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계 인사 이동이 많았던 2015년 가을/겨울 시즌, 새로운 둥지에서 첫 레디투웨어 컬렉션을 선보인 일곱 디자이너를 소개한다.

 

은퇴한 오스카 드 라 렌타의 빈자리를 피터 코팽이 채우고, 피터 코팽이 떠난 니나 리치의 공석을 기욤 앙리가 차지하면서 기욤 앙리가 구축해놓은 까르벵의 세계적 인지도를 이을 사람은 또 누가 될까 사람들은 술렁였다. 패션판 ‘의자 뺏기 놀이’의 마지막 주인공은 바로 디자이너 듀오 알렉시스 마르샬과 아드리앙 카이요도. 이름만으로는 조금 생소한 두 사람은 12년 전 패션 학교에서 처음 만난 후로 늘 함께 일할 기회를 살펴왔다. 의상을 담당하는 알렉시스 마르샬은 지방시에서 리카르도 티시의 오른팔을 거쳐 최근에는 아이스버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했고, 액세서리를 맡은 아드리앙 카이요도 역시 지방시에서 경력을 쌓았다. 에지 충만한 이력의 그들이 까르벵에 발을 들였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취향의 변화였다. 귀여움을 조금 덜어내고, 에지를 더해 세련된 룩을 추구했는데, 날카로운 실루엣의 스키니 팬츠는 몸의 굴곡을 있는 그대로 드러냈고, 기존의 딱딱한 박스형 실루엣은 드레이핑과 러플 등 성숙하고 여성스러운 디테일을 더해 한층 부드러워졌다. 회화적인 영감 또한 그대로 찾을 수 있었는데, 컬러풀하고 예쁜 프린트를 선호하던 과거와 달리, 올라푸어 엘리아슨 같은 예술가들로부터 영감을 받아 좀 더 추상적인 취향을 드러냈다. 늘 그렇듯, 새로운 디자이너의 등장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가지고 간다. 아직 그들의 모든 것을 보지는 못했지만, 혼자가 아닌 둘이 빚어낼 시너지가 있기에 더욱 기대를 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