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계 인사 이동이 많았던 2015년 가을/겨울 시즌, 새로운 둥지에서 첫 레디투웨어 컬렉션을 선보인 일곱 디자이너를 소개한다.

 

오스카 드 라 렌타의 마지막 컬렉션에 존 갈리아노가 참여하면서 한동안 사람들은 그가 브랜드를 책임지게 되지 않을까 기대했다. 인종차별이라는 불명예를 짊어진 쿠튀리에에게 할리우드 스타들의 드레스메이커 하우스는 완벽한 복귀의 발판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파격의 연속이었던 존 갈리아노의 커리어는 역시나 상상하지 못한 길을 택했고, 지난 쿠튀르 컬렉션을 통해 메종 마르지엘라의 새로운 디자이너가 되었음을 알렸다. 신비주의와 추상적 아이디어로 똘똘 뭉친 마르지엘라 하우스와 관심 받기를 좋아하는 존 갈리아노의 성향이 서로 겉돌 것 같다는 우려를 잠재운 건 다름 아닌 그의 데뷔 무대였다. 그의 기발한 상상력은 마르지엘라의 해체주의를 만나 이제껏 본 적 없는 디테일을 선보였고, 갈리아노의 과감한 성향은 마르지엘라의 미니멀한 컬러 팔레트를 만나 더욱 강렬하게 표현되었다. 이 여파는 그의 첫 번째 레디투웨어 컬렉션에서도 이어졌다. PVC 소재 코트, 그물 티셔츠, 미니멀한 블랙 드레스 등 마르지엘라의 아이코닉 피스들은 해체되고 재조합되며 새롭게 업데이트됐고, 규칙에 얽매이지 않은 스타일링, 1970년대 감성으로 복고적인 양념을 친 갈리아노의 동물적인 패션 감각 역시 건재했다. 그의 복귀가 성공적인 데에는 오랜 자숙을 통한 인간적 성숙이 바탕이 되었으리라 믿으며, 부디 예전처럼 앞으로도 쭉 우리를 흥분시켜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