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디자이너와 패션 하우스의 설레는 만남이 시작됐다. 패션계 인사 이동이 많았던 2015년 가을/겨울 시즌, 새로운 둥지에서 첫 레디투웨어 컬렉션을 선보인 일곱 디자이너를 소개한다.

 

OSCAR DE LA RENTA
Peter Copping

디자이너 피터 코팽이 느낄 책임감의 무게는 어마어마할 것이다. 미국 상류사회의 상징과도 같은 ‘오스카 드 라 렌타’라는 이름은 보통 무거운 왕관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스카 드 라 렌타가 그동안 구축해놓은 고객층은 할리우드의 원로 배우들부터 뉴욕과 LA의 파티 신을 주름 잡는 소셜라이트, 테일러 스위프트와 칼리 클로스 같은 신세대 뮤즈들까지 전 연령대를 아우른다. 모두가 평론가처럼 날카로운 눈길과 잣대로 그를 지켜보는 이때, 피터 코팽은 노련한 감각을 앞세워 자신만의 레시피를 드러냈다. 기존의 할리우드 글래머를 유지하되, 에지 있는 섹스 어필을 더하는 것. 고급스러운 울 소재 앙상블이나 새틴 블라우스는 여전했고, 여기에 란제리 디테일을 활용한 드레스, 무거운 코트 안에 매치한 푸시아, 머스터드 컬러의 실크 슬립은 은근한 섹시미를 드러냈다. 하우스의 시그니처라고도 할 수 있는 풍성한 새틴 볼 가운은 강렬한 대비의 컬러 블록 드레스로 거듭나며 세련된 변신을 꾀했다. 니나 리치에 몸담기 이전, 마크 제이콥스와 루이 비통을 거치며 상업적 감각을 익힌 그답게, 컬렉션은 전체적으로 안정적이었고 기존 고객들의 옷장을 한층 모던하게 업데이트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단, 기존 오스카 드 라 렌타 고유의 유쾌한 화려함과 밝은 에너지를 완전히 잃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