우울증이나 조울증이었던 걸까요?
그랬을 거라고 생각해요. 처녀 적에 그런 면이 심해서 2 주 정도 약을 먹은 적도 있어요. 그런데 결혼하고 나서 자연스럽게 없어졌어요. 신경정신과 선생님을 만나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그때 이야기를 했어요. “선생님, 제가 어릴 때부터 배우생활을 해서 그랬던 것 아닐까요? 어린 시절을 즐겼어야 하는데 일을 해서 그런가요?” 그러자 의사선생님이 “만약 김희애 씨가 공부만 오래 해서 나처럼 의사가 되어 병원에만 있었으면 아마 여기서 떨어져 죽었을걸요? 배우가 되었기 때문에 살아 있는 거예요”라고 하더군요. 그때 그 말이 정말 고맙고 좋았어요.

 

다시 돌아가면 다른 삶을 살고 싶나요?
크게 바꾸고 싶은 건 없는데, 다시 태어나면 외국에서 한번쯤 공부해보고 싶어요.

 

늘 어딘가 멀리 보는 것 같고, 좋은 것과 나쁜 것을 당장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내버려두자는 태도는 당신에게 시간이 준 내공인가요?
그냥 겪어보니까 그래요. 저는 사회성이 없는 편이에요. 사회성 좋은 사람은 노력을 많이 해요. 남들도 잘 챙기고요. 그 대신 가까워지면 꼭 상처를 받더군요. 그러니까, 가까운 게 좋은 것만은 아니에요. 적절한 거리가 오히려 관계를 오래가게 하는 것 같아요.

 

4박5일간의 ‘알로하 무드’도 이제 끝나가요.
저는 다 인연이 있다고 생각해요. 또 모르죠, 우리가 어디에서 다시 만날지. 하루짜리 인연인지, 한 달, 아니 10년을 갈 인연인지요.

 

오, 한번 지켜볼까요?
너무 즐거웠으니까 다시 만나도 참 좋을 거예요. 하지만 4박 5일간의 인연이었다고 해도 나쁜 건 아니에요. 충분히 좋고, 완벽했으니까요. 인연이 길다고 좋은 건 아니더군요. 그런 걸 많이 봤어요. 30년 친구하다가 원수가 되는 것 같은 일 말이죠.

 

다시 하와이에 온다면 뭘 해보고 싶어요?
음… 서핑을 다시 해볼까요? 아, 서핑할 때 거북을 봤어요. 여기서는 뭘 해도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