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스페이스 ‘Six’의 개관전은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Darkened Room>이다.

이태원에 ‘꼼데길’이 생겨난 지 몇 달, 꼼데가르송 한남 플래그십 스토어 지하 1층에 아트스페이스 ‘Six’가 문을 열었다. 오사카에 이어 두 번째로 선보이는 Six의 개관전은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Darkened Room>로, 단편영화 열 편과 회화작품을 선보인다. 어떤 상업적 목적도 거부했다는 레이 카와쿠보의 철학이 그대로 반영된 선택. 피터 잭슨이 컬트 영화를 블록버스터로 만들었다면, 데이비드 린치는 영상 세대의 악취미쯤으로 불리던 컬트 영화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감독이다. 국내에 ‘컬트팬’이라는 개념을 처음 양산하다시피 했던 TV시리즈 <트윈픽스>, 영화 <이레이저 헤드>, <엘리펀트 맨>, <멀홀랜드 드라이브> 등 그의 작품 세계는 혼란스럽고 기괴하며 모호하다. 시각적 강렬함은 그의 낙관과도 같은데, 지금처럼 다듬어지기 전에 만들어진 초기 작품은 독일 표현주의 고전 영화를 연상시킨다. Six는 고정된 형태가 아니라 전시마다 새롭게 공간을 디자인한다. 좁은 복도에 걸린 회화 작품은 폐쇄공포증을 일으킬 정도로 가까워서 반대편 벽에 기대어 보는 사람의 눈과 심장을 압도하는데, 이 또한 데이비드 린치 작품의 공통된 코드다. 데이비드 린치를 좋아하는 사람은 무슨 맛일지 알 수 없는 초콜릿 박스처럼 매혹될테고, 그와 코드가 맞지 않다면 모든 영화가 상영되는 시간을 견디기 힘들 거라는 걸 미리 경고한다. 영화 보고 나오는 길, 로즈베이커리에서 캐롯 케이크 한 조각 맛보길. 그래야 제대로 현실로 돌아올 수 있다. 2011년 1월 2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