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가을/겨울 시즌, 모피는 화려함의 절정을 찍었다. 질감은 야생의 것처럼 투박하지만 자연스럽게 윤이 흐르고 부피는 얼굴이 파묻힐 정도로 거대해졌다. 팔색조 같은 컬러는 덤이다.

 

1 라쿤털 장식의 스웨이드 슈즈는 가격미정, 디스퀘어드2(Dsquared2). 2 인조털 소재 머플러는 19만8천원, 지컷(G-cut). 3 밍크털 소재 키링은 29만9천원, 소피 흄 바이 쿤(Sophie Hulme by Koon). 4 인조털 소재 코트는 69만원, 래비티(Rabbitti). 5 양털 소재 가방은 가격미정, 펜디(Fendi). 6 밍크털 장식의 메탈 소재 뱅글은 모두 9만8천원, 러브캣(Lovcat). 

1 라쿤털 장식의 스웨이드 슈즈는 가격미정, 디스퀘어드2(Dsquared2). 2 인조털 소재 머플러는 19만8천원, 지컷(G-cut). 3 밍크털 소재 키링은 29만9천원, 소피 흄 바이 쿤(Sophie Hulme by Koon). 4 인조털 소재 코트는 69만원, 래비티(Rabbitti). 5 양털 소재 가방은 가격미정, 펜디(Fendi). 6 밍크털 장식의 메탈 소재 뱅글은 모두 9만8천원, 러브캣(Lovcat).

 

아름다움을 향한 인간의 욕망, 생명 경시에 대한 윤리적 죄책감을 일깨우는 모피의 시즌이 시작되었다. 21세기에 들어 모피는 ‘사모님 스타일’의 고루한 이미지에서 완전히 탈피했다. 힙합 뮤지션들은 상류사회의 오만함을 어필하던 모피를 스트리트 컬처로 확장시켰고, 진짜보다 더 멋진 인조 모피는 동물의 털을 착취하는 인간의 잔혹함을 거둬냈다. 그 결정적 시작은 2007년 가을/겨울 시즌, 프라다가 선보인 테디 베어를 떠오르게 하는 색색의 인조 모피의 행렬. 이후로 하이패션 브랜드들은 염색과 가공에 한계가 없는 데다, 오히려 진짜보다 담백하고 유머까지 더할 수 있는 인조 모피를 꾸준히 선보였고, 경제적으로든 스타일 면으로든 모피는 접근하기 어렵다는 편견을 없애는 데 성공했다. 결과적으로 모피 트렌드는 더 많은 사람이 공유하게 되었으며, 그 어떤 아이템보다 스타일을 한 단계 진일보시키는 매력적인 아이템으로 등극했다.

올 가을/겨울 시즌, 인조 모피를 포함한 모피의 원초적인 아름다움은 극에 달해 있으며, 모피가 지닌 과시적인 태도 역시 최고조에 이르렀다. 코트에서부터 가방, 신발, 장갑, 모자, 스툴까지 이번 시즌은 모피를 장착한 호화스러운 것들로 넘쳐난다. 보란 듯이 ‘나 여기 있소’라는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말이다. 화려함의 끝을 치달은 모피의 진화는 스타일에 대한 접근법까지 변화시켰다. 모피 그 자체의 질감과 컬러를 즐기는 것이다.

 

7 여우털 장식의 소가죽 소재 장갑은 가격미정, 펜디. 8 인조털 소재 클러치백은 25만9천원, 보브(Vov). 9 여우털 장식의 울 소재 모자는 19만8천원, 덱케(Decke). 10 인조털 소재 베스트 재킷은 7만9천원, 스트라디바리우스(Stradivarius). 11 인조털 소재 코트는 1백28만원, 쟈니 해잇 재즈(Johnny Hates Jazz). 12 토끼털과 데님 소재 재킷은 6백60만원, 톰 포드(Tom Ford). 13 인조털 장식의 폴리에스테르 소재 스커트는 48만8천원, 프리마돈나(Fleamadonna). 

7 여우털 장식의 소가죽 소재 장갑은 가격미정, 펜디. 8 인조털 소재 클러치백은 25만9천원, 보브(Vov). 9 여우털 장식의 울 소재 모자는 19만8천원, 덱케(Decke). 10 인조털 소재 베스트 재킷은 7만9천원, 스트라디바리우스(Stradivarius). 11 인조털 소재 코트는 1백28만원, 쟈니 해잇 재즈(Johnny Hates Jazz). 12 토끼털과 데님 소재 재킷은 6백60만원, 톰 포드(Tom Ford). 13 인조털 장식의 폴리에스테르 소재 스커트는 48만8천원, 프리마돈나(Fleamadonna).

 

매 시즌 ‘진화된’ 모피 의상을 선보이는 펜디부터 출발해보자. 펜디가 올 시즌 집중한 것은 바로 거대한 형태. 현란한 모피의 기교를 보여주던 펜디는 폭스, 밍크, 몽골리안 램 소재 등을 사용한 맥시 코트로 길고 과장된 실루엣을 선보였다. 최첨단의 모피 기술을 보유한 브랜드로서의 역량이 겨우 모피를 다양한 길이로 재단하여 패치워크하거나 오버사이즈의 코트를 가볍게 만드는 데에 사용되었나 싶을 정도로 기술 점수는 소박하지만 린지 윅슨의 피날레 룩처럼 어떤 가공도 거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질감과 컬러, 거대한 볼륨이 시선을 압도했다. 더불어 발을 투박하게 덮은 모피 소재 웨지 슈즈와 자연 그대로의 결을 유지한 모피 백을 더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피 룩을 제안했다. 거대한 형태가 전하는 아우라는 모피 반대주의자 스텔라 맥카트니의 컬렉션으로 이어진다. 실용주의적 관능에 심취해 있는 스텔라 맥카트니는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만들어낸 것 같은 편안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의 몸을 돋보이게 하는 커팅의 길고 가는 실루엣의 의상을 선보였고, 그 사이사이에 강렬하고 묵직한 덩어리를 던져놓았다. 머리카락처럼 긴 털로 뒤덮인 XXL 사이즈의 가짜 여우털 코트가 바로 그것! 이는 원초적인 질감과 형태가 얼마나 글래머러스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예. 은빛과 브라운 등 자연의 컬러를 그대로 살린 여우털 롱 코트로 컬렉션을 시작한 마이클 코어스 역시 스텔라 맥카트니와 같은 맥락의 우아함을 드러냈다. 다마스크 패턴으로 레이저 커팅한 밍크 코트를 비롯해 네크라인, 소매, 주머니, 스툴 등 모든 룩에 모피를 사용하여 기본에 충실한 모피의 변주를 보여주었는데, 예외가 있다면 청록색으로 물든 여우털 코트. 이처럼 이번 가을/겨울 시즌 모피 트렌드의 또 한 가지 특징은 강렬한 컬러이다. 디올은 동물 털 본연의 음영이 살아 있는 클래식한 모피에 인공적인 색채를 엷게 염색해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프린지, 가죽, 모피의 삼중주에 강렬한 빨강으로 모피의 기운을 북돋운 사카이, 눈을 번뜩이게 하는 노랑, 빨강, 검정의 컬러 블로킹이 현란한 몽골리안 램 소재의 오버사이즈 롱 코트를 선보인 MSGM도 빼놓을 수 없다. 붙여서 올 가을/겨울 시즌 모피의 맥시멀리즘에 촌철살인의 힘을 더한 것은 다름 아닌 모피 신발! 패션 피플의 애정을 받고 있는 캥거루 털을 더한 구찌의 로퍼 슬리퍼를 시작으로 영화 <괴물들이 사는 나라>의 괴물의 발을 연상시키는 긴 털이 덥수룩한 슈즈를 선보인 마틴 마르지엘라, 양털의 완벽한 변신을 보여준 펜디와 안토니오 마라스의 모피 슈즈는 트렌드의 지표가 이젠 재미있고 화려한 세상, ‘글램 코어’를 가리키고 있음을 직접적으로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