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열두 달, 이 세상에 함께 존재하며 우리를 즐겁게 해준 문화계 원소들이 있다. 음악, TV, 아트, 영화, 책, 공연의 여섯 개 분야를 유영하며 우리는 어떤 것을 읽고, 듣고 보았을까?

1 2013 최고의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 웹툰 같은 기발한 설정을 깊이 있는 메시지, 연애의 달콤함을 더한 멜로 드라마로 만들었다. 올해 가장 의미 있는 멜로 드라마이자 가장 재미있었던 법정 드라마.
<나인> 독창적인 설정의 시간 여행도 흥미로웠지만, 시간 여행을 통해 삶을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성찰까지 도달한 것이야말로 이 작품의 가장 놀라운 점이다.
<황금의 제국> 마치 고전 문학 속에 등장할 것 같은 인물들을 한국 현대사 속에 집어넣어 한 시대의 그림과 인간의 욕망을 끝까지 밀어붙였다. 올해 가장 묵직했고, 그 무게만큼의 품격을 보여줬다.
<직장의 신> 무슨 일이든 만능인 미스김의 캐릭터는 판타지였지만, 그런 미스김이 되지 않으면 내일을 보장할 수 없는 비정규직의 삶은 현실적이었다. 드라마가 할 수 있는 사회적 역할을 보여준 작품.
<비밀> 전반적인 침체를 겪고 있는 한국 드라마가 남긴 희망. 전형적인 전개 안에서 심리 묘사를 통해 모두가 돈과 성공을 쫓는 이 시대의 인간을 그린다. 익숙한 재미 속에 묵직한 질문을 던진, 2013년 하반기의 수작.
글 | 강명석(<아이즈> 편집장)

2 2013 예능 성적표
<아빠! 어디가?> 아빠와 아이들이 예능에 몰고 온 따뜻한 바람. 올해 초, 짜파구리는 가장 핫한 메뉴였다. 이후2013년 예능은 ‘남자들의 일상’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고, <나 혼자 산다>,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의 예능이 떠올랐다.
<정글의 법칙> <정글의 법칙>이 조작 논란에 휩싸였다. <정글의 법칙 in 뉴질랜드>에 참가한 박보영의 소속사 대표가 페이스북에 남긴 ‘개뻥 프로그램’이라는 글이 문제가 된 것. ‘리얼’을 강조해온 만큼 논란이 커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금요일 밤의 예능 1위라는 사실.
<진짜 사나이> 시청률 7%에서 시작한 군대이야기는 현재 20% 가까운 시청률을 기록하며 <1박2일>과 <런닝맨>을 따돌렸다. 샘 해밍턴과 아기병사 박형식은 물론, 류수영과 장혁, 김수로 등 모든 출연진이 고르게 수혜를 입은 프로그램.
<라디오스타> <라디오스타>는 올해도 다사다난했다. MC 유세윤이 음주운전 으로 하차하더니, 초창기 멤버 김구라가 복귀 했고, 김구라가 복귀하자 제작진 일부가 교체됐다. <라디오스타>의 마스코트였던 긴 머리의 남자 스태프, 그의 수줍은 미소가 가끔 그립다.
<꽃보다 할배> 할아버지들은 귀여웠고, 대선배들을 성심성의껏 모시는 모습이 비춰진 이서진은 다시 훈남으로 떠올랐다. 통신사와 보일러 등 CF에서 종횡무진하는 할아버지들의 모습을 보면 ‘제2의 전성기’라는 말이 낯설지 않다.
<마녀사냥> 남녀 패널의 과감한 연애 조언으로 ‘19금 토크쇼’라는 입소문을 타며 종편 예능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2.75%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문제는 지난 11월 7일, 방통심의회가 등급 조정을 경고했다는 사실. 섹드립이 빠진 <마녀사냥>이 여전히 재미있을까?
<슈퍼스타K5> 슈퍼스타 제조기, <슈퍼스타K5>가 한없이 고전하고 있다. 톱 10 생방송 체제에서도 시청률은 2~3%대를 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 댄스서바이벌 <댄싱9>과 YG의 새 보이 그룹을 뽑는 이 나름 선전했다는 사실이 위안이 될는지.
<무한도전> 한동안 잠잠하던 <무한도전>이 ‘무도 가요제’를 통해 건재함을 과시했다. 역대 최대 규모, 최고의콤비를 보여준 ‘자유로 가요제’는 무려 66.8%의 티빙(Tving) 시청률을 기록했다.
<1박 2일> 불법도박 의혹에 휩싸인 이수근 등 기존 멤버 4명이 하차하며 <1박 2일> 폐지설이 공론화됐다.어디까지나 ‘설’일 뿐, 시즌 3에 대한 예측이 무성하지만 한때 국민예능이었던 프로그램의 폐지설이라니, 과연 예능도 새옹지마다.

3 올해의 대세
신동엽 신동엽은 유재석과는 또 다른 의미로 건재하다. ‘19금 토크’라는 자신의 장기를 개척한 그의 ‘섹드립’을 모은 신동엽 플레이어까지 등장했을 정도지만 우리가 종종 간과하는 것이 있으니, 그가 , <마녀사냥> 같은 19금 쇼뿐 아니라 <동물농장>, <안녕하세요>까지 안정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 신동엽은 가장 대단한 MC다.

3-1 ‘동엽신’의 뒤를 잇는 19금 토크의 강자들
유희열 명불허전 감성변태. 의 출연을 결정하며 본격 변태로 인식됐다. 섹드립보다는 음흉한 눈빛과 흐느끼듯 웃는 의미심장한 웃음 소리가 일품이다.
성시경 ‘사람은 속옷보다 알맹이가 중요하다’는 발언, 대표곡인 ‘거리에서’의 가사를 자진해서 ‘그대 홍콩 가는’으로 바꿔 부르는 등 발라드 왕자에서 ‘욕정 발라더’로 거듭났다.
권오중 ‘경찰서에 가본 적 있느냐’는 질문에 ‘부인과 갈 곳이 없어서 차 안에 있었는데…’라며 의미심장한표정을 짓던 그. 그의 섹드립이 귀엽게 느껴지는 건 그 대상이 오로지 ‘부인’이기 때문이다.
안영미 “라면 먹고 갈래요?” 안영미의 캐릭터는 <무한걸스> 에서도 계속됐다. 대학교 MT 편에서 자신을 ‘초등학교 산수 문제처럼 쉬운 여자’라고 소개하며 선보인 장기자랑은 무려 가슴팝핀!

4 올해의 복병
클라라 오랜만에 미디어가 스타를 탄생시켰다. 레깅스 시구 이후 그녀는 드라마 <결혼의 여신>에 비중 있는 역할로 출연하게 됐고, 온갖 예능은 그녀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그리고 단독 리얼리티쇼 까지! 때때로 위태로워 보이긴 하지만 확실한 건 그녀야말로 오랜만에 등장한 진짜 ‘TV 스타’라는 사실이다.

5 참 열심히 했는데
<브레인>의 냉혈한 의사에서 <내 연애의 모든 것>의 까칠한 초선의원으로 변신한 신하균의 행보는 적절해 보였다. ‘로코킹’ 소리를 들을 정도로 달콤한 모습을 보여줬지만 드라마의 마지막 회 시청률은 4.0%에 그쳤으니…. 올해 초 <야왕>으로 발음 논란에서 벗어난 권상우는 현재 <메디컬 탑팀>에 발목이 잡혔다. 정려원, 오연서 등으로 구성된 그의 팀이 도무지 ‘탑팀’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 현재 <메디컬 탑팀>의 시청률은 4%대 주변을 맴돌고 있다.

6 좋은 케미, 나쁜 케미
GOOD
<학교 2013> 고남순(이종석) – 박흥수(김우빈) 한국판 ‘브로맨스(Bromance)’를 제대로 보여준 두 남자들. 이종석은 <너목들>에서도 이보영과의 호흡을 통해 누나들의 연하남 판타지를 증폭시켰다.
<주군의 태양> 태공실(공효진) – 주중원(소지섭) ‘공블리’ 공효진은 이번에도 사랑스러웠다. 소지섭의 기습적인 포옹 신에서 두근거린 사람, 모두 손! 이게 바로 우리가 로맨틱 코미디를 보는 이유다.
<무한도전> 정형돈 – 지드래곤 남자 둘, 그것도 예능에 나온 남자 둘을 보고 ‘밀당’과 ‘애교’를 배우게 될 줄은 몰랐다.
BAD
<최고다 이순신> 이순신(아이유) – 신준호(조정석) 아직도 10대 같은 아이유. 지겨울 정도로 뻔하게 엇갈리는 두 사람의 관계까지. 이 커플의 키스신이 방영된 날, 시청률은 전날 대비 3%가량 떨어졌다고 한다.
<아이리스2> 정유건(장혁) – 지수연(이다해) 드라마도, 이 둘도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나는 건 오직 ‘안 어울리더라’는 것뿐.
<장옥정, 사랑에 살다> 숙종(유아인) – 희빈장씨(김태희) 아무리 봐도 연하 같은 ‘상남자’와 너무 반듯한 미녀의 어색한 조합. 그나저나 이 둘은 대체 누구 옆에 서야 할까?

7 TV에서 일어난 일들
JTBC의 약진 썰전>과 <마녀사냥>은 정치와 섹스만큼 훌륭한 안줏거리도 없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지난 10월 14일 방영을 시작한 드라마 <네 이웃의 아내>도 결혼 생활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염정아, 신은경의 농익은 연기도 호평 받는 중. 4개의 종편 채널 중 어떤 채널이 살아남을지는 이제 꽤 명백하다.
드라마, 어떡하지? 이른바 ‘황금편성대’라고 여겼던 월화 드라마, 수목 드라마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내 연애의 모든 것>, <광고천재 이태백>, <칼과 꽃>, <불의 여신 정이> 등 방송 3사의 드라마들이 한 자리대 시청률에 머무르며 종영했다. 다들 다운받아서 보고 있는 거야? 그런 거야?
언니들의 귀환 <직장의 신>의 김혜수, <여왕의 교실>의 고현정, 그리고 <수상한 가정부>의 최지우까지, 브라운관으로 돌아온 언니들의 활약이 빛났다. “그건 제 일이 아닙니다만”이라는 유행어를 만든 <직장의 신>을 제외한 다른 두 작품의 시청률은 저조했지만 로맨스물이 아닌 개성 있는 스토리를 가진, 여배우 1인 체제의 드라마라는 사실은 여전히 의미있다.
생방송은 어려워 의 ‘실황 중계’가 부러웠던 걸까? 과감하게 국내 최초 생방송 토크쇼로 전환한 SBS <화신 더 라이브>는 결국 거듭되는 분량 조절 실패로 조기 종영에 불을 지폈고, <댄싱9>은 효연과 엑소 멤버가 준비한 특별 무대의 음향이 잠시 나오지 않는 등 다양한 생방송 사고를 터뜨렸다.

8 2013년의 말
느낌 아니까 굳이 설명이 필요 없는 2013년 최고의 유행어. 우리 모두 느낌 아니까.
홍홍홍 <무한도전>의 정형돈이 탄생시킨 유행어로 콧소리를 곁들이면 완성도가 한층 높아진다.
죽일 거다 ‘말하면 죽일 거다, 거짓말해도 죽일 거야’. 역사에 길이 남을 악역, <너목들>의 민준국(정웅인)은 이외에도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새우버거를 준비해놓았다’ 등 황당하지만 섬뜩한 대사를 줄줄이 탄생시켰다. 시트콤 <감자별> 15회에서 ‘말하면 물 거다’로 패러디되기도 했다.
들었다 놨다 요물 <개콘>의 코너 ‘남자가 필요 없는 이유’는 도통 쓰지 않던 단어, ‘요물’에 새 생명을 부여했다. 한편 인피니트의 리더 성규는 tvN <더 게임>에서 “서른 넘은 여자는 다 요물”이라는 발언을 해 누나팬들을 슬프게 했으니, 역시 들었다 놨다 요물.
나 너 좋아하냐? <상속자들>의 이민호가 박신혜에게 ‘나 너 좋아하냐?’라며 고백 아닌 고백을 했을 때 뭇 여성들은 오그라든 손발을 펴지 못하면서도 환호했다. 이른바 김은숙 작가의 물음표 어법. 자매품은 ‘나 너 보고 싶냐?’.

9 올해의 매력남
정우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영화 <바람>에서 제대로 눈도장을 찍은 정우는 지금 모든 여자가 꿈꾸는 달콤한 남자가 됐다.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를 쓰고, 둔하기까지 한 그의 가장 큰 매력은 내 여자에게만 따뜻하다는 것!

Stage

1 무대 위 남자들의 예능감
김다현 “학창시절 조승우와 함께 4대 천황으로 불렸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뮤지컬계의 원빈 김다현이 지난 10월 10일 방송된 <해피투게더>에 출연해 한 말. 야다의 보컬이었던 그가 뮤지컬 배우로 전향한 치명적 계기는 음원 불법 다운로드 때문이었다고.
윤한 “우리 자기는 못하는 것도 없다. 나 여자 잘 만났네.” 배우 이소연과 함께 <우리 결혼했어요>에 출연 중인 윤한은 ‘피아노 치는 남자’를 향한 여자의 환상을 완벽하게 충족시킨다.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남자가 과연 흔할까? 어쨌든 그의 단독공연은 매진 행렬 중이다.
홍광호 “TV에서만 보던 분들을 실제로 만나니 TV 속에 들어가 있는 기분이었다.” <무한도전> 무한상사 편에서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를 부른 홍광호가 한 인터뷰에서 한 발언. 뮤지컬계 최고 아이돌이 이렇게 겸손해서야!

2 올해의 불협화음
몰아주기 올해로 7회를 맞이한 ‘더 뮤지컬 어워드’가 논란에 휩싸였다. <레 미제라블>이 17개 부문 후보작 중 무려 11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고, 옥주현은 <황태자 루돌프>로 여우주연상, <레베카>로 여우조연상 양쪽 후보에 이름을 올린 것. 몰아주기인지, 합당한 대우였는지는 관객만이 판단할 수 있을 거다.
유치한 편견? 3년째 뮤지컬 <잭 더 리퍼>에 출연 중인 슈퍼주니어 성민. 지난 6월, 연기력을 비난받자 자신의 블로그에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그동안 발목(부상)에, 뮤지컬 <썸머스노우>에 집중을 좀 못 했더니 나를 마음대로 평가한다. 아직 많이 부족한 거 인정한다. 그렇지만 이제 뭐 없으니 두고 봐라. 꼭 한 번 보러 와라. 유치한 편견 좀 없이.” 하지만 이 글에 대한 반응은 대부분 ‘네가 더 유치하다’.
배우와 팬 사이 “사인회 싫어. 공연 끝나고 피곤한데 방긋 웃음 지으며 ‘재미있게 보셨어요? 성함이?’ 방실방실, 얼굴 근육에 경련 난다.” <두 도시 이야기>에 출연 중인 배우 백민정이 페이스북에 올린 이 글은 팬들의 큰 반발을 샀다. 결국 백민정은 6회, 함께 사진을 찍은 임혜영은 3회 출연정지를 당했다. 어디를 가나 SNS가 문제다.
통째로 옮겼어요 <보니 앤 클라이드>에서 열연한 키. 샤이니의 컴백 스케줄로 예정된 공연일자 출연이 어렵게 되자 해당 회차가 통째로 취소되고, 예정에 없던 날에 공연이 신설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아이돌 출연자의 ‘팬 쏠림’ 현상 때문에 일어난 해프닝이었다.

3 최고의 뮤지컬
<레 미제라블> 런던 웨스트엔드 초 연 27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어 공연이 이루어졌다. 정성화(장발장), 문종원(자베르), 조정은(환틴) 등의 뮤지컬 전문 배우들로 이루어진 한국 프로덕션은 1년간의 대장정을 성공적으로 마치며 고전의 힘을 재확인시켰다.

4 예견된 성공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예수의 최후를 유다의 시각으로 그린 발칙한 록 오페라 스타일의 문제작. 그간 몇 차례 공연되었지만 올해에는 특히 예수 역의 마이클 리, 유다 역의 한지상의 열연이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왕세자 실종 사건> 조선시대 궁중에서 벌어지는 치정과 소동을 세련된 연출 기법과 음악으로 담아낸 뮤지컬로, 올해 더뮤지컬 어워즈 창작뮤지컬상을 수상했다. 화려한 세트나 유명 연예인이 없어도, 잘 짜인 대본과 명징한 캐릭터를 보는 즐거움만 있으면 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애비뉴 Q> 해외 투어팀의 내한공연은 항상 뮤지컬계의 빅뉴스다. <오페라의 유령>, <위키드>가 모두 대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에 2004년 브로드웨이 토니상 작품상을 수상한 이 작품의 투어 공연에 대한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실업 문제, 연애 고민 등을 배우들이 직접 손에 든 인형(퍼펫)으로 직설적으로 표현한 <애비뉴 Q>의 성공은 얼마간 예견된 것이었다.
<구텐버그> 이 작은 뮤지컬의 놀라운 선전은 ‘작은 고추가 맵다’는 증거다. 투자자를 구하기 위해 뮤지컬 창작자와 극작가가 직접 쇼케이스 공연을 펼친다는 설정으로 무대 위에서 실제로 단 두 명의 배우가 쉴 새 없이 역할을 바꾸며 종횡무진한다. 배우라는 존재 자체에 대한 경이로움을 새록새록 느끼게 한 작품. 글 | 조용신(공연 칼럼니스트)

5 2013 무대가 가장 사랑한 남자들
마이클 리 <미스 사이공> 때만 해도 실력보다는 스탠퍼드 의대를 박차고 나온 ‘엄친아’, ‘한국계 미국인 배우’로만 분류됐다. 하지만 그는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에서 고요한 카리스마로 무대를 압도하며 객석의 모든 이들이 예수를 사랑하게 만들었다. 내년에도 한국에 있어줘요! 2013 출연작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노트르담 드 파리>, <벽을 뚫는 남자>
정성화 <레 미제라블>의 장발장은 모든 남자 배우의 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어렵게 성사된 한국 공연에서 단 한 사람, 정성화에게 그 역이 주어졌다. 그리고 별 긴장감도 없이, 그는 올해 두 개의 뮤지컬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휩쓸었다. <맨 오브 라만차>에서 조승우와 같은 역을 맡았지만, 이젠 누구도 그를 차선책이라 말할 수 없을 것이다. 2013 출연작 <레 미제라블>, <맨 오브 라만차>
홍광호 뮤지컬계에서 아이돌 못지않은 인기를 구가하던 그가 올해 <무한도전>에 얼굴을 비춘 후 인기 영역을 확장했다. 때마침 계획했던, 뮤지컬 배우로서는 드문 올림픽 경기장에서의 단독 콘서트는 젊은 여성들의 환호성 속에서 성황리에 치러졌고, 그의 ‘꿀성대’와 ‘미친 가창력’은 더 이상 뮤지컬 팬들만의 향유물이라 할 수 없게 됐다. 2013 출연작 <살짜기 옵서예>, <노트르담 드 파리>
이재균 재능만 뛰어난 사람과 썩 재능은 없는데 어딘지 매력적인 사람이 있을 때 보통은 후자에게 끌리지 않을까. 이재균은 순둥이 같기도, 또라이 같기도 한 알쏭달쏭한 배우다. 아직 노래 실력은 부족하지만, 흡인력 있는 배우로 성장할 것만은 확실하다. 2013 출연작 <히스토리 보이즈>, <쓰릴 미>, <번지점프를 하다>
글 | 이민선 (<더 뮤지컬> 에디터)

6 어느 남성 관객의 슬픈 노래
여자 관객이 평균적으로 객석의 70~80퍼센트를 차지하는 바로 그곳, ‘공•연•장‘. 공연장에 일찍 도착했을 때의 어색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하이톤의 목소리에 둘러싸여 ‘군중 속의 고독’을 4D로 체험하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심드렁하다가 좋아하는 배우가 나올 때만 허리를 꼿꼿이 세워 집중하거나, 두 손을 맞잡고 감탄사를 내뱉거나, 모든 레퍼토리와 동선을 깨고 소곤소곤 뮤지컬 넘버를 부르는 등 여성 ‘팬’들은 특히나 감당하기 힘든 존재다. 신라시대 화랑을 소재로 한 <풍월주>, <화랑> 등 훈남 배우들이 가득한 여성향 공연만 자꾸 늘어나는 것도 불만이다. 게다가 이런 작품들을 도무지 보러 갈 용기가 나지 않는다. 정말 게이처럼 보일 테니까! 그러고 보니 정우성도 뮤지컬 팬이라던데, 그는 이 고충을 어떻게 이겨내고 있을까? 글 | 류승희(칼럼니스트)

1  2 보니 앤 클라이드> 3 이자람 4 베르나르트 하이팅크 5

1 <3월의 눈> 2 보니 앤 클라이드> 3 이자람 4 베르나르트 하이팅크 5 <댄싱9>

7 2013 공연계 키워드
노년 배우들의 활약 <3월의 눈>으로 무대에 오른 변희봉,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에 등장한 신구, 연기인생 50주년을 맞이한 손숙, 그리고 1인극 <오스카, 신에게서 온 편지>의 출연을 결정한 김혜자까지. 역시 노장은 건재하다.
무대 위 아이돌 규현과 키가 출연한 <캐치 미 이프 유 캔>, 키와 박형식이 무대에 오른 <보니 앤 클라이드>, 심지어 12월 개막 예정인 <삼총사>에서는 슈퍼주니어 성민과 박형식, 키, 2PM 준케이가 달타냥으로 변신한다. 비스트의 양요섭은 <요셉 어메이징 테크니컬러 드림코트>에 출연 중!
신토불이야 ‘한국적인 요소’가 무대 위의 중요 키워드로 떠올랐다. 우리나라 최초의 뮤지컬을 재해석한 <살짜기 옵서예>, 서울예술단에서 준비한 가무극 <윤동주, 별을 쏘다>, <푸른 눈 박연>, 그리고 판소리 공연으로는 이례적으로 한 달간 무대에 오른 이자람의 <사천가>까지. 뮤지컬 <해를 품은 달>과 명성황후를 소재로 한 창작극 <잃어버린 얼굴 1895>도 올해 첫 선을 보인 작품이다.
클래식의 귀환 미국 최고의 오케스트라 시카고 심포니, 그리고 83세로 현역 최고령 지휘자인 거장 베르나르트 하이팅크가 이끄는 런던 심포니가 서울을 찾았다. 현대카드의 작품이었다. 이 외에도 뮌헨 오케스트라와 베를린 필하모닉, 로테르담 오케스트라 등 클래식 거장을 필두로 한 내한 공연 등 2013년은 록 페스티벌 팬들만큼이나 클래식 마니아들 역시 고민스러운 한 해였다.
춤, 춤, 춤 방송의 힘은 컸다. <댄싱9 갈라쇼>는 방송이 끝난 후에도 전석 매진 기록을 세웠고, 무용을 향한 관심은 직후 유니버설 발레단의 <디스 이즈 모던>의 높은 예매율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