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라인업들이 상반기 공연 캘린더를 빼곡히 채우고 있다. 음악 좀 듣는 사람들이 타는 목마름으로 기다리고 있는 공연은 무엇일까?

폴 매카트니 강림!
폴 매카트니 내한공연, 5월 28일 잠실 주경기장
사실 폴 매카트니의 내한공연이 성사될지의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 지난해부터 내한 루머가 떠돌았고, 여러 매체에서 공연이 결정되었다는 보도를 내보내긴 했으나 아직 공연기획사의 공식 발표가 이루어지기 전이며 공식 홈페이지에도 일정이 나와 있지 않다는 점, 2013년 앨범 <NEW>를 발표하며 이미 아시아 지역을 포함한 월드투어를 마쳤다는 사실을 종합해보면 꽤나 미심쩍다. 하지만 벌써 마음속으로 폴 매카트니를 맞이할 준비에 설레어 하는 한국의 음악팬들과 같은 바람과 염원을 갖고, 이 공연이 성사된 광경을 그려본다.
폴 매카트니의 공연은 그냥 폴 매카트니의 공연만은 아니다. 아직 살아 있는, 그리고 여전히 음악을 하고 있는 비틀스 멤버가 한국에 와서 비틀스 음악을 들려주는 최초의 기회다. 운 좋게 지난해 11월 도쿄 돔 공연을 볼 수 있었는데, 그때의 세트 리스트는 두 번의 앙코르를 포함한 전체 39곡 가운데 비틀스 노래가 23곡으로 절반을 넘었다. ‘Obla-di Obla-da’부터 ‘Yesterday’까지, 바로 그 비틀스의 노래를 폴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었다. 70대인 그의 나이가 걱정될지도 모르지만, 이분은 아직 확실히 살아 있다. 지난해 발표한 <NEW> 앨범도 썩 훌륭했으며, 얼마 전 그래미 시상식에는 링고 스타와 함께 등장해 특별 공연을 하며 건재한 모습을 보여줬다. 넉 달 전 객석에서 목격한 바로도 폴 매카트니는 활기차게 건반과 기타를 오가며 연주하고 노래한다. 박제된 전설의 뒤늦은 도착이 아니라, 여전히 동시대를 살아가는 아티스트가 음악으로 추억을 소환해주는 훈훈한 자리가 될 것이다. 예상되는 한 장면 아마 어떤 공연보다 성별과 연령이 고루 섞인 관객층이 구성될 것이다. 폴 매카트니의 인지도도 그렇고, 세대를 떠나서 누구나 비틀스의 노래 한두 곡쯤은 인생의 한 부분의 배경 음악이 되었을 테니까. 눈물을 흘리는 중년 남성의 모습을 목격할 수도 있지 않을까?
미리듣기 도쿄 공연에서 그는 ‘조지(작곡자인 조지 해리슨)를 위하여’ 라는 멘트와 함께 우쿨렐레를 연주하며 이 아름다운 곡 ‛Something’. 을 시작했고, 화면에는 조지의 젊은 시절 모습이 영상으로 흘렀다. ‛Let I t Be’가 흘러나올 땐 한국인 관객의 우렁찬 ‘떼창’ 소리가 아마 삼성동까지는 족히 들릴 거다. ‛Hey Jude’의 ‘나~ 나나~ 나나나나~’ 떼창이라면 선릉까지 들릴지도 모른다. – 글 황선우 (<더블유 코리아> 피처 디렉터)

다시, 데미안 라이스
서울 재즈 페스티벌 2014, 5월 17일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
2007년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라인업에서 그의 이름이 눈에 띄었을 때 극도의 흥분을 느낀 건 나뿐만은 아니었다. 그러나 건강상의 이유로 그의 내한이 취소되면서 안타깝다 못해 배신감까지 느낄 정도였지만, 2012년 단독 내한공연으로 팬들의 안타까운 마음은 한순간에 날아갔다. 도무지 데미안 라이스와는 어울리지 않은 큰 규모의 공연장이었던 올림픽홀. 방금 비행기에서 내린 듯한 텁수룩한 수염과 정리되지 않은 머리, 해진 재킷을 걸친 그는 낡은 기타 하나를 메고 무대 위에 올랐다. 단 한 명의 코러스나 세션도 없었다. 사운드가 아쉬운 올림픽홀도 이날만큼은 아니었다. 그는 기타를 앰프에도 연결하지 않은 채 마이크 없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고, 관객과 함께 무대 위에서 노래하기도 했다. 그는 혼자였지만, 그의 음악은 무대를 넘어왔다. 그리고 데미안 라이스는 작년 서울 재즈 페스티벌을 통해 또다시 한국을 찾았다. 야외무대에서도 그는 역시나 혼자였다. 심지어 추적추적 비까지 내려주어 정말 여기가 서울인가 싶었다. 올해 서울 재즈 페스티벌에 또다시 그의 이름이 라인업되었다. 혹자는 너무 자주 오는 것 아니냐고 말하지만 워낙 뜨거웠던 관객의 반응을 잊지 못해 찾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며, 얼리버드 티켓을 놓친 마음을 달래는 중이다.
예상되는 한 장면 영화 <클로저>에도 삽입된 ‘Blowers Daughter’의 읊조리는 듯한 인트로 “And So I t Is”가 공연장에 울려 퍼지면 수많은 여성관객의 눈가가 촉촉해질 것이다.
미리듣기 우주히피의 공연에서 ‘Volcano’를 처음 들었을 때 ‘아 정말 좋은 곡이다’라고 생각했는데, 원곡이 데미안 라이스였다. 라이브에서만 접할 수 있는 어쿠스틱 버전은 정말 화산이라도 폭발할 듯한 감성이 그대로 전해진다. ‘9 Crimes’, 지금은 아내가 된 여자친구가 멀리 유학을 떠났을 때, 매일같이 술에 취해 통기타로 이 노래를 불러대던 때가 있었다. ‘Coconut Skins’는 단순한 구성의 곡에 감성이 담기면 정말 멋진 곡이 만들어지는 것을 보여주는 곡이다. 이번 서울 재즈 페스티벌에서 와인, 분위기와 그의 음악에 흠뻑 취하고 싶다. – 글 에스테반(뮤지션)

브루노의 기적
브루노 마스 내한공연 4월 8일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어느 누구도 브루노 마스 공연이 두 시간 만에 매진될 거라 예상하지 못했을 거다. 아이돌 그룹 혹은 서태지의 컴백 공연이 몇분 만에 매진을 기록하긴 하지만 해외 뮤지션의 경우는 다르다. 전성기의 앨리샤 키스나 미카도 이런 기록을 쓰지는 못했다. 엘비스 프레슬리 이후 다섯 곡을 빌보드 차트 1위에 올린 기세가 한국에도 이어진 셈이다. 이미 매진된 공연을 어떻게 보란 말이냐고? ‘Nothin’ On You’를 성공의 밑거름으로 삼아 두 장의 앨범을 1100만 장이나 팔아 치운 최고의 소울 뮤지션이자 프로듀서의 공연을 볼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꽤 많은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브루노 마스의 티켓을 찾을 수 있다. 취소 티켓은 공연이 시작하기 직전까지 끊임없이 그리고 더욱 많이 등장하니까 꾸준히 검색하고 빠르게 반응하는 자만이 귀한 티켓을 구할 수 있을 테다. 물론 어느 정도 웃돈은 감수해야 한다. 이마저 여의치 않다면 공연장을 찾자. 아무리 단속을 한다고 해도 어떻게든 종이 티켓을 든 암표상을 만날 수 있으니까. 이렇게까지 해서 브루노 마스의 내한공연에 가야 하냐고? 물론이다. 그가 몇 장의 앨범을 팔아 치우며 몇 개의 트로피를 받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얼마 전 미국의 슈퍼볼 하프타임에서 가진 공연이 역대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해서도 아니다. 브루노 마스가 낸 솔로 앨범 두 장만 들으면 된다. 듣다 보면 왜 앨범이 겨우 두 장뿐인지 화가 날 테고, 분명 공연장을 찾아 그의 노래를 직접 경험하고 싶을 테니까.
예상되는 한 장면 브루노 마스가 ‘Marry You’를 부르며 ‘천송이 댄스’를 따라 하는 건 현실성이 없지만, 소문에 따르면 ‘Nothin’ On You’를 부를 때 박재범이 등장해 랩 부분을 대신할 수도 있다고 한다.
미리듣기 아직 ‛Just the Way You Are’보다 감미로운 발라드를 찾지 못했다. 사실 평생을 공연해도 이 노래 안 부르는 날은 없을 것이다. ‛Grenade’는 이별 이후, 터지기 직전의 폭탄처럼 불만과 상실감으로 가득한 감정을 솔직하게 담은 곡이다. 이 노래를 들을 땐 꼭 잡고 있던 애인의 손을 놓아도 좋다. 브루노 마스는 언제나 앙코르 마지막 곡으로 ‛Locked Out of Heaven’을 선택해왔다. 가사를 외울 필요도 없는 후렴구는 반드시 숙지할 것. – 글 김용현(<슈어> 피처 에디터>

그녀들의 남자친구
존 메이어 내한공연, 5월 6일 잠실종합운동장
제니퍼 애니스톤과 제니퍼 러브 휴잇, 제시카 심슨과 르네 젤위거의 ‘구 남친’이자 케이티 페리의 현 남친인 존 메이어가 5월에 드디어 서울에 온다. 7개의 그래미 트로피와 2천만 장이 넘는 음반 판매량, ‘기타의 신’인 동시에 ‘연애의 신’이며 완벽한 싱어송라이터인 동시에 키가 무려 191센티미터다. 이건 뭐 ‘신은 불공평하다’는 명제에 힘을 실어주는 피조물의 습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존 메이어의 첫 내한공연은 무릇 남자들에게도 봄바람같이 설레는 소식임에는 틀림없다. 제이슨 므라즈와 바우터 하멜이 초콜릿 같은 호흡과 마시멜로 같은 발성을 장착했다면, 존 메이어는 그보다는 훨씬 덤덤하게 감미로운 쪽이라 당도가 적은 과일을 먹는 심리적 포만감을 준다. 또한 제임스 블런트처럼 ‘나락의 우울’을 노래하는 것도 아니고 데미언 라이스처럼 ‘성서 같은 고백의 순간’을 읊조리는 것도 아니지만 존 메이어에겐 뭐랄까, 이미 어린 시절에 모든 걸 다 겪고 나서 돌아온 탕자의 현명함 같은 구석이 있다. 이런 남자를 여자들은 좋아하고 남자들은 부러워하지. 어느 시기에 만든 어떤 곡을 들어도 시류에 매몰되지 않은 담백한 자신감과 진중한 깊이를 가진 뮤지션 존 메이어. 싱글이 아닌 앨범을 들어야 더 좋은 뮤지션의 음악을 록 페스티벌이 아닌 단독 공연으로 먼저 만날 수 있는 것도 참 다행이다.
예상되는 한 장면 존 메이어에게 하트를 날리는 여자친구를 본 남자친구가 한숨을 내쉬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다.
미리듣기 케이티 페리와 함께한 사연마저 로맨틱한 ‘Who You Love’와 존 메이어의 남성적 매력이 잘 드러나는 곡 ‘Bigger Than My Body’ 그리고 <슈퍼스타K>의 박재정 등 오디션 프로그램의 단골 손님이 된 ‘Stop This Train’. 이 세 곡은 꼭 미리 들어야 한다. – 글 진명현(KT상상마당 팀장)

꽃보다 두 할배
웨인 쇼터 4월 12일, 제프 벡 4월 27일
음악은 경험할 수 있는 횟수가 제한되어 있지 않지만, 공연은 그 횟수가 제한되어 있다. 아무리 어떤 음악가를 좋아한다고 한들 그 음악가를 만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불가능하다. 노장이면서 동시에 거장인 인물들의 공연은 그래서 더욱 특별하다. 무대에서 그들을 만날 기회가, 횟수가 점점 줄어들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웨인 쇼터와 제프 벡이라는 두 노장을 언급하는 이유는 단지 그 때문만은 아니다. 80세를 넘긴 웨인 쇼터는 여전히 모던 재즈의 최정점을 보여주며, 칠순에 접어든 제프 벡은 ‘면도날’이라는 별명처럼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근육만큼이나 탄탄하고 예리한 기타 연주를 들려주기 때문이다. 여전히 빛나는 창의력에, 세월을 거듭하며 축적된 노련함이 관객들에게 주변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기립 박수를 보낼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할 것이다. 웨인 쇼터의 옆에는 브라이언 블레이드(드럼), 존 패티투치(베이스), 다닐로 페레즈(피아노) 등의 최고의 재즈 연주자들이 함께하는데, 즉흥 연주에 익숙하거나 음악적 모험을 지향하는 이들이라면 네 사람의 연주는 분명 경이로운 경험으로 남을 것이다. 고령을 생각하면 적어도 한국에선 두 번 다시 보기 어려운 공연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하길. 4월 12일에 열리는 이 공연을 짐작하게 해줄 앨범은 작년에 발매된 탁월한 작품 <Wi thout a Net>이다. 4월 27일, 두 번째로 한국을 찾는 제프 벡 역시 새 앨범을 곧 발표하는데, 그는 이 앨범을 가리켜 “몹시 중요한 앨범이 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클래식’이라고 불러야 할 그의 과거 연주들과 함께 이 기타리스트가 최근에 만들어낸 ‘중요한 음악’이 어떤 것인지를 지구상 그 누구보다 먼저 만날 수 있는 무대가 될 것이다.
예상되는 한 장면 웨인 쇼터 – 곡이 끝났는데도 박수를 보내야 하는 순간을 명확히 알 수 없어 숙연하게 앉아 있는 관객들. 제프 벡 – 민소매 상의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그의 청년 같은 팔뚝에 감탄사를 연발한다.
미리듣기 웨인 쇼터의 경우 특정한 곡을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으나, 최신작 <Without a Net> 앨범 전체를 들어볼 필요는 있다. 제프 벡 공연을 위해서는 ‘Li t t le Wing’, ‘Cause We’ve Ended as Lovers’, ‘Where were You’. 제프 벡 특유의 날선 기타 톤을 만날 수 있는 아름다운 작품이다. – 글 김영혁(김밥레코즈 대표, 공연기획자)

청춘의 한 소절
수잔 베가, 4월 3일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 / 다이앤 버치, 3월 30일 예스24 무브홀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1959년생인 그녀는 이미 우리 엄마만큼이나 나이가 들었다. 첫 내한 후 9년 만에 서울을 다시 찾는 수잔 베가. 어쩌면 마지막 내한이 되지 않을까 싶은 건 그런 이유다. 수잔 베가는 뉴욕 포크의 상징적인 존재다. 1987년에 발표한 2집 <Sol i tude Standing>에 실린 ‘Luka’와 ‘Tom’s Diner’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유명해졌다. <Sol i tude Standing>은 그녀의 앨범 중 가장 많이 판매고를 올린 앨범이 되었다. 하지만 이 ‘오래된’ 노래는 여전히 풋풋한 젊음의 한 소절이다. 라디오 등에서 ‘Luka’를 처음 들은 사람들은 발표한 지 몇 년 안 된 곡이라고 생각하기도 하니까. 포크라는 장르의 힘일까, 아니면 그녀가 가진 힘일까. 수잔 베가의 음악은 국적도, 시간도 모호하다. 그녀의 어머니와 아버지의 계보에는 무려 5개국이 섞여 있는데, 그래서인지 어쿠스틱 기타 하나로 마음을 흔드는 그녀의 노래와 솔직한 가사에서는, 이른 아침, 식당의 한 의자에 앉아 있을 때조차 다른 세상, 다른 인생을 꿈꾸는 유목민의 자유로운 바람이 느껴진다. 동시에 그녀의 노래는, 센슈얼하고 끈적한, 유혹하는 노래다. 이를테면 ‘Caramel ’은 직접적으로 섹스를 노래하는 어떤 노래보다 유혹적이다. 9살에 처음 시를 쓴 감수성은 연둣빛 풋사과로 얼굴을 가리던 때를 지나, 쉰이 넘은 지금도 유효하다. 자연스럽게 시간이 내려앉은 얼굴과 목소리를 이번 내한공연에서 만날 수 있다. 마치 수잔 베가의 소싯적을 보는 듯한 다이앤 버치의 공연도 함께 보면 좋겠다.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싱어송라이터, 용감하게 자신의 곡을 쓰고 노래한다는 점에서 둘은 닮은 점이 많다. 딱 그만큼, 머물러 있는 청춘이었으면 좋겠다.
예상되는 한 장면 루 리드와 함께 부르곤 했던 ‘Walk on the Wi ld Side’. 이 곡이 나올 때쯤이면 몇 달 전 세상을 떠난 루 리드가 새삼 그리워질 것이다.
미리듣기 친구들의 절반 이상은 그녀를 모른다. 그럴 때 ‘Tom’s Diner’를 들려주면 그때서야 이 노래를 안다고 하겠지. 1987년에 발표된 노래라고 하면 놀라겠지만. 짧은 쇼트 커트 머리를 하고 기타를 들고 읖조리듯 ‘Sol i tude Standing’을 노래하는 그녀의 모습이 선명하다. ‘Caramel’을 처음 듣고 수잔 베가를 좋아하게 되었다. 세 곡 모두 세트 리스트에서 빠지지 않는 곡인데, ‘Song in Red and Gray’가 빠진 건 아쉽다. – 허윤선(<얼루어> 피처 디렉터)

위대한 말러
서울시향 말러 공연, 6월 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말러 교향곡 2번 1악장은 ‘장례식’으로 시작한다. 교향곡 1번에서 죽은 어떤 영웅의 장례다. 이후 고막을 울리는 모든 소리, 곧 음악, 성숙한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모두 질문처럼 들린다. 누군가의 죽음으로부터 시작하는, 삶과 죽음에 대한 매우 본질적인 질문, 공포, 격정, 어쩌면 불안…. 때로는 건조하고, 그래서 냉정하게 들리지만 갑자기 풍성해지기도 한다. 말러는 삶과 죽음을 오케스트라로 풀어놓았다. 정명훈은 6월 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서울시향의 말러 교향곡 2번을 지휘한다. 2012년 발매된 서울시향 말러 교향곡 2번 앨범의 러닝타임은 1시간 27분 58초다. 이 안에 죽음으로 시작해 환희를 알고 다시 혼란과 수렁으로 빠지는, 모두의 인생이 있다. 우리가 너무 잘 알고, 지금 다 같이 살고 있는 그 삶이다. 어렵게 들릴 수 있다. 말러 교향곡 2번은 변화무쌍하니까. 말러는 오케스트라가 도전할 수 있는 소리의 한계에 끊임없이 도전했던 작곡가다. 불협화음은 치밀한 의도 속에 녹아 있다. 정명훈은 피아노만으로는 말러를 표현할 수 없다는 걸 깨닫고 지휘를 시작했다고 말한 적 있다. 베토벤 교향곡을 피아노로 편곡한 것은 있어도, 말러 교향곡은 오케스트라 전체가 나서야 구현 가능하다는 말이다. 4악장에서, 알토는 나직하게 노래한다. “나는 신에게서 왔으니 신에게로 돌아가리라.” 5악장 성악부는 이렇게 다독인다. “그대는 헛되이 태어나지 않았다. 그대의 삶과 고통은 결코 헛되지 않다.” 이렇게 노래하기도 한다. “오 죽음이여, 모두를 지배하는 것. 이제 네가 지배당하리라. 날개를 달고, 내가 얻어낸 날개를 달고, 저 뜨거운 하늘에서, 나 날아오르리라.” 그러다 갑자기, 멀리서 들려오는 종소리의 당혹 혹은 신성함…. 당신은 이 노래에서 위안을 얻을 수 있을까? 어쩌면 인생의 교향곡 하나를 갑자기 맞닥뜨릴지도 모를, 그렇게 황홀한 밤이 될까? 교향곡 2번의 제목은 ‘부활’이다.
예상되는 한 장면 5악장이 끝나자마자 누군가 가장 먼저 외칠 소리, “브라보!”. 그리고 ‘아, 이런 게 박수였지’ 싶을 정도로 본질적인 스케일과 감동의 박수 소리. 지휘자와 관객이 모두 소리의 축제 한복판에 있을 것이다.
미리듣기 유튜브에서는 지난 1월 고인이 된 클라우디오 아바도나 사이먼 래틀이 지휘한 말러 교향곡 2번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2012년 도이치 그라모폰이 발매한 정명훈과 서울시향의 말러 교향곡 2번 ‘부활’ 앨범을 반드시 들어보길 권한다. 가장 풍족한 1악장부터 5악장까지, 반드시. – 글 정우성(<지큐 코리아> 피처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