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가의 ‘남초’ 현상 속에서 여전히 웃기는 여자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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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님과 함께2 – 최고의 사랑>의 김숙 2 <마이리틀텔레비전>과 <라디오스타>의 박나래

 

‘안방마님’이라고 불리던 박미선이 8년 만에 찜질방 자리에서 물러났다. <해피투게더3> 이야기다. 시즌을 개편하며 먼저 하차한 신봉선, 그리고 박미선, 김신영까지 물러난 자리에는 전현무와 김풍이 새로이 안착했다. 여자 MC가 등장하는 몇 안 되던 예능이 또 하나 사라진 셈이다. 방송가의 ‘남초’ 현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무한도전>을 비롯해 <라디오스타> 같은 장수 예능의 고정 MC 자리는 모두 남자다. 아빠, 싱글남, 남자 군인에 이어 올해는 남자 셰프들까지 가세하며 남자들로 한층 ‘꽉’ 채워졌다. 그 척박한 환경에서도 여전히 웃기는 여자들이 있다. 박나래는 내일이 없는 것처럼 개그를 한다. 그 옛날 ‘분장실 강선생님’ 뺨치는 분장을 한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긴 했다. <코미디 빅리그>의 인기코너 ‘썸&쌈’에서 장도연이 썸을 탈 동안 추녀로 분장한 박나래는 얼굴에 물을 맞고, 멱살을 잡혔으며, 때로는 밀가루까지 뒤집어썼다. 새로운 코너 ‘중고앤나라’에서 보여준 마동석 분장은 ‘변신’에 가까운 것이었다. 올봄, <무한도전-식스맨> 특집에서 광희와 정형돈이 꾸민 ‘패션황’에 장도연과 함께 출연해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박나래는 이제 공중파까지 종횡무진한다. 술을 워낙 좋아해 집에 아예 바를 차렸다며,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나래 바’ 이야기를 할 때는 그 집에 초대받고 싶었고, <무한도전-바보전쟁>, <무한도전- 웃음사냥꾼> 특집에서는 카메라가 향할 때마다 빵빵 웃겼다. 가장 박나래다웠던 건 오랜 콤비인 장도연과 함께 출연한 <마이리틀텔레비전>에서였다. ‘첫 출연이 마지막 출연’이라는 각오로 각종 분장은 물론, 춤, 회식 자리에서 술 피하는 법 등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보이더니 기어코 2위에 등극했다. “저는 제가 먼저 대시해요. 성공률은 10번 하면 3번 정도인데 그래도 100번 해서 30번 성공하면 제가 위너 아니에요?” 최근 한 인터뷰에서 박나래가 한 말이다. 148cm 단신의 박나래는 자신이 여자임을 다른 방식으로 어필한다. 박나래의 개그에 ‘섹시’가 입혀지는 순간이다. 김숙은 ‘올해의 재발견’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 초, 역시 오랜 짝꿍인 송은이와 함께 시작한 팟캐스트 <비밀보장>이 열화와 같은 지지를 받으며 인기 1위에 등극한 것에 이어 최근에는 ‘갓숙’, ‘숙크러시’로 불린다. 윤정수와 함께 출연한 <님과 함께2 – 최고의 사랑>에서 김숙은 남녀 역할의 고정관념을 완전히 뒤집는 자신만의 캐릭터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자기 차를 능숙하게 운전하고, 집은 ‘자가’로 마련한 것이며, 전기톱과 망치를 사용하며 “남자가 가지고 노는 거 아니야. 다치니까 조심해야 해”라고 말하는 여자 캐릭터라니! 심지어 조수석에 앉은 윤정수가 안전벨트를 매지 않자 “갖은 남자 짓은 다 하고 있네”라며 직접 벨트를 채워주기도 했다. 김숙은 예전에 출연한 예능에서 몇 번 ‘조신한 남자’가 이상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남자가 일해봤자 시건방져지기만 하지”라는 김숙의 언어는 현실 남자들의 욕망을 전복한 것이기에 쾌감이 있다. 그리고 ‘조신한 남자’ 윤정수와 김숙 콤비는 썩 잘 어울린다. 내년에도 언니들의 파워를 보여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