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작품과 이야기가 다양한 형식으로 변주되고 응용되는 것을 의미하는 ‘원 소스 멀티유즈(One Source Multi-Use)’. 만화만큼이나 소스로서 다양하게 활약하는 장르가 있을까?

1 <데스노트>의 홍광호와 김준수. 2-3 <신과 함께>.

하나의 작품과 이야기가 다양한 형식으로 변주되고 응용되는 것을 의미하는 ‘원 소스 멀티유즈(One Source Multi-Use)’. 만화만큼이나 소스로서 다양하게 활약하는 장르가 있을까? 이야기와 비주얼이 함께 있는 만화는 드라마, 영화, 소설, 공연 등 어떤 텍스트와도 친숙하다. 지난해 뜨거운 반응을 이끈 <미생>을 비롯해 올해만 해도 벌써 만화 원작의 <호구의 사랑>, <냄새를 보는 소녀>가 TV 전파를 탔고, <심야식당>, <치즈인더트랩> 역시 최근 캐스팅 일부를 잇달아 발표하며 원작 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사랑하는 만화 두 편이 올여름 무대로 간다. 첫 번째 작품은 6월 20일 첫 공연을 앞둔 한일합작뮤지컬 <데스노트>다. <고스트 바둑왕>, <바쿠만>의 원작 작가 오바타 타케시의 대표작으로, 일본 현지에서는 영화와 드라마로도 만들어진 <데스노트>는 국내에서도 크게 인기를 끈 작품이다. 상대방의 이름과 죽는 시간, 사인을 노트에 적는 것만으로도 상대를 죽일 수 있는 데스노트의 설정도 이미 친숙한 상태. 원작은 물론 뮤지컬에서도 극의 중심을 잡는 것은 두 주인공인 라이토와 L의 쫓고 쫓기는 두뇌 게임이다. 법관을 꿈꾸는 명문 고교생 라이토는 우연히 데스노트를 줍게 된다. 정의의 사도가 되어 노트를 정의 구현에 쓰려고 하지만 그의 의도는 차츰 변질된다. 연속되는 의문의 죽음의 배후를 찾기 위해 경시청은 천재 탐정 ‘L’을 협력 수사관으로 고용하게 되고, 자신의 뜻을 펼치는 데 방해가 되는 L의 이름을 데스 노트에 적기 위해 그의 진짜 이름을 집요하게 찾는 라이토와 L의 두뇌 싸움이 계속된다. 이런 극의 대립 관계는 흑과 백의 대비를 또렷하게 살린 국내 포스터를 통해서도 짐작할 수 있다. 홍광호가 비뚤어진 천재 소년 라이토를 맡은 한편, 엉뚱한 천재 L에 김준수가 캐스팅됐는데 포스터 촬영 당시 원작 캐릭터에 몰두한 김준수는 현장을 내내 맨발로 누비며 L에게 완벽히 빙의했다는 후문. “인간은 역시 재미있어”라는 대사로 유명한 사신 류크 역은 강홍석이 맡았다. 국내에서는 <쓰릴미>로 명성을 얻은 세심한 감정 연출의 대가 쿠리야마 타미야가 연출을, 프랭크 와일드혼이 음악을 담당했다. 웅장했던 기존의 스타일을 버리고 비장하면서도 빠른 템포의 음악으로 기괴한 세계관을 표현할 예정이다. 공연은 8월 9일까지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다. 또 다른 작품 역시 공교롭게도 죽음과 관련이 있다. 저승사자와 염라대왕, 갖가지 지옥도 등 전통적인 저승의 세계관을 가져옴으로써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 주호민 작가의 웹툰 <신과 함께> 저승편이 창작가무극으로 제작된 것. <뿌리 깊은 나무>,  <잃어버린 얼굴 1985>, <윤동주, 달을 쏘다> 등 한국 정서에 기반한 묵직한 창작극을 꾸준히 선보인 서울예술단이 기획한 2015년 창작가무극으로, <엠.버터플라이>, <사회의 기둥들> 등을 연출한 김광보 연출가가 연출을 맡아 한층 믿음직스럽다. 7가지 지옥의 모습은 80제곱미터의 LED 수평 스크린을 통해 재현될 예정. 배우들도 훌륭하다. 저승에 간 주인공의 변호를 맡은 저승 변호사 진기한 었다. 역할의 김다현, 활기차고 다혈질인 저승차사 강림도령 역의 송용진 등 공연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배우들이 캐스팅되공연은 7월 1일부터 12일까지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열린다. 이제는 만화를 보러 무대로 떠날 시간이다.