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다’는 것은 욕망의 발현이며, 그 행위의 순간이 우리는 행복해 보이기도, 비참해 보이기도, 때로는 에로틱해 보이기도 한다. 바로 그‘먹는 순간’을 담은 사진들.

1 식욕과 섹스 사이 | 브루스 웨버
브루스 웨버의 사진집 에는 비고 몬텐슨, 숀 펜, 브래드 피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비롯 온갖 근사한 남자들의 반짝이는 젊음의 순간이 담겨 있다. 여자를 먹는 것에 비유하는 남자는 혐오스럽지만, 테이블 위에 올라선 여자의 다리에 얼굴을 파묻고, 다음 페이지에서 입을 닦는 배우 스티븐 도프의 사진에서 만족스러운 섹스 이후의 포만감을 떠올리지 않기란 힘들다.

2 소녀의 립스틱 | 파멜라 한슨
전 세계 유명 패션지에 이름을 올린 파멜라 한슨은 패션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사진가 중 하나다. 그녀의 사진집 는 소녀들의 비밀스러운 순간으로 가득하다. 립스틱이 입술을 먹을 것처럼 차 뒷좌석에 앉아 정성스레 립스틱을 칠하는 소녀의 모습은 우리 모두가 지나온 어떤 시간을 떠오르게 한다.

3 관능의 식사 | 헬무트 뉴튼
관능미라는 표현은 헬무트 뉴튼의 사진을 설명하기에 부족하다. 탐스러운 양쪽 가슴을 꺼내놓은 채 담뱃불을 붙인 여인의 모습을 담은 이 사진에 대한 감상을 표현하기에는 더더욱! 테이블에는 식사와 와인이 놓여 있지만 그녀의 입술에 닿은 담배를 제외한 음식은 의미 없는 정물처럼 보인다.

4 어떤 한 그릇 | 제임스 로빈슨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제임스 로빈슨은 미국 전역을 비롯해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는다. 어디를 가든 그의 시선은 주로 일하는 남자에게 맞춰지는데 수프를 들이켜는 남자의 사진은 과테말라에서 촬영한 것이다. 남미의 경쾌한 색채는 소박한 수프조차 먹음직스러워 보이게 한다. 모자 챙 아래 가려진 눈은 분명 미소 짓고 있을 거다

 

5 어떤 오해 | 루미스 딘
루미스 딘은 1947년부터 <라이프>지와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천진한 표정으로 거위의 목을 물고 있는 레브라도 리트리버를 찍은 사진은 언뜻 약육강식의 순간이자 포식 직전의 순간을 포착한 것처럼 보인다. 설명을 읽기 전까지는 말이다. ‘습관적으로 강아지들에게 물에서 구출해줄 것을 요청하는 도널드가 이번에는 트리거와 야키마, 워시에 의해 구출됐다!’ 사진은 에 수록됐다.

6 행복해! | 코토리 카와시마
단발머리 소녀 <미라이짱!> 시리즈로 스타 사진작가에 등극한 코토리 카와시마가 전작의 성공 이후 3년 만에 사진집 <明星(Myojo)>를 출간했다. 그리고 사랑스럽고 엉뚱한 사람들의 표정을 담는 이 젊은 사진가의 능력은 여전하다. 편의점 푸딩을 퍼먹는 아이의 얼굴에서 우리는 놀랍도록 풍부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행복함, 포만감, 만족감, 기쁨…. 심지어 푸딩의 맛까지 상상할 수 있을 정도다!

7 전쟁의 한복판에서 | 한스 와일드
런던에 나치의 폭격이 시작되던 무렵 사진 촬영에 뛰어든 한스 와일드는 <라이프>지가 자랑스러워하는 사진가로 이 사진 역시 < Photographers>에 수록됐다. 카메라를 들고 가까이 접근하는 통에 피난민들로부터 첩자 취급을 받은 적도 있지만 특유의 친근함으로 그는 여러 순간을 포착해낼 수 있었다. 1940년, 식빵을 먹고 있는 세 소녀의 사진은 그렇게 탄생했다. 같은 음식을 먹음에도 각기 다른 소녀들의 표정이 인상적이다.

8 그래도 웃는다 | 최민식
1928년 황해도 연안에서 태어난 최민식은 사람을 찍는다. 여성들만을 모은 그의 사진집의 서문에서 작가는 ‘여성의 미란 생생한 생명력에서 온다고 믿는다’고 밝힌다. 나물을 파는 구순의 할머니, 생선장수 아주머니, 사창가의 젊은 여성까지. 그의 말대로 신분과 형편은 다르지만 자신의 삶과 가족의 삶을 책임지고 열심히 살아가는 여자의 모습이 사진에 담겼다. 김장을 하는 고단한 여성에게서 활기를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사진은 1990년, 부산에서 촬영했다.

9 화려한 식사 | 파멜라 한슨
1994년 이탈리아판 <보그>에 실린 이 화보는 전형적인 1990년대의 글래머러스한 패션 화보에 가깝다. 물론, 그릇에 가득 담긴 파스타의 맛보다 소녀가 입은 카디건의 브랜드가 더 궁금한 것만으로도 이 사진은 충분히 성공한 패션 화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