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둘째 주에 있었던 2015년 가을/겨울 시즌 오트 쿠튀르 컬렉션은 파리를 쿠튀리에로 물들였다. 서정을 향한 디자이너의 열정이 꽃으로 만개했고, 창의력은 여성호르몬이 흘러넘치는 드라마틱하고 로맨틱한 의상을 쏟아냈다.

라프 시몬스는 올해도 꽃이 만개한 정원을 불러들였다. 꽃이 그려진 스테인드글라스로 온실 속의 정원을 창조했고, 보라색 카펫이 깔린 런웨이는 동화 속 신비로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의상은 여성이 갖출 수 있는 최고의 여성성과 우아함을 탐닉했는데 몸의 옆 라인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드레스는 라프 시몬스의 것이라고 보이지 않을 정도로 섹시했다. 꽃 사랑은 라프 시몬스뿐 아니라 처절한 관능의 아이콘 아틀리에 베르사체로 이어진다. 2만6천 개의 난꽃으로 채운 유리 런웨이 위로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에 나올 법한 요정들을 불러들인 것. 도나텔라 베르사체는 “베르사체의 부드러운 면모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고, 에로틱과 로맨틱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의상들로 탄성을 자아냈다. 로맨티시즘의 대가 지암바티스타 발리 역시 섬세하게 오리고 붙인 코르사주로 꽃을 불러들인 디자이너. 

 

늘 상상력의 끝을 보여주는 칼 라거펠트는 이번 시즌 두 개의 컬렉션을 선보였다. 하나는 아르데코풍의 카지노를 무대로 한 샤넬, 또 다른 하나는 펜디와 칼 라거펠트의 50주년 만남을 기리는 거대한 모피 파티! 샤넬 런웨이의 모델은 보이시한 플런징 보브 커트 헤어 스타일을 하고 3D 슈트를 입고 있었다. 3D 프린팅으로 색을 입히고 비즈를 달고 가죽 끈을 엮은 장식을 더한 재킷은 진정한 현대판 쿠튀리에 정신을 뽐냈다. 처음으로 파리 오트 쿠튀르 컬렉션에 참가한 펜디는 모피로 할 수 있는 모든 테크닉을 구현한 37벌의 아트 피스를 공개하며 다음 쿠튀르 시즌을 기대하게 했다. 파리를 떠나 로마에서 쇼를 선보인 발렌티노는 브랜드가 시작한 곳에서 자신들의 전통에 대한 확신을 풀어냈다. 블랙 컬러를 입은 로마 시대의 여전사들은 강인하면서도 우아한 면모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