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인에게는 특별히 전성기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한계가 없어 보이는 배우, 유아인에 대한 단상.

 

올여름 유아인이 거둔 성과란 놀랍다. 못돼 ‘처먹은’ 재벌 3세를 연기한 <베테랑>은 관객 1300만 명을 넘겼고, 지난 9월 16일 개봉한 <사도>는 개봉 3주 만에 600만 명 돌파를 앞둔 상황이다. 흥행표를 지우고도 유아인이 이룬 성과가 여전히 놀라운 이유는 <베테랑>에서는 황정민, 유해진과, <사도>에서는 송강호와 함께 영화의 중심에 서기에 모자람이 없었다는 거다. 국내 최고의 ‘연기파’들과 대등하게 극을 이끌어갈 수 있는 갓 서른 살의 배우가 우리에게 유아인 말고 또 누가 있을까?

2003년 드라마 <반올림>으로 얼굴을 처음 알릴 때부터 유아인은 교복과 잘 어울리는 배우였다. 하루하루가 벅찬 고교생들을 그린 영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는 유아인을 청춘의 대명사로 등극시켰고, 이는 지금도 배우 유아인의 중요한 정체성이다. 과도한 자신감, 예민한 감수성, 누군가는 ‘오그라든다’고도 표현할 수 있을 자기 고백, 그리고 이 모든 특징들의 기저에 깔려 있는 불안함. 그의 오랜 팬들은 그런 그의 불안정함과 위태로움까지 응원하면서 ‘엄홍식’과 함께 자랐다.

커리어에 있어서는 언제나 탄탄했던 유아인이 진짜로 불안해 보일 때도 있었다. 2011년 방영된 리얼리티쇼 <런치마이라이프>에서 비춰진 유아인에게 가장 적합한 수식은 ‘똘끼’, 혹은 ‘까칠하다’였을 것이다. 전작 <성균관 스캔들>의 걸오처럼 겉은 거칠지만 속은 따뜻한 그를 상상한 소녀팬들에게는 충격이었다. 그 시기 함께 주목 받았던 또래 배우 신세경, 이제훈과 출연한 2012년 작품 <패션왕>은 유아인이 갖고 있던 이미지를 과도하게 활용하며 고꾸라졌고, 영화 내용과 관계없이 2013년 작 <깡철이>는 <완득이>의 그 다음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자신의 작품 행보에 대해 일부 사람들이 제기한 의문에 대한 답변으로 유아인은 지난해, <밀회>를 택했다. 스무 살 연상의 여인의 벽을 무너뜨린 <밀회>의 이선재는, 순수한 청춘과 듬직한 남자의 얼굴을 동시에 갖고 있었다.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을 합쳐 100만 명에 육박하는 팔로워를 가진 유아인은 대중이 어느 정도 자신을 엿볼 수 있는 ‘선’을 조절하는 데 능숙한 배우다. 그리고 허락된 만큼 엿본 것에 따르면, 그의 개인적인 삶 역시 안정적인 궤도에 들어선 것처럼 보인다. 스튜디오 노앙과 협업한 ‘ㅅEOUL’ 티셔츠는 거리를 휩쓸었고, 그가 이끄는 크리에이티브 집단인 스튜디오 콘크리트의 활동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유아인은 이제 남녀 모두에게 어필하는 배우가 됐다. <베테랑>에 열광하고, 아버지에게 인정받지 못한 세자가 어떻게 좌절하고 망가져가는지를 그려낸 영화 <사도> 속 유아인에게 감정을 이입한 것은 남자들 쪽이었다. 소녀 팬을 끌고 다니는 ‘아이돌 같은’ 배우에서 진짜 배우로 거듭나야 하는 벽을 유아인은 일찌감치 넘은 셈이다. 그리고 지금 유아인은 <뿌리 깊은 나무>의 프리퀄인 <육룡이 나르샤>에서 이방원을 연기한다. 데뷔 이후 10년 넘는 시간 동안 교복과 곤룡포, 밑바닥과 상류층을 자유롭게 오가는 그의 연기는 지금 잔뜩 물이 올랐다. 물론 돌이켜보면 단 한 번도 그러지 않았던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